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지주회사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1)

지주회사 붐이 한국 증시에 불고 있다. 올해에만 네오위즈, 웅진씽크빅, 중외제약으로 이어지는 중견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드디어 국내 유수의 기업집단인 SK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였다.

게다가 이미 입법예고된 지주회사 규정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기업집단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지주회사 분할에서 신규 자회사들에 대해 인덱스펀드들이 재미있는 투자기회를 선사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칼럼 [인덱스 펀드의 틈 파고들기]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모회사가 되는 지주회사 쪽은 어떨까? 인덱스 펀드들이 무차별적으로 매도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기회는 전혀 없는 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나는 새로 생기는 지주회사와 자회사 중에 어느 쪽을 더 주시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지주회사를 주시해야 한다고 답한다. 세세한 이유는 지주회사로 전환 중인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신규 지주회사는 저평가되고 당분간 시장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주회사가 소외되는 이유는 대개 기업가치가 나빠서가 아니다. 따라서 신규 지주회사들을 그냥 잠깐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업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재미있는 투자기회를 얻는다.

가치투자자는 보통 야구에서 수많은 공 중에 치기 좋은 코스의 공만을 기다렸다가 치는 4할 타자에 비유된다. 하지만 상대팀의 어떤 선발 투수 A가 주로 치기 좋은 공만 던지는 삼류 투수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타자는 투수 A가 어떤 공을 던질까보다 대체 선발로 언제 나올까에 관심이 더 가지 않을까?

만약 신규 지주회사가 높은 확률로 저평가 된다는 필자의 주장이 맞다면, 가치투자자들은 가치투자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저렴한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시장의 패닉은 몇 년마다 한 번씩 오지만 지주회사 분할은 일 년에 여러 번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직 대부분 사람들은 미심쩍음이 남아있을 것이다.그럼 아래 차트를 보자. 작년에 분할한 지주회사 태평양의 월간 차트이다. 차트 분석에 흥미가 없는 가치투자자도 이럴 때는 차트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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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에서 태평양의 주가는 분할 거래정지 기간이 풀린 이후에 급락했다. 태평양-아모레퍼시픽 분할 전의 종가가 기준가였기에 시작가격이 너무 높았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경제신문에서는 태평양과 농심홀딩스를 비교하며, 두 분할한 기업의 주가가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태평양이 농심홀딩스에 비해 자산의 양과 질의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면 이번에는 농심홀딩스의 월간 차트를 보며 상장 초기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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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이 양과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다는 신문기사의 내용과 달리, 상장 초기 주가의 형태는 비슷하다.　분할 후에 두 기업 모두 몇 개월간 주가가 미끄러졌고 소강기를 거쳐 1년정도 지나면 회복하기 시작한다.

농심홀딩스 뿐만 아니라 분할설립된 다른 지주회사들(평화홀딩스, KPC홀딩스 등)의 차트를 살펴보아도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대량 거래와 함께 초기 급락하고 이후 회복되는 U자 형태이다.
이런 신규 지주회사들은 U자 형태의 급락기간이 끝날 때에 가서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토지, 건물을 제외하더라도 자회사의 시가총액 가치보다 저렴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분할 후 주가하락 중에도 지주회사들을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면 전자계산기 하나로도 기업가치를 쉽게 분석하고 저평가를 확신하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다.

이제 신규 지주회사들에 대해 약간은 흥미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즉시 신규 지주회사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지주회사는 어디까지나 기업 형태의 구분법에 불과하고 사업부 또는 분할방법이 똑같은 지주회사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배를 탔던 LG와 GS만 해도 같은 지주회사의 형태지만 서로 완벽히 다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서로 다른 지주회사들이 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기에 재미있는 투자기회를 만들어주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신규 지주회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이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신규 지주회사는 왜 투자가들에게 버려지는가?” “버려졌던 지주회사는 왜 다시 주목받게 되는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형제 또는 자매가 있는가? 필자에게는 친애하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덕분에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맛있는 음식을 사오시면 절반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형제의 우애를 다지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공평하게 나누려고 해도 언제나 둘 중 한 쪽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바람에, 그 쪽을 차지하기 위한 형제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기업을 둘로 쪼개면 주주들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한 쪽에만 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전해준 생존본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 버림받은 부분은 저평가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가치투자와 역발상투자의 좋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버림받는 부분이 바로 이 칼럼에서 다루고 있는 신규 지주회사이다. 이제 신규 지주회사가 버림받는 이유를 하나하나 알아보자.

