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은 대표적인 ‘100원 떼기, 1000원 떼기 장사’로 치부된다. 판매가가 몇 백~몇 천원짜리 물건이 대부분인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식품업계에서 1조원 매출은 다른 업계에서보다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2007년 결산 기준 식품업계 1조클럽 멤버에 새로운 2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오뚜기 카레’로 유명한 오뚜기와 ‘맥심커피’의 동서식품. 각각 내년과 올해에 창립 40주년을 맞는, 다른 듯 닮은 두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오뚜기는 어떤 회사?
마요네즈·카레 점유율 80%

강신국 오뚜기 사장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 CM송 멜로디가 아직도 선연한 오뚜기는 최초, 1등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식품 기업 중 하나다.

회사 설립연도인 69년 국내 최초 즉석카레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3분류 레토르트 등을 줄줄이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점한 시장인 만큼 지금도 독보적인 1위 자리가 확고하다. 마요네즈와 케첩, 분말카레, 레토르트 시장에서 모두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당면, 국수, 수프, 즉석국 역시 60% 안팎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2007년 11월 시장조사기관 AC닐슨 조사 기준 26종(오뚜기 전체 생산품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에서 1등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오뚜기의 1조클럽 멤버 등극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2005년 9809억원의 매출액을 올림으로써 이미 2006년 1조원 매출이 기대됐다. 그러나 2006년에는 9702억원으로 오히려 매출액이 줄어들었다.

사실 2006년은 오뚜기에 여러모로 좋지 않은 한 해였다. 매출액뿐 아니라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가공식품 부문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제품 할인율이 커졌던 게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2007년 들어 다시 상황이 반전됐다. 2007년 매출액은 1조587억원으로 9%나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91억원, 461억원으로 65%, 45% 늘어났다. 2006년 말 삼포식품을 인수하면서 냉장, 냉동식품 분야에 새롭게 뛰어드는 등 제품 다양화에 성공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올 초부터 오뚜기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다.

지난 1월 28일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에 의해 ‘오뚜기밥’이 우주식품으로 최종 선정된 것부터가 호재다. 그동안 주가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던 자산가치(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평촌 공장 등)가 새롭게 부각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도 높아졌다(2월 29일 현 주가 12만4000원, 목표주가 20만~23만원). 덕분에 내년 창립 40주년을 눈앞에 두고 최고의 한 해를 맞이할 기대감이 팽배해있다.

동서식품은 어떤 회사?
맥심, 커피점유율 80%

이창환 동서식품 사장

동서식품은 오뚜기보다 1년 빠른 68년에 설립됐다. GF(General Food)사와의 합작회사로 시작, 이 같은 합작관계는 지금도 유효하다. 크래프트사가 GF를 인수하면서 합작사가 GF에서 자연스레 크래프트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커피 업체로 출발한 동서식품은 지금도 매출액의 80%가량을 커피 한 품목에서 올리고 있다.

동서식품 커피의 시장점유율은 75%가량. 특히 커피믹스시장에서 맥심 커피믹스는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커피를 뺀 나머지 매출액은 포스트 시리얼, 녹차, 벌꿀, 보리차 등에서 나온다.

이처럼 커피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세울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 74년 순수 한국 기술로 커피 크리머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첫 기업이 됐는가 하면 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두 번째 20년 가까이 배우 안성기씨가 모델로 나온 광고를 통해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던 2003년 이후로도 동서식품은 고성장을 계속해왔다.

2003년 694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이어 2004년 7584억원, 2005년 8246억원, 2006년 8947억원, 드디어 지난해에 1조130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매년 1000억원대를 꾸준히 내고 있고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도 1067억원을 기록한 알짜배기 회사다.

다만 커피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동서식품의 약점이다. 식품 회사는 특성상 부정적인 외부 요인이 몰아치면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커피와 관련한 안 좋은 이슈라도 제기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올해 40주년을 맞은 동서식품은 향후 커피 이외의 새로운 메가 브랜드 만들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다른 듯 닮은 두 회사
①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

오뚜기는 함태호 창업주가 ‘국민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경영이념을 갖고 설립했다.

함 회장 밑에서 오래도록 경영 수업을 받은 함영준 사장이 2000년에 대표가 되면서 2세 경영 체제로 들어섰다. 그러나 실무적인 일은 73년 오뚜기에 입사해 영업본부장, 오뚜기라면 사장 등을 지낸 후 2000년 함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선임된 강신국 사장이 모두 담당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대표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합작회사인 동서식품 역시 오너는 뒤로 물러나있고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책임지는 체제를 오래도록 고수해왔다. 김재명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김석수 부회장은 회사 경영 전반에 일일이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이창환 사장이 동서식품 경영을 책임진다. 창업주 큰아들인 김상헌씨는 동서식품 지주회사 격인 (주)동서 회장을 맡고 있다. (주)동서 역시 박현기 사장이 경영을 전담하는 체제다.


② 식품업 한우물 파다

오뚜기와 동서식품은 한 눈 팔지 않고 식품업에서만 한우물을 파왔다.

현재 오뚜기에는 3개의 관계사가 있다. 오뚜기라면과 참기름·후추를 생산하는 오뚜기제유, 오뚜기 제품을 전국 각 지역으로 배달하는 업무를 맡은 오뚜기물류 등 3개 회사다. 실질적으로 모두 오뚜기라는 우산 내에 포함되는 기업들이다. 실제로 오뚜기라면과 오뚜기제유의 전 제품은 오뚜기 판매망을 통해 전국 각지에 보급된다.

동서식품은 지주회사인 (주)동서 자회사로 돼있다. (주)동서는 합작사인 크래프트 제품 판매 등의 식품사업과 동서녹차 티백 등 포장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업. 지난해 235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외에 동서유지, 동서물산(국산차), 대성기계(식품기계) 등이 동서식품과 마찬가지로 (주)동서 관계사들이다.


③ 거대 브랜드를 물리치다

오뚜기와 동서식품의 거대 외국 브랜드 정복기는 식품업계에서 유명한 스토리다.

세계 최대 마요네즈 브랜드 베스트푸드가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오뚜기 때문이다. 베스트푸드 마요네즈로 잘 알려진 미국 CPC인터내셔널은 80년대 초 미원(대상의 옛 이름)과 손잡고 한국크노르를 설립한 후 ‘리본표 크노르 마요네즈’를 출시했다. 오뚜기보다 외형이 10배나 큰 미원의 유통망과 소비자들의 외제 선호 현상이 겹쳐 리본표 제품은 점유율 35%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위기를 오뚜기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타개해나갔다. 국내 소비자들은 고소한 맛의 마요네즈를 선호한다는 결과를 근거로 ‘골드 마요네즈’를 출시해 리본표의 침략을 제대로 막았다. 이후 리본표 상승세가 꺾이면서 급기야 96년 CPC인터내셔널과 미원은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 토마토케첩 1위 업체 하인즈도 국내에서는 오뚜기 아성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동서식품 또한 네슬레라는 거대 기업에 맞서 시장을 성공적으로 지켜냈다. 한국네슬레는 97년 이후 매년 3%씩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2006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20%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