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셔요, 서병수입니다.
대구도시가스보고서를 올린다고 준비를 다 했놓고서 타자치기가 귀찮아서 방치하다가
후배랑 전화통화하면서 한참 떠든 것이 아쉬워서
생뚱맞게도 롯데쇼핑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롯데그릅 주식은 단 1주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평소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식 중에 하나가 롯데쇼핑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상최대의 공모가로 상장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하게 했고,
대규모 공모로 자금확보를 위해 기관들이 주식을 매도해 지수가 밀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대단한 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모를 하니 겨우 공모가를 넘기다가 이제는 공모가도 위험한 수준이 되었고,
모 외국계 증권사는 공모가의 3/4정도의 목표가를 제시하는 등 뒤숭숭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생활주변에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는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력적이지 않냐고 접근했던 분들에게는 실망이 매우 클 것입니다.
사실 현재의 경쟁력을 계속유지한다면 약간 비싸게 구입하셨어도 어느정도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재무적 수치나 신세계와의 주가를 비교해서 현재의 공모가가 비싸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릅이 현재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심을 가지기 때문에 매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롯데쇼핑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데에는 내부적인 약점과 외부적인 약점이 각각 있기때문인데요,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내부적인 약점으로는 한마디로 말해서 CEO 리스크가 과도하다는데 있습니다.
여기서 CEO는 바로 신격호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을 말합니다.
현재 롯데그릅은 일본 롯데는 첫째 아들이 가져가고 한국 롯데는 둘째 아들이 가져가는 식으로 정리가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롯데의 미래는 전적으로 신동빈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배주주가 경영권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신동빈이 진두지휘한 분야에서의 경영성과만 봐서는 낙재점입니다.
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점유율면에서 비슷비슷한 다른 두 경쟁자들에게 엄청난 현금주머니가가 되고 있는 편의점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가 전력으로 추진한 할인점 사업은 2위 확보도 힘든 상황에서 역시 적자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그동안 꾸준히 시도하던 홈쇼핑사업과 주류사업진출은 결국 실패했고, 영화사업이나 카드사업도 롯데의 엄청난 자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절대강자였던 고급백화점과 음식료 분야에서도 그 지위가 흔들리는 듯해보입니다.
명품백화점의 대명사가 된 갤러리아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부상, 크라운제과가 음식료사업에서 양강으로 부각, 편의점에서 어느새 가판대의 대부분을 장악한 동원F&B, 과일주스에서 미닛메이드에게 밀리고 사이다에서 롯데칠성의 철옹성이 무너지고, 녹차와 생수시장에서 패권을 완전히 넘기는 등...
이러한 모든 현상의 핵심에는 바로 신동빈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경영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10대재벌에 속하던 동양제과가 장악한 제과시장을 장악하고,
화신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한 경쟁자들이 장악하던 백화점 시장을 제패하고,
서울한폭판에 롯데월드를 세우고,
세계적인 최고의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널드를 두배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제압하고,
제크 등의 모방과자 등으로 원본 브랜드로 밀고들어온 세계적인 식료품회사들을 쫓아내던
아버지 신격호가 만든 경쟁자들을 무섭고 전율을 일으키는 롯데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모자금으로 모은 돈으로 그동안 밑빠진 독에 물붇기식으로 돈만 잡아먹던 할인점과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돈이 없어서 안 되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동안 애물단지를 끌어안고 노심초사했던 까르푸나 월마트만 기뻐할 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투자한 것도 삽질이라면....
그래도 기존사업의 영업환경이 양호하다면 좀 삽질해도 그동안 쌓아논 것이 있으니깐 그럭저럭 지낼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롯데그릅이 처한 상황은 상당히 절박합니다.
일단 유통사업에서 보면 현재 롯데는 후발주자이며 추가적인 자금투자로도 현재의 상황역전이 녹녹치 않습니다.
일단 편의점 사업의 경우 돈이 더 있다고 현재의 구도가 크게 바뀔 것같지 않고 현금만 잔뜩 쥐고 있는 GS가 그냥 당하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할인점 사업에서도 이미 핵심요지와 노하우를 장악하고 지속적으로 현금을 뽑아내고 있는 이마트와 싸워 지속적으로 돈을 퍼부어 이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롯데가 유일하게 강점을 가진 백화점 사업은 할인점 사업에 비해 축소되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대공세가 만만치 않고 이랜드를 중심으로 한 아울렛이나 수입의류전문상가 등에 의한 시장잠식이 예상됩니다.
확보하지 못한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의 반격도 만만치 않고요.
음식료 사업에서는 우선 유통업자들에 의한 PB상품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같습니다.
실제로 할인점과 편의점에 가면 롯데, 오리온, 해태, 크라운, 농심 이외의 과자나 라면,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이 상당히 많고 그 중에 상당수가 PB상품으로 되어있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음식료사업에서 주류와 조미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대형유통체인에 의한 PB상품이나 수입품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음식료의 PB생산을 중소업자들이 수행하고 있지만,
오뚜기나 CJ같은 곳에서 OEM방식으로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추가적인 시장확대를 노리는
오뚜기(조미료 분야의 절대적 우위와 유통망),
CJ(원자재의 장악과 다양한 음식 포트폴리오, 유통망과 자금력),
동원F&B(최근 들어 편의점으로 중심으로 무섭게 퍼져가는 힘, 과자와 우유에서 음료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등이
자체상품으로 과자, 음료수, 라면,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입한다면 파괴력은 장난이 아닐 것입니다.
이때 같은 삼성계열이었던 CJ와 신세계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면,
유통과 음식료와 영화산업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전 사업분야에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됩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전 CJ와 신세계 연합에 돈을 걸겠습니다.
혹은 유통망의 한계로 이 땅을 떠난 다국적 대형 식료품업체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되어서 절대로 일어날 것같지 않지만,
돈버는 편의점에서의 삽질이 음식료분야에서도 일어나 계열사들이 위태로워진다면 끔직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은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수십력간 억척스럽게 유통과 음식료분야에서 절대강자를 차지하던 롯데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신동빈의 경영능력부재와 유통산업에서의 불리한 롯데의 현상황, 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는 유통산업의 상황, 제조업자중심에서 유통업자로 넘어가고 있는 음식료사업의 변화, 주변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막강한 경쟁자들을 고려시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롯데쇼핑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