◈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애널리스트의 비밀은 그들이 월급쟁이라는 것이다. 무슨 농담이냐고? 애널리스트들은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규 지주회사의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두 가지 제약을 받는다.

1) 각 애널리스트마다 정해진 담당 업종이 있다.
2) 소속된 증권사의 거래수수료 수익을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선호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를 활성화시킬 보고서를 써야한다.

석유화학업종을 담당하는 유능한 애널리스트 한 명을 상상해보자.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석유화학업종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SK를 잘 분석해왔다. 그런데 SK가 어느 날 갑자기 지주회사 SK와 석유화학자회사 SK에너지로 분할되었다. 이제 이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어느 쪽을 분석하고 싶을까? 당연히 사업자회사인 SK에너지일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 SK의 분석은 다른 업종을 포괄하는 분석이 필요하기에 다른 애널리스트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는 등 아주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 번째 제약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제약은 신규 지주회사 분석이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증권사 수익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지주회사 분할비율은 지주회사 3 : 사업자회사 7 정도로 이루어진다.

대체 어떤 애널리스트가 자회사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바꿔말하면 거래수수료수익을 절반도 못 내주는 지주회사를 분석하기 위해 자회사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겠는가? 물론 자회사 시장가치를 전자계산기로 곱해서 계산한 뒤 결과를 적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야 보고서 한 페이지를 채울 수도 없을 것이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런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제약은 애널리스트들이 지주회사에 대한 분석을 스스로 포기하게끔 만든다. 지주회사 분할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의 제출량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분할 전 기업을 분석하던 증권사들은 분할 이후 한두 곳을 제외하면 지주회사를 분석대상에서 제외해버리고 자회사만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한두 곳도 서서히 분석을 그만둬 버린다.

덕분에 지주회사는 반 년이상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없는 공백기, 즉 애널리스트들이 저평가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매수추천은 없는 독특한 위치에 있게 된다.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없는 회사는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펀드매니저

펀드매니저하면 필자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가지이다. 구두 뒷굽이 닳도록 탐방을 하는 탐방파 매니저나, 사무실에서 차분히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와 실적자료들을 분석하는 분석파 매니저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매니저 모두 지주회사를 매수하기를 꺼릴만한 이유들이 있다.

일단 탐방파 매니저는 사업부가 없는 종이회사인 지주회사에 탐방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자회사 중 한 곳을 선택해서 탐방간 후 자신이 탐방간 자회사를 보다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분석파 매니저는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쓰지 않는데다가 과거 실적과 변동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분석을 포기하고 지주회사를 투자대상에서 그냥 제외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유보다도 펀드매니저가 지주회사를 버리게끔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는 유동성이다. 1000만주를 발행한 어떤 기업이 3:7 지주회사 분할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지주회사의 발행주식수는 300만주가 된다. 지주회사에만 한정하고 생각한다면 주식수의 70%를 무상감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펀드매니저는 대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이런 유동성의 감소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유동성이 적은 기업을 장기보유하는 펀드매니저도 많다. 그러나 이런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시점부터 적은 유동성을 각오하고 매수한 것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분할 전 기업들은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가총액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펀드매니저들의 선호기업이었던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분할으로 지주회사 주식을 배정받는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유동성 감소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그 기업을 매수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주회사의 시가총액도 분할전보다 70%가 감소하기 때문에, 대개 자산운용사 내부적인 보유종목 시가총액 제한 규정에 걸리게 된다.

