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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poet6) 기자
꿈만 꾸지 않고, 꿈대로 살았더니 꿈이 이루어졌다 나는 잘 나가는 도둑놈이 될 거다 ^^ 왜냐구? 당신의 마음을 훔칠 거니까 見金如石(견금여석·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이기는 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대최고 미녀 노OO ㅎㅎ... 어느 대학 동아리방 낙서장 혹은, 공중화장실 벽에 씌어진 낙서냐고? 천만에. 15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버젓한 코스닥 상장업체 (주)아이레보의 사옥 복도에 적힌 문구들이다. 비단 복도만이 아니다. 이 회사엔 사장실(현재는 상무실) 벽에도 '아이레보의 最高(최고)의 자산이 인재임을 확신하고...'로 시작되는 낙서가 굵은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혀있다. 그것도 사장이 직접 쓴 거란다. 현대인들이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무실. 그곳을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자유와 창의성을 꽃피우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는 추세다. 아이레보 하재홍(40) 대표의 '낙서 인테리어' 제안도 바로 그런 측면에서 나온 듯하다. 대우전자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9년 디지털도어록 업체 아이레보를 설립한 하 대표. 직원 2명으로 시작된 회사는 2003년 1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해 12월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사옥도 마련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남의 집 살이'하던 설움과 번거로움이 없어진 그날. 하 대표가 직원들에게 선언했다. "여기는 우리 집이다. 맘대로 해도 된다. 자신의 꿈과 미래 그리고, 어려운 일과 고민 등 무엇이건 회사 벽면에 적어보자. 내 방에 적어도 좋다." 아이레보의 미래 끌어갈 엔진의 연료는 '자유'가 아닐까
"유치한 내용이나 욕설, 회사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은 거의 없어요. 원하면 써도 되지만 '낙서 인테리어'를 하고자한 의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겠죠"라며 웃는 홍보담당자 김유경씨. 김씨의 말은 낙서의 특성상 '익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루머의 유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우려를 일축했다. 낙서로 채워진 아이레보의 '특이한' 복도와 강당이 회사 방문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당연하다. "대부분 생경해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반응이에요. 언론사들도 다른 목적으로 취재하러 왔다가 낙서를 찍어가곤 해요. 그리곤 묻죠.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거죠'라고요."
"회사 강당에서 각종 교양강좌와 외국어강좌 등이 자주 열려요. 오시는 강사분들이 '자유스런 직원들 옷차림을 보니 대학 강의실에 온 것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세요." 최근 아이레보엔 일본의 중소기업 대표 100여명이 방문했다. 고속성장의 비결 등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말이라며 회사 강당 벽에 '協和建志(협화건지)'라는 의미심장한 낙서를 남겼다. 앞으로도 '협력하고 화합하여 뜻을 세워'야 할 아이레보. 하재홍 대표와 직원들이 만들어갈 회사의 미래. 그 미래를 밀어갈 가장 큰 힘은 그들이 낙서로부터 배운 자유로움과 그에 대한 책임의식이 아닐까싶다. [이색 사무실 2] '바람'과 '햇살'이 행복하게 범람하는 출판사
그 바람에 땀을 식히며 사무실로 들어서니 문학평론가이자 20년째 창비에서 근무해온 김이구(47) 이사가 악수를 청한다. 35명 가량의 편집부와 제작부 직원이 일하고 있는 널찍한 1층 사무공간이 쏟아져 들어온 햇살로 온통 환하다. 1966년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은 한국 진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해왔다. 1974년 단행본 출간을 시작해 현재까지 1300여종이 넘는 문학·인문·사회관련 책을 낸 창비가 파주출판단지로 이주한 건 지난 2003년 초가을. 37년간을 종로와 마포 공덕동, 용강동 등지로 옮겨다니다 마침내 새 둥지를 튼 것이다. 비단 책을 쓰는 문인이나 학자만이 아니라, 기획자, 편집자, 제작자 등에게도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이 출판업의 특징. 김이구 이사는 창비의 창의성 중 일정 부분이 새로 옮긴 사무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출판을 하는 곳이란 걸 염두에 두고 계획해서 만든 공간 아닙니까. 이전에 세를 얻어서 있던 사무실하고는 아무래도 다르죠. 자기 공간이 효율적으로 확보되고, 보다시피 눈이 편안한 환경이라 이전 사무실들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김 이사의 말 그대로였다. 창비 사무실 내부가 바람과 햇살이 행복하게 범람하는 공간이라면, 바깥은 편안함과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의 향연장이었다. 물기 머금은 짙푸른 잔디와 심학산에서 밀려오는 들꽃과 나무 그리고, 풀의 향기. 책의 디자인에서부터 인쇄관리까지를 담당하는 김성은(40) 제작부 차장의 새 사무실 예찬론이 펼쳐질 만도 하다. "일단 서울과 공기가 달라요. 사무실이 여기로 오면서 집도 근처로 옮겼는데 가끔 일 보러 나갈 때면 예전 서울 살 땐 못 보던 자욱한 매연띠가 보이더라고요(웃음). 대중교통 확충과 편의시설 증설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 뒤 꽉 막힌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되는 환경이죠."
김 이사와 김 차장의 말처럼 파주 창비 사무실의 매력은 친환경성 그리고, 수려한 주위 환경 탓에 높아진 업무효율성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산과 바다를 찾는다. 자연으로부터 창조의 힘을 얻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출판인 역시 창의력이 필수조건. 안팎이 자연의 냄새로 가득한 창비의 사무공간은 직원들의 창의성 발현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을 설계한 김석철(62·명지대학 건축대 학장)씨는 "자연과 가장 가깝다"는 것을 창비 사옥이 지닌 특장으로 꼽았다. "원래 거긴 벌판이고, 숲이었어요. 바람도 많이 불었지요. 그것들을 그대로 건물에 옮기고자 노력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를 막지 않았고, 넓은 창을 통해 숲을 볼 수 있게 배려했지요." 서초동 예술의전당, 제주 영화박물관,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설계한 바 있는 김 학장은 "현대사회에서 사무실이란 정신적·물질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중요한 곳"이기에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사람들의 창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문화공간 같은 사무실'. 창비 사옥은 그의 건축철학이 그대로 표현된 건물이기도 하다. 붕어빵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긴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 이산화황에 찌든 하늘과 회색빛 아스팔트밖엔 내다볼 게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자유로운' 아이레보와 '자연과 즐겁게 만난' 창비의 사무실은 부럽기 그지없는 '꿈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보다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건 모든 노동자들의 희망사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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