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가나다 순)

구정회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김기준 산업자원부 신재생에너지팀장

정근해 대우증권 선임연구원



Q>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선 우리나라는 현재 어느 수준인가요.

A> 김기준 팀장: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기울이고 지원에 나선 것은 고유가 시대가 시작된 2003년 이후부터입니다. 2003년 당시에는 1100억원대의 지원액으로 시작했지요. 그 뒤 꾸준히 늘려 올해에는 4350억원에 달합니다.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주도해 시장을 창출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지요. 2004년과 2006년 사이 관련 업계의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 덕에 태양광·풍력 등은 선진국 기술의 70%, 수소연료·바이오 분야는 50% 정도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지요.

A> 구정회 부회장 : 정부의 태양열주택보급 보조사업, 태양광주택 10만호 사업 등은 칭찬해줄 만하지요. 정부는 그간 인프라 구축, 발전 차액 지원, 설비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관련 업계를 독려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값싸게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했습니다.

A> 정근해 연구원 : 지난해 빌게이츠를 비롯해 미국의 사모펀드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71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실리콘밸리도 투자액이 4배 이상 늘었고요. 그만큼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테마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7월 12일 기준으로 태양광 관련 상장기업은 연초 대비 200%가 올랐고 풍력 관련 기업의 상승률은 220%에 달합니다. 자본시장이 환경과 에너지 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요. 관련 기업들 중 일부가 서서히 수익을 내기 시작한 점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먼데요. 최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의 경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르는 점도 걱정입니다.

A> 정 연구원 : 최근 연예기획사가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다고 공시를 내는가 하면 그간 산업적 연관성이 거의 없는 회사들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투자자들도 미래가치에 대해 낙관해 돈을 밀어 넣으면서 이상 급등하는 종목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선전만 요란하거나 껍데기뿐인 계획을 내놓은 기업들이 생기면서 건실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A> 구 부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소속 업체는 170여개가량 됩니다. 관련 기업까지 합하면 850개 기업이 존재하지요. 이 중 특정한 기업들은 실제 해외에서 플랜테이션 농장 계약을 했다거나 생산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고 발표하기도 합니다. 맞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A> 김 팀장 : 기술개발 정보 자체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초에 한 업체가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1000억원짜리 수출계약을 했다며 이 때문에 스리랑카 전력담당 장관이 방한하니 자리를 빛내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접촉했을 뿐인데 업체에서는 마치 산자부가 인증하는 사업이란 식으로 홍보하고 있어 황당했지요. 스리랑카 장관이 방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요. 한 수소연료 업체는 산업박람회에 참가해서는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산자부 직원들의 사진을 찍고 ‘산자부가 공인한 꿈의 기술’이라고 광고하며 대리점을 모집하기도 했지요.

Q> 대책은 없는지요.

A> 김 팀장 : 투자자들이라면 적어도 관련 기관에 한두 번 정도 확인을 해야 합니다. 산자부 산하 신재생에너지팀이나 에너지관리공단 내 신재생에너지센터 등에 문의하면 해당 업체의 기술력, 공시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이 가능합니다. 시장이 교란되는 이유는 부정확한 정보 때문인데 정부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겁니다.

A> 정 연구원 : 기존 사업이 탄탄했던 기업들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태양광의 경우 반도체 등 연관 산업에서 기술력을 인증받은 기업들이 많습니다. 풍력은 모터, 단조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을 꼽아보면 신뢰가 가는 업체들이 보입니다.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에도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태양전지 소재사업에 뛰어든 동양제철화학의 소디프신소재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Q>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요.

A> 구 부회장 : 아직까지는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태양광의 경우 지원 기준을 100MW로 제한해 시장진입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바이오디젤의 면세도 최근 100%에서 75%로 축소해 관련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고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더욱 클 수 있으려면 2012년까지는 예산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아울러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태양광의 경우 일조량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경제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권장하는 것이지요. 풍력발전의 겨우 일정하게 바람 부는 곳이 한정돼 있는 만큼 그런 지역이 생태계보호지역, 군사보호지역이라 할지라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전향적인 검토를 해줬으면 합니다.

A> 김 팀장 :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포함해 정부는 11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그간 지원에 따른 효과를 감안해 차별화된 지원전략을 수립하지요. 여러 산업군 중 일자리 창출, 관련 산업의 파급 효과가 큰 태양광·풍력·수소연료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예정입니다. 아울러 3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연말까지 준비해 내년 상반기에 확정할 계획입니다. 2003년 당시에는 실질적인 기반이 없던 상황에서의 예측이었기에 청사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부쪽에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자율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그린 프라이스(Geeen Price)’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뒷받침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