이제 펀드매니저들은 분할 후에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도 쓰지 않으며, 유동성도 형편없고, 시가총액도 크게 줄어든 지주회사를 보유하게 된다. 이 지주회사는 포트폴리오 내에 비중도 적어 관리하기도 귀찮다. 어떻게 보아도 보고서 잘 올라오고 유동성과 시가총액에서 더 나은 자회사가 훨씬 이뻐보인다. 여러분이 펀드매니저라도 당연히 지주회사의 비중을 줄여버리고 싶지 않겠는가?

지주회사 분할 후 한 달동안의 기관의 매매를 검색해보면, 대다수의 기관투자가가 분할 후 최대한 신속하게 지주회사를 매도해버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펀드매니저가 내치는 회사는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 애널리스트가 관심없는 기업이기도 하니 금상첨화이다.

◈ 가치투자자

그런데 가치투자자도 지주회사를 원하지 않는다.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치투자자 역시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지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가치투자자는 모두 기업의 가치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대원칙에서 동일하지만, 투자 기업 선호 성향에 따라 간단하게 성장/현재수익/청산가치 성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성장을 좋아하는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질을 첫째로 보기 때문에 신규 지주회사에 거의 관심이 없다. 새로 분리된 자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는 여러 다른 업종의 자회사를 가진 지주회사에 비해 사업부가 간단하기 때문에 성장 가치투자자의 사랑을 받는다.

예를 들면 자회사 아모레퍼시픽이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태평양을 관심기업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이 타입의 가치투자자는 주력사업인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부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비주력사업인 태평양의 제약, 유리병, 녹차 자회사에는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로 보는 경우가 많다.

현재수익을 좋아하는 가치투자자는 PER 또는 주당현금흐름을 중시한다. 문제는 이 수치를 산출하려면 적어도 1년동안의 과거실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규 지주회사는 막 분할되었기 때문에 과거 실적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수익 투자자는 지주회사 분할 후 6개월 또는 1년 실적 발표 뒤에야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그 사이에는 관심의 공백기가 존재하게 된다.

청산가치를 좋아하는 가치투자자는 그나마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지주회사 분할 이전의 기업들은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 PBR이 높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애초에 지주회사는 분할전부터 청산가치 투자자들의 관심기업군 안에 들어가 있을 확률이 낮다. 설사 관심기업군에 들어가 있어도 지주회사는 부동산보다 사업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사업자회사의 PBR이 1.5를 초과할 경우 청산가치 투자자는 분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정말 지주회사를 가치투자자들도 원하지 않을지 확인하기 위해, 가치주로 잘 알려진 태평양의 분할 당시에 각 투자관련 웹사이트 커뮤니티들을 관찰해보았다. 관찰 결과 가치투자 성향의 웹사이트에서도 대부분 사업자회사 아모레퍼시픽은 보유하고 지주회사 태평양은 별다른 이유없이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단기투자 성향의 웹사이트 회원들이 지주회사 태평양의 급락을 기회로 단기 거래에 열광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지주회사 태평양의 가격이 떨어진 이후에도 가치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지주회사 태평양에 대한 글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아직 가치투자자 사이에서 분할관련보고서들이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의 확산과 더불어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 같은 정기보고서는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이 읽게 되었으나, 분할신고서와 분할종료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는 가치투자자는 아직 드물다. 따라서 지주회사 분할시에는 지주회사 가치의 검토없이 무차별 매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신규 지주회사는 모두가 외면하는 기업이기에 매도 결정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치를 검토하지 않고 매도한 기업들은 매도 후에 가격이 떨어진 이후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규 지주회사는 주가가 떨어진 후에도 가치투자자들에게도 상당시간 외면받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지주회사는 분할 후에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가치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상당기간 잊혀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게다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가장 지주회사의 주식을 원할 경영진(대주주) 역시 지주회사의 주가가 올라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런 산 넘어 산인 상황에서 지주회사의 가격이 고평가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고평가된 지주회사”를 찾기 어려운 이유이다. 게다가 분할 전 기관투자가의 보유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지주회사가 저평가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음 글에서는 지주회사 분할에서 경영진의 이해관계와 지주회사의 기업가치, 그리고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투자매력도를 비교해볼 계획이다. 버려졌던 지주회사가 어떻게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