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발굴은 모든 경영자들의 희망사항이자 과제다. 핵심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면 신규 시장 개척은 더 절실해진다. 삼광유리는 '사양산업의 부활'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좋을 만큼 사업구조 전환에 성공했다. 유리병 제조업체에서 생활용품의 신흥 주자로 떠올랐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발판도 마련했다.

병·캔에서 생활 유리식기로 주력제품 전환

67년 창립된 삼광유리는 유리와 캔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다. 병 제조시장에서 테크팩솔루션에 이은 시장점유율 23%의 2위 사업자다. 캔 제조 분야에서도 시장점유율 18%로 탄탄한 지위를 지켜왔다. 삼광유리는 롯데칠성, 진로, 하이트맥주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B2B 영업을 해왔다. 탄탄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긴 하나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음료회사들의 주문만 바라보는 '천수답' 영업도 문제였다.

해법은 생활용품이었다. 하지만 플라스틱용기에 견주면 시장이 너무 작았다. 무겁고 깨지기 쉽다는 유리의 특성 때문이다. 생활용품 사업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2006년 매출이 2002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경영진은 그래도 신성장동력은 생활용품에 있다고 보고 묘안 마련에 들어갔다. 2004년부터 3년여간의 개발 끝에 내놓은 제품이 밀폐형 유리식기 '글라스락(Glasslock)'이다.

이 제품이 출시된 2006년은 회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할 만큼 히트를 쳤다. 마침 친환경 제품이 선호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플라스틱 대신 유리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무엇보다 제품이 괜찮았다. 밀폐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쟁업체의 경우 유리가 뚜껑과 맞지 않는 등 불량품이 많았다. 반면 삼광유리는 유리를 직접 생산해 품질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았다. 내열강화유리로 쉽게 깨지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에 사용해도 문제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소비자의 호평이 이어졌다. 2007년 480억원, 2008년 580억원이던 글라스락 매출은 지난해 850억원으로 뛰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유리식기 매출 규모가 500억원이 안 됐던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연 것과 다름없었다. 자연스럽게 사업 포트폴리오도 변해갔다. 2006년 용기사업 84%, 생활용품 16% 구조였던 사업구조는 용기 64%, 생활용품 36%로 변했다.

올해는 글라스락 매출 향상 덕에 전체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B2B 모델을 가진 그럭저럭 안정적인 회사에서 B2C 모델의 공격적인 용기업체로 변모한 셈이다. 글라스락이 인기를 더하며 삼광유리 대신 글라스락 제조회사로 불리게 됐다. 홈페이지 주소도 www.glasslock.co.kr이다. 올해부터 기업이미지(CI)에도 글라스락을 부각시켰다.

코스트코 등 미국 내 유통망 접수

신시장을 만든 새 제품을 냈다는 점도 긍정적이지만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삼광유리를 주목한다. 글라스락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60개국에서 지금까지 1억개 이상 판매됐다. 특히 미주지역 선호도가 높다. 유리 밀폐용기의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가 미국 음식문화와 잘 맞는다는 평가. 미국 생활전문지인 '굿하우스키핑'은 자체 연구소에서 진행한 28개 종류의 보관 용기 테스트를 실시한 뒤 글라스락을 유리용기 부문 1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제품력과 선호도 덕분에 까다롭게 입점 상품을 고르기로 유명한 할인점 코스트코도 지난해 2월 글라스락을 받아들였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마샤 스튜어트'로부터 마샤 스튜어트 컬렉션에 선정됐다.
마샤 스튜어트 컬렉션은 '살림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미국 주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샤 스튜어트가 만든 주방용품 및 가구 전문 브랜드. 이번 선정을 계기로 미국 메이시백화점을 비롯한 850개 마샤 스튜어트 컬렉션숍에서 9종의 유리 밀폐용기를 '마샤 스튜어트 글라스락'이라는 이름으로 팔게 됐다. 올해부터는 미국 젊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레이첼 레이 컬렉션'에도 공급한다. 레이첼 레이는 30~40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요리연구가다. 그는 할인점 전용 브랜드 레이첼 레이 컬렉션을 운영 중이다. 황도환 사장은 "마샤 스튜어트, 레이첼 레이를 통해 젊은 주부에서 중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고객층을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글라스락은 미주지역에서만 1650만달러(180억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황 사장은 "비비비(BBB), 콘테이너스토어, 콜스 등 주요 대형 매장에 이미 들어갔고, 입점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수출이 현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광유리는 인천공장 생산량으로는 늘어나는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고 보고 논산공장을 증설한다.

매출 다변화에도 나선다. 황 사장은 "연 2회 열리는 세계유리식기전시회를 통해 글라스락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중동, 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달 '밀라노소비재박람회(MACEF2010)'를 시작으로 15개 이상의 박람회에 참석한다. 삼광유리는 유리젖병 등 아기용품시장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이미 미국에 들어갔다고 국내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계열사도 탄탄하다. 삼광유리의 모회사는 OCI다. 삼광유리가 30% 지분을 보유한 이테크건설은 OCI의 태양광사업 플랜트를 수주해 안정적이다. 지분 25%를 보유한 군장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해 산업용 증기를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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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종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이 본 주가

글라스락 매출 호조로 5만원 돌파 가능

삼광유리는 유리병과 캔을 제조하는 B2B사업과 생활용 유리식기를 제조하는 B2C사업을 보유한 회사다.

유리병과 캔 제조사업은 탄탄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 생활용 유리식기 사업은 글라스락의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전체 성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2005년 매출 비중이 10%에 불과했던 생활유리식기 사업부문은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한 글라스락 덕분에 2009년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 영업이익률의 경우 2005년 4.2%에서 2009년 10% 이상으로 전망된다.

글라스락이 삼광유리 수익성을 견인한다고 볼 수 있다. 글라스락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국외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2008년 북미 시장 진출 이후 수출액 역시 연간 100%씩 성장하고 있다.

주가 역시 이런 실적개선을 반영해 2005년 말 1만1100원에서 2007년 10월 22일 5만7200원을 기록하면서 415%의 상승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체적인 시장 하락으로 주가 조정이 있었으나, 견실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빠르게 회복해 2009년 말 4만4050원으로 마감했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삼광유리의 주가 4만4050원은 2009년 예상 EPS 대비 약 7배에 불과해 코스피 평균 13배(MSCI 기준)에 비하면 크게 저평가된 수준이라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글라스락의 코스트코(Costco) 입점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북미 시장의 판매망을 확충할 계획이며 아울러 북미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의 수출도 증가시킬 계획이다.

글라스락의 호조로 제품 수요가 인천 공장의 생산능력을 조만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2010년 유리식기 공장을 논산으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신규 설립되는 유리식기 공장은 현재 생산능력 대비 2배 규모다. 소요되는 자금은 인천 공장의 부지매각과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삼광유리는 확장 이전을 통해 내수와 수출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