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은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경제적이고 에너지 효율도 좋기 때문이다.

우선 풍력발전은 단위당 발전 비용이 적게 든다. 태양광과 비교하면 발전단가가 8분의 1 수준이다.

소요 면적도 작다. 풍력발전에 소요되는 면적은 화력발전의 37%, 태양광발전의 41%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각 국가들은 풍력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같은 이유로 95년부터 2005년까지 지난 10년간 발전용량 기준 연평균 28.5%, 신규 설치용량 기준 24.5%의 고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향후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풍력전망’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세계 풍력발전 용량은 연평균 17.9%, 신규 설치용량은 9.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2005년 총 16조원 규모였던 풍력발전시장이 2010년에는 37조원 규모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풍력발전에 역량을 모아온 유럽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덴마크의 경우는 전체 발전 수요의 무려 22%를 풍력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현재 국내에는 모두 3개의 민간투자에 의해 조성된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2006년 말 현재 국내 풍력발전 용량은 175MW다. 총 누적설치용량이 20GW를 넘어가는 독일에 비하면 아직 ‘새 발의 피’도 안되는 셈이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기 판매’를 목적으로 조성된 발전단지다. 강원풍력(98MW), 영덕풍력(39.6MW), 제주 한경풍력(6MW), 행원풍력(9.7MW), 양양풍력(3MW) 등 다섯 군데다.

풍력발전을 통해 투자 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게 두 가지다. 풍력발전 전기료에 대한 차액보전과 탄소배출권 확보가 대표적이다. 전기료 차액보전과 관련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1kW당 107원에 정부가 매입해준다. 국내 평균 전기거래 요금이 1kW당 65원가량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1kW당 40원 이상 비싸게 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워낙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인지라 이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이다.

탄소배출권은 왜 이익이 되나. 현재 탄소배출권은 상품처럼 팔 수 있다. 교토의정서는 각 기업과 국가에 대해 일정량 이상의 탄소를 내놓지 말도록 규제한다. 이 제한량을 넘어가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차이를 메울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청정 발전에 기여하는 세력에는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탄소배출권이 배당된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탄소배출권을 얻은 업체는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돈을 받고 팔 수 있으므로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이 같은 발전 사업에 참여한 국내 업체는 유니슨 정도다. 유니슨은 각각 강원풍력과 영덕풍력에 32%와 56%의 지분참여를 했다. 지분율만큼 수익금과 탄소배출권을 얻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외국 업체. 때문에 “국내 풍력발전으로 인해 얻는 이익과 탄소배출권이 모두 외국사에 빠져나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안규상 유니슨 경영기획실장은 “유니슨이 발전단지 주주 중 하나로 뛰어들었던 2000년대 초기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풍력발전 사업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부터 관심이 증폭돼 투자 의사를 가진 기업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풍력발전기 공급 부족 등의 문제로 발전단지 건설이 용이하지 않은 형편”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실제 현재 풍력발전기는 2년 정도 주문이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5개 풍력발전단지가 매전용이라면 자가용 발전단지나 개인용 소형 발전기도 꽤 있다. 우선 지자체가 정부로부터 비용의 70%를 지원받아 조성해 지자체 자가발전용으로 사용하는 단지로는 새만금(4.5MW), 대관령(2.64MW), 태백(4.25MW), 울릉도(0.6MW), 포항(0.66MW), 신창(1.7MW) 등이 있다.

개인이나 공장이 설치하는 100kW 미만의 소형 발전기도 꽤 보급이 돼 있다. “역시 정부로부터 설치비의 70%를 지원받아 공사가 이뤄지는 개인 자가발전용 발전기도 현재 40~50대가량 보급돼 있다”는 게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팀장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 자가용 보급은 최근 명맥이 거의 끊긴 상태다. 100kW급 소형 발전기 한 대의 설치비용은 1억원가량. 정부에서 7000만원 지원을 받는다 해도 3000만원가량은 개인 돈이 들어간다. 현재 이 같은 소형 발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로는 국내 중소기업인 ‘오로라’와 ‘준마’가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 기술력이 정교하지 않다 보니 발전기가 고장이 잦고 유지보수가 제대로 안 돼 아예 서버리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이 같은 얘기가 퍼지면서 개인은 개인대로 설치를 꺼리고, 정부는 정부대로 감사를 의식해 지원 사업을 꺼리는 양상이 벌어진 탓이다.

■ 유니슨이 대표주자 ■

풍력발전시장에 뛰어들어 황금알을 찾고 있는 국내 플레이어들은 어떤 업체들일까. 관련 업체는 풍력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풍력발전기 부품업체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풍력발전단지를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는 업체가 첫 번째고, 풍력발전단지의 핵심인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두 번째라면, 풍력발전기에 소요되는 각 부품을 만들어내는 업체가 제일 후자라 할 수 있다.

