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기업을 찾으려 할 때 수학적 분석으로 접근하는데 익숙해 있다.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표현하고 눈으로 확인했을 때 비로서 안심하는 것이다.

PER가 3이니, ROE가 20%니, EPS가 얼마니 하는 것들이 모두 수학적 표현이다.

그런데 숫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수라는 것은 양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여기 두 사람의 키가 모두 180cm라고 하여 그 두 사람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럼 기업이란 무엇일까?

기업이란 질적인 대상이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과 자본의 질이 다르다.

더 나아가 경영자도 다르다.

여기 ‘행복하다’는 것을 ‘2’로 정의하고 ‘불행하다’는 것을 ‘1’로 정의해 보자.

만약 어떤 사람이 ‘난 약간 행복하다’고 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난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1.2로 표현해야 할지 1.7로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수라는 것은 어떠한 추상적인 대상을 직관이 가능하게 구체화시키는 능력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갖고 있는 개별적 특성을 소외시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존에 100억원의 이익을 내던 기업이

올해엔 130억원의 이익을 내어 순이익이 30%가 증가했다고 해보자.

이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순이익이 30억원이 늘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또는 ‘순이익이 30%가 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만약 그 기업의 EPS가 1,000원이라고 한다면 ‘EPS가 1,000원이다’라고 표현 할 수도 있다.

PER 7배라면 ‘PER가 7배이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기업을 수학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이 외에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러한 수학적 평가를 아무리 많이 적어도 그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여기 어떤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70%가 증가했으며 ROE는 30%이며 PER는 1배라고 해보자.

이러한 수학적 표현들을 알았다고 해서 그 기업에 투자할 사람이 있을까?

아마 아무도 선뜻 그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수학적 평가를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그 기업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기 전에는 그 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그 기업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를 알려고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그 기업의 질적인 판단을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기업에 대해 질적인 판단을 내리려 한다.

이미 모든 투자자는 기업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런데 투자를 하다 보면 기업에 대한 질적인 판단에 대한 부분이 종종 무시되게 된다.

왜 그럴까?

바로 수의 물신화경향 때문이다.

수학적 평가를 내리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이제 모든 판단은 수학적 평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도구의 반복적 사용을 통해 그것이 도구가 아닌 목적이 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던 내리던, 기업이 좋아지던 나빠지던

그 기업의 질적인 평가가 아닌 EPS나 ROE나 PER 등의 수학적 평가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이제 투자자가 기업의 질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없으며

수학적 평가를 통해서 투자할 대상을 고르게 된다.

PER가 낮기 때문에, ROE가 높기 때문에, EPS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투자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전망에 대해

한 장이든 열장이든 노트에 적어보자.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노트에 꼼꼼히 적어보자.

현재 산업의 모습과 미래에 달라질 산업의 모습에 대해 세밀히 적어보자.

주위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형태를 고찰하고 그것을 기록해 보자.

그럼 그 기업이 과연 투자할 만한 기업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거쳐 투자결정이 내려지면

그 다음으로 그 기업이 자신의 전망한데로 나아갈 수 있게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는지 알아보자.

(자본의 효율적 배분과 관리는 대개의 경우 경영자의 능력에 의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도 그 기업이 투자할만한 기업이라면

이제 지금 당장 사야 되는지 아니면 나중에 사야 되는지 결정할 시간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수학적 계산이다.

수학적 계산을 통해 지금 당장 사도 된다면 지금 사면되는 것이고

지금 사는 것이 비싸다면 가격이 낮아지길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기업의 수학적 평가는 투자할 대상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투자할 대상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하여

투자할 시기를 정하는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