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월은 시장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장이었습니다.
3월 9일 베트남에 가 있었지요.
2월말부터 다우지수가 며칠동안 하루에 1000 포인트씩 빠지는 장이긴 했지만
코로나로 시장이 좀 조정을 받는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러나 3월 9일 월요일 장은 예전과 좀 달랐습니다.
이미 주말에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었기에
다들 월요일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얼마나 떨어질지 불안한 마음으로
전세계가 뉴욕시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TV 앞에서 뉴욕 장이 시작되는 걸 기다리고 있었죠.
Three, Two, One! 장이 시작되자 마자 서킷 브레이크!
정확하게는 기억나지는 않는 데 시작되자 마자 한 700포인트가 빠졌던 것 같습니다.
방송하던 CNN 리포터도 놀랐는지 얼이 빠진 표정. 말을 좀 더듬더군요.
유럽장들을 보니 이탈리아는 10%, 독일도 8%, 프랑스도 마찬가지!
그러다 몇 분이 지나 장이 다시 재개되었는 데
다시 폭락! 와! 그날 2016포인트가 빠졌습니다.
내가 다시 이런 장을 볼 줄이야!!
아마 평생 그날을 잊지 못할 겁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한 일주일 정도
하루는 1000포인트가 빠졌다가 그 다음날은 1000포인트가 오르는 황당한 시장이 계속되었지요.
3월 16일은 하루에 2997포인트가 빠지더군요.
10%넘게 빠진거죠.
저는 3월 13일날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베트남에 갈 때 시장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일부 종목을 손절해서 현금을 어느 정도 마련했지만
10년에 한 번 정도 오는 이런 엄청난 장에 손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손실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기에
주말동안 곰곰히 생각을 했지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그 때 심정은 며칠 동안 태풍 아래에서
정신없이 비바람에 온 몸은 쫄딱 다 젖고
이제 비는 좀 잦아져서 숨은 돌리려 했더니
비는 아직도 계속 내리고
우산도 없고,
주머니엔 10원짜리 동전도 없이
빗속에서 먼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야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과거 9.11테러 때나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1년 정도 버티면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기에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괴롭습니다.
주식쟁이가 1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만큼 고문도 없지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건 2가지 정도 되는 데
좀 덜 떨어진 종목을 정리해서 더 많이 떨어진 종목 중 괜찮은 걸 사든지
아니면 새로 돈을 좀 구해다가 더 왕창 투자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락장에서 계속 주식을 샀더니 3월 20일 경에 현금이 바닥났지요.
그러나 위기는 기회!
손실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끌어올 수 있는 모든 돈을 다 모아서 투자할 수 밖에.
부동산 시장도 좀 소강상태라서 집을 팔 수도 없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보기로 하고
3월 21일에 은행에 가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은 요즘 거의 안된다고 하더군요.
부동산 투기할까봐 그렇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신용 대출 몇 천만원이라도 받고
부모님께도 연락해서 얼마 정도 대출을 더 받아
올 연말까지 10% 이하 손실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두 투자했습니다.
3~4월 매매했던 종목은 오텍, 오로라, 현대차우, 진양산업, 동양이엔피, 에스에이엠티,
플레이디, 한경TV, 화승엔터, NPC, 동남합섬, 그린케미컬, 드림텍, 매일유업, CJ제일제당 등입니다.
이중 일부는 아직 보유하고 있고 일부는 단기간에 좋은 수익을 올려주어 매도했습니다.
4월에 기적적으로 급등장이 연출되면서
다행히 지금은 거의 본전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1월말에만 해도 왜 수익이 더 빨리 올라가지 않는지 초조해 했는데
지금은 본전이라도 온 것에 감사하고
기분에는 한 30% 수익이 난 것 같은 마음이네요.
지난 2달간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라 할만큼 드라마틱했고
한 2년은 늙어버린 기분입니다.
지금 주가지수가 1900을 넘어섰기에
단기간에 더 오르기는 현재 경제 상황이나 시장 상황을 보나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년 만에 맞는 큰 위기에 유동성의 힘으로
시장을 밀어 올렸지만 결국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계속 오르긴 어렵습니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W자 2차 하락을 전망하고 있지만
언제 그때가 올지 아무도 모르기에
지금까지 했던 것과 같이
가재 잡듯이 계속 돌을 뒤집어 가면서
싸고 좋은 회사가 어디 남아 있는지 찾을 수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요.
겨우 한숨은 돌렸지만 올해 말 올해 투자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두렵습니다.
또한 금번 하락 장에서 손실을 좀 더 빨리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이 마음 아픕니다.
3월말 주택담보대출이 잘 안되자
갑자기 부모님이 나중에 제게 물려주시겠다는 집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 : '엄마, 나중에 나한테 준다는 그 집 담보로 대출을 좀 받을 수 있을까?'
어머니 : '왜? 너 주식하다가 돈을 많이 날렸나?'
나 : '아니. 그건 아닌데 지금 투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너무 기회가 아까워서'
어머니 :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니 아버지와 상의해서 융통할 수 있는 만큼 줄께'
나 : '아니. 돈 달라는 게 아니고 한 6개월에서 1년만 빌리면 되는데'
어머니 : '아니다. 돈 때문에 너무 걱정말고. 나중에 형편 나아지면 다오.'
며칠 후 어머니가 보내주신 돈이 입금이 되었고
덕분에 4월장에서 손실을 복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이후에 거의 3~4일마다 어머니께서 괜찮은지 전화를 하시는 통에
'내가 괜한 일을 벌였구나' 하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80을 바라보는 노인이 이제 50줄에 들어서는 아들이 뭐 그리 걱정이 되는지.
빌려주신 돈에 대한 이자도 보내드리고, 연말에 원금도 돌려드릴 예정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 밖에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올해 장이 어려울테고 내년도 쉽지 않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어떻게 든 장에 남아있어야 할 터이니
힘든 장 잘 버티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