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닭의 살(殺)처분이 계속되고 있다. AI에 노출된 사람도 전국 40개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자 등 1만471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AI 치료제 타미플루를 투여해도 죽지 않는 내성 균주도 최근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발견됐다. ‘포스트 타미플루’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신약들과 우리나라의 AI 백신 개발 현황 등을 알아본다.



◇타미플루 치료 효과 논란=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AI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만든 타미플루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리렌자가 있다. 두 약품 모두 숙주세포에서 뭉쳐진 형태로 증식한 바이러스를 흩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원리다.



문제는 현재 각국이 AI 확산에 대비해 가장 많이 비축하고 있는 타미플루의 경우 18세 이상에서만 효능이 입증됐다는 점. 게다가 감염 1∼2일 사이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발열 오한 등 독감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AI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려면 환자의 체액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해 정체를 파악하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4∼5일이 걸린다.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도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국립의학연구소 스티븐 갬블린 박사팀이 2004∼2005년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감염된 AI 환자에게서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변이를 발견했다고 지난 15일 발행된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보고한 것은 그중 한 예.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H5N1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대해 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AI가 사람에게 유행할 경우 통제불능의 사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각국 제약사들이 타미플루 대체약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 타미플루 "나요,나"=타미플루와 리렌자는 모두 AI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있는 H와 N 두 종류 단백질 가운데 N에 작용해 약효를 나타낸다. N단백질은 AI 바이러스가 감염된 숙주세포 내부에서 증식한 뒤 다른 세포로 퍼지는 것을 돕는 효소로, AI 바이러스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 백신요법은 이와 달리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달걀에 접종한 뒤 여기에서 생성된 항체를 인체에 주사함으로써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인체는 약한 AI를 앓은 뒤 나중에 고병원성 AI에 감염돼도 스스로 치유할 저항력을 갖게 된다.



현재 GSK를 비롯해 사노피파스퇴르,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백신(Vaxin), VGX파마수티컬스 등이 동물 및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미국과 영국 공동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을 함께 사용하면 환자 발생률을 3분의2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백신개발 도전=녹십자도 AI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십자는 6월부터 주로 독성과 안전성, 유효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AI 백신 전(前)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 백신은 사람과 가장 유사한 독감 증상을 보이는 쥐, 페럿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00% 항체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AI 균주와 같은 유전형을 가진 야생 바이러스에 대해 완벽한 방어효과를 나타냈다는 게 녹십자측의 설명.



녹십자 관계자는 "AI 균주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한 허가만 나오면 AI 백신 생산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늦어도 2010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현재 산업자원부와 전남도 지원으로 전남 화순에 백신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다. 녹십자는 이미 2005년 영국 NIBSC에서 AI 균주를 확보해 소규모 생산 공정을 확립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연세대 성백린 교수가 미국의 ㈜메디바스와 함께 AI 바이러스의 표피 단백질만으로 백신을 만드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성 교수팀은 최근 한 번에 여러 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스프레이형 백신에 대한 동물실험에 성공, 이를 AI 백신에 적용하는 연구도 추진중이다. 이밖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두한 박사는 한약재 '어성초'에서, ㈜알앤엘바이오는 오리나무에서 AI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추출해 AI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 또는 약차로 개발하는 연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기수 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