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 코스피 지수는 2085.45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10년 내 최고치였다. 그런데 그 직후 주가는 추락을 거듭해 8월 22일에 이르러 1400대로 내려앉고 말았다. 9월 18일에는 한때 1366.88까지 떨어져 최고점에 비해 -34.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폭락장 중 세 번째 규모다.

이런 폭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비롯됐다.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상품을 취급했던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되면서,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들이 팔리거나 문을 닫았으며, 보증(보험)기관이나 상업은행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줄줄이 팔려나가는 실정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9월 28일, 금융기관 구제법안의 표결을 앞둔 미국 의회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붕괴위기에 처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에서 끝나지 않고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금융과 실물 부문의 위축은 주식시장을 강하게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일 때까지 증시의 추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손실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아무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나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들도 이구동성으로 증시가 당분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리라 예측해 암울한 전망이 두꺼운 먹구름처럼 증시 전체를 뒤덮은 형국이다.

증시 폭락으로 이미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전망 또한 불투명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반등을 기대하며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손실을 감수하고 현금화해야 할지 명확하게 판단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주식과 현금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게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먹구름”

이는 투자전략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택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기 모멘텀 투자전략이고, 또 하나는 장기가치 투자전략이다. 전자는 시세의 변동 추세와 원인을 분석해 주가의 향배를 예측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기업의 가치 추세와 수준을 파악해 주가의 추세를 예측하는 전략이다.

모멘텀 투자전략을 따르는 단기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주식을 팔아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시세의 등락을 결정하는 ‘재료’와 ‘수급’의 측면을 살펴보면 주가가 하락할 소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역시 극도로 위축돼 있어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받지 마라’는 격언이 있다. 단기투자자들은 당분간 떨어지는 칼날을 피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주식을 들고 있지 말고 현금으로 바꿔 놓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가치투자 전략을 따르는 장기투자자에게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우량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가치투자 전략은 기업의 가치에 비해 주식이 쌀 때 사두었다가, 주가가 기업가치를 뛰어넘을 때 팔아 큰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주식시장은 항상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는 고평가와 저평가 사이를 오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역발상 투자전략을 이용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폭락하면서 주가순이익배수(PER)가 9배까지 내려가고 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배수인데, 투자자가 PER이 9배인 주식을 샀다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으로 9년 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PER은 13배가 평균적인 수준인데 9배로 떨어졌다는 것은 주가가 평균적인 기업가치의 70% 밑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낮은 PER 상태는 10년에 두세 차례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폭락기는 주식 바겐세일 기간인 셈이므로 투자자는 투자를 중단하고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우량기업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나가야 한다. 이럴 때 투자자는 시장평균을 뛰어넘는 탁월한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장사꾼이 가격이 쌀 때 물건을 많이 사뒀다가 가격이 비싸질 때 물건을 내다 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주식 투자만으로 포브스지 선정 세계 1위의 부자에 오른 워런 버핏은 “신문에서 ‘주가 폭락, 투자자 손실’이라는 헤드라인을 보면 미소를 지어라. 그리고 ‘시장 하락, 매도자 손실, 매수자 이익’이라고 바꾸어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 10월 이후 20조원 가까운 현금으로 9개 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를 단행하고 있다.

그는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우리는 항상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린다”며 역발상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도 9월 24일 유동성 위기에 빠져 주가가 폭락한 동아시아은행에 투자했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투자철학을 “인퇴아진 인취아기(人退我進 人取我棄·다른 사람들이 물러날 때 나는 나가고, 다른 사람이 얻으려 할 때 나는 포기한다)”라고 말해 왔다.

“다른 사람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주식을 내다 팔 때 나도 함께 팔고, 다른 사람들이 낙관적인 기대에 휩싸여 주식을 사려고 덤빌 때 나도 함께 줄 선다면, 즉 남들과 똑같이 움직인다면 남보다 절대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할 때다. 앞에서 단기투자를 지향하는 사람은 주식을 팔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유종목이 우량기업이라면 섣부른 실망감 때문에 주식을 투매하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시장은 결국 다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주식 매도는 자칫 ‘꼭지에서 사서 바닥에서 파는’ 우매한 결과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로 수렴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주식이 저평가 상태로 떨어져 있다면 그냥 보유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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