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과 중국의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활황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가는 연초에 비해 40% 가까이 올랐고, 중국의 주가는 무려 120%나 상승했다. 중국에서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 상업용 건물 가격이 최근 2년 동안 30~50% 가량 상승했다.

떠들썩한 한국과 중국 시장과는 달리, 일본 주식시장은 수년째 밋밋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일본 주가는 작년 말에 비해 오히려 2% 가량 하락했고, 부동산시장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세 나라의 움직임이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로 차별적 경제상황을 들고 있다. 중국은 연 10%의 고도성장을 하는 국가이고, 한국은 4~5%, 또 일본은 한국의 절반인 2% 선의 경제성장을 하는 국가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이유로서 요즘 부각되고 있는 것이 한·중·일 인구구조의 차이점이다. 일본 다이이치투자자문 시모무라 고오지 사장은 “인구고령화 초기단계인 한국·중국과 달리,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면서 “투자에 소극적인 노인들이 크게 늘어난 결과,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젊었을 때 돈을 벌어 주식과 부동산에 묻어두었다가 노인이 되면 그동안 불린 돈을 찾아서 쓴다. 젊었을 때 여유자금을 묻어두는 투자 수단은 다양하다. 은행 예금에 넣어둘 수도 있고, 주식과 펀드(fund)를 사거나 아니면 주택·상가 같은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돈을 투자하는 대상물을 경제용어로 자산(資産)이라고 부른다.

자산시장은 일차적으로 경기 동향, 시중 자금사정, 자산 수요와 공급,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 하지만 가격 변동의 근본 원인을 계속 파고들어가 보면 마지막에는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요인이 발견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래에셋 김경록 채권투자부문 대표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보면 주택과 주식을 가장 왕성하게 사들이는 40·50대 중·장년층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40·50대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에는 자산시장이 하락보다는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면 주가와 40·50대 인구비율이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950년 이후 주가(S&P 500지수)와 40·50대 인구 비율이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국 경제학자 모딜리아니(Modigliani)는 중년층의 자산 축적 욕구를 ‘생애주기 가설’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일생에 걸친 개인의 소득 규모는 나이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다가 은퇴와 동시에 크게 감소하는 형태를 띤다. 반면 소비지출 사이클을 보면 젊었을 때는 지출이 많지 않다가 40·50대 중년층이 되면 자녀교육비와 결혼자금, 주택구입비 같은 목돈 지출이 크게 늘어난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 현재 40·50대 중·장년층 인구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2007년 현재 9%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인구구조를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은 65세 이상 노인보다는 40·50대 중·장년층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40·50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현재 약 28%에 달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상당 기간 계속 증가해 2015년에 32.5%로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40·50대 인구가 지속적 증가세를 나타내는 2010~2015년까지 우리나라 자산시장은 안정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에서 폭락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증시가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구구조와 주택시장

주택 정책 실패는 40~50대  수요 예측 못한 탓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강력한 부동산 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30~50대 인구계층의 부상(浮上)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처음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인구계층은 일반적으로 30대이며, 이들이 구입하는 아파트는 20~30평대 소형 평수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2명 정도 키우는 40·50대 중년층이 되면 사람들은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 가려는 욕구를 강하게 보인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무현 정부는 30~50대 인구계층의 증가에 따른 이런 자연스런 수요 증가를 억지로 막으려 했다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부동산 세금을 아무리 올리고 은행 대출을 조여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 수요의 증가는 막기 힘들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40·50대 인구가 증가한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구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40·50대 연령층은 오는 2015년까지 증가하다 이듬해부터 서서히 감소할 전망이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살던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 부동산시장은 기조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들어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부동산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앞으로 3만달러대에 들어서면 양질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교육·교통 환경이 좋은 곳들은 고령사회에 관계없이 집값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지역별로 주택값이 크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 송양민 조선일보 선임기자 ym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