국내 업체 중 풍력발전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유니슨’이다. 유니슨은 유일하게 풍력발전 사업, 풍력발전기, 부품 세 가지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업체다. 84년에 설립돼 교량 받침 등의 토목건설기자재 사업을 영위하던 유니슨은 2001년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말 기준 175MW인 풍력발전량 중 137kW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대표 발전단지인 강원풍력발전소와 영덕풍력발전소 두 곳을 설계하고 공사한 업체가 바로 유니슨이다. 또한 750kW급 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해 1년간의 실증을 거쳐 8월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인증까지 받은 제품으로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게 안규상 실장의 설명. 유니슨은 또 효성과 함께 2MW 발전기 개발을 하고 있는 두 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정부지원을 받아 2MW급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는 두 업체는 2009년까지 실증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총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경남 사천에 발전기 조립공장, 타워 조립공장, 단조공장 등을 건설 중이다. 특히 단조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직접 만들어 부품서부터 발전기를 거쳐 발전단지까지 일괄생산한다는 청사진이다.

유니슨 외에 풍력발전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니슨과 동일한 속도로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는 효성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양산을 목표로 3MW 발전기를 개발 중이다. 그런가하면 한진산업은 이미 1.5MW 제품을 내놓고 제주도에서 실증 와중에 있다. 다만 한진산업 제품은 부품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들여와 조립했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 국내 업체들의 풍력발전기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지금까지 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덴마크 베스타스사 제품 등 대부분 외국산이었다. 이들 풍력발전기를 들여와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업체로는 유니슨 외에 STX엔진과 효성 등이 있다. STX엔진은 제주 한경풍력발전단지 2단계를 짓고 있고, 효성은 강원도에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증시에서 ‘풍력테마주’를 형성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풍력발전기 제조에 소요되는 부품 제조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동국S&C, 현진소재, 평산, 태웅 등. 이들은 베스타스, GE윈드 등 세계적인 풍력발전기 업체에 부품을 납품한다.

이 중 동국S&C는 윈드타워시장 세계 1위, 평산은 타워플랜지시장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외에 현진소재는 자회사 용현BM과 함께 메인샤프트와 로터샤프트를 생산해 풍력발전시장 고성장의 열매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중인가 하면 태웅도 메인샤프트와 타워플랜지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지난해 기준 이 같은 풍력발전기 부품만 모두 3억달러어치 이상이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들 업체가 만드는 부품이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은 아니다.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은 흔히 풍차 날개라고 불리는 ‘블레이드’, ‘기어’와 ‘발전기’ 등 세 가지다. 그러나 국내 부품업체들은 아직 이 부분에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윈드타워’는 풍차를 꽃으로 봤을 때 꽃 모양인 블레이드와 땅을 연결해주는 줄기 모양의 지지축에 해당한다. 그러나 몇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지축을 한 개로 만들 수는 없으므로 여러 개의 지지축을 이어야 한다. 이때 지지축을 이어주는 이음새 부분이 바로 ‘타워플랜지’다. 결국 특별한 기술력이 들어간 제품이라기보다는 단조(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일) 제품의 일종이다.

이처럼 풍력이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풍력발전에 한 발을 담그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술력이 있네, 없네’ 등의 진실게임 논란도 그치지 않는다.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케이알도 논란의 주인공 중 한 당사자다. 케이알은 최근 ‘세계 최초로 수평축 풍력발전기 단점을 개선한 수직축 풍력발전기를 개발했으며 중국과 수출계약을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 천석현 에너지관리공단 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세계적인 풍력발전단지는 100% 수평축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독일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 업체에 의해 수직축 발전기 개발에 대한 논의가 있긴 했는데 모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을 접었다. 풍력발전기는 워낙 고가 제품이다 보니 국제인증이 필수다. 국제인증을 받아야만 제조업체가 비로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을 못 한 상태에서 운영하다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업체에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 있어, 보험 가입을 못 한다는 것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 인터뷰 l 손충렬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회장·인하대 기계공학부 교수 】

◆ 한국 대기업 참여 절실해

Q> 풍력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나.

A> 신재생에너지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고용창출에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산업이다. 풍력발전 1MW당 12~13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독일은 조선과 철강 등 기존 산업이 무너지면서 거리로 몰려나왔던 인력을 풍력발전에서 상당 부분 흡수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Q> 한국 풍력발전 사업의 이익이 너무 외국 업체에 몰린다는 지적이 있다.

A> 한국 풍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목적은 오로지 투자수익이다. 투자금에 따른 수익금만 그대로 가져갈 뿐 한국 풍력발전에 대한 재투자 등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향후 한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Q> 왜 그동안은 국내 대기업들이 풍력발전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나.

A>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이 가장 앞서있는 유럽의 경우 풍력발전단지 자체를 상장하기도 하고, 국민주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주식을 공모해 투자재원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도 하루 빨리 관련 법령이 정비돼 보다 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또 다양한 수익원을 찾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Q> 국내 풍력발전기가 아직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보니 대부분 외산 제품을 사다 쓰고 있다.

A> 외산 제품은 유지·보수비가 엄청나고 AS도 제때 받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한국에서 고치고 싶어도 해당 업체에서 ‘한국에서 손을 대면 영영 AS를 해주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 빨리 대체 국산 제품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