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토러스투자증권과 함께 향후 12개월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글로벌 대표 종목과 글로벌 업종 평균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 증시의 상당수 종목이 크게 저평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은데 이익 급증세가 덜 반영되면서 PER 기준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갭 메우기를 할 경우 대표주인 IT와 자동차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기민감 소비재는 세계 평균 수준을 나타내는 MSCI 월드 지수의 PER가 16.3배에 거래되는 반면 MSCI 코리아 지수는 9배에 불과했다. 44.9%나 할인된 셈이다.

자동차만 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PER는 각각 10.4배, 7.4배로 도요타 23.7배, 닛산 16.4배보다 낮게 거래됐다.

그러나 PBR 기준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차 PBR가 일본 유럽 자동차업체보다 다소 높았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할인폭은 훨씬 컸다.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는 PER가 각각 10.3배, 9.4배, 5.5배에 불과했으나 덴소와 존슨컨트롤스 등은 15배를 훌쩍 넘겼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부품주는 이익의 견고함과 성장성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경기민감 소비재 뒤를 이어 건설ㆍ조선ㆍ기계 업종이 포함된 산업재(할인율 36.7%), 반도체ㆍ디스플레이를 포함한 IT업종(35.7%), 화학ㆍ철강 등 소재업종(32.4%) 순으로 할인폭이 컸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가 PER 5.3배로 마이크론(7.2배) 엘피다(6.5배) 등 주요 경쟁사와 비교해도 가장 저평가됐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삼성SDI가 PER 23.2배로 샤프(17.9배)와 AUO(11.2배) LG디스플레이(7.2배)보다 훨씬 높았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사업부가 분산된 홀딩컴퍼니 역할을 하므로 단순히 PER로 비교할 수 없고 PBR 기준으로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철강에서는 국내 1위 포스코가 PER 8.8배인 데 반해 신일본제철(11.8배) 바오산철강(10.8배) 아르셀로미탈(16.1배)은 10배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헬스케어 업종은 글로벌 평균 PER가 12.1배인 데 반해 한국은 14.8배로 오히려 22.3% 고평가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바이오주 셀트리온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덕에 2010년 기준 PER가 30배가 넘고 PBR는 7.6배에 달한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PER 7.6배, 존슨앤드존슨과 노바티스가 각각 13.3배, 10.4배에 거래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LG생명과학 24.8배, 동아제약 15.2배, 유한양행 12.8배로 높게 거래됐다.

한편 유통 1위 신세계의 PER는 월마트나 테스코와 비슷했고, 대한항공도 PER 16.7배로 싱가포르항공(15.2배) 캐세이패시픽(18배)과 견줄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