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제네릭·개량신약 부서 없애고 연구개발비 1000억원 투입 항암제·랩스커버리 개발 집중

"뼛속까지 변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미약품 연구센터. 불과 얼마 전까지 이곳은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개발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연구소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찾은 연구센터에서는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을 연구하는 부서는 없었다. 새로 만들어진 조직도에는 모든 부서가 '신약'이라는 키워드 아래 놓여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연구센터 김맹섭 소장은 "한미약품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과 개량신약만 갖고서는 어떤 제약사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이야기했다. 김 소장은 "한미약품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분야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신약 개발이라는 험로(險路)를 헤쳐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소 조직에서 제네릭 부서 사라져

연구소 4층 합성신약2팀. 흰 가운을 입은 하태희 팀장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자 구조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신물질을 설계하고 있었다. 하 팀장은 지난 15년간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연구해온 합성 의약품 전문가. 하지만 이제는 완전한 독자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공부를 새로 하고 있다.

40대에 새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에 대해 하 팀장은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연구원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복제약과 개량신약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며 국내 제약사 '빅3'의 지위를 누려왔다. 자체 개발한 신약이 없어도, 한 템포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한발 앞선 마케팅으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성장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자체 진단이다. 그 결과 택한 것이 '신약 개발 올인'이라는 도전적인 전략이다. 그동안 신약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연구소 조직을 아예 신약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 개편한 것은 위기 인식과 그에 따른 변화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소장은 "한미약품이 그동안 제네릭과 개량신약 연구개발을 선도하며 성장했다면 이제는 신약을 무기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면서 "지난 6월 신약 개발을 위한 조직 개편을 완전히 끝냈으며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들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82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한미약품은 올해 제약업계 최초로 연구개발비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매출액의 15%에 이르는 돈을 대부분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 신약 개발의 핵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한미약품은 먼저 합성신약 분야에서는 항암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로 했다. 한미약품의 독특한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라는 기술을 항암제에 적용하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한미약품의 판단이다. 오라스커버리는 주사제로 쓰이던 의약품을 입으로 먹을 수 있도록 바꾸는 독특한 기술로 항암제의 개념을 확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은 또 '랩스커버리'라는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랩스커버리는 기존 바이오 의약품의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기술로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해야 했던 의약품을 한 달에 한 번 투여해도 같은 약효를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훨씬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김 소장은 "현재 자체 개발한 세 가지 항암제에 대해 국내에서 임상 1상 및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랩스커버리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는 4개 품목에 대해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미약품의 목표는 2020년까지 20개의 신약을 개발해 세계 20위권 제약사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미래 의약품 시장을 주도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