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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교체수기만 길 뿐 생활필수품이다

“단순한 가구가 아닌 ‘가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비싼 것은 곧 좋은 것, 비싼 것이 바로 명품이다’ 하는 생각들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잘 팔리지 않던 옷의 가격에 0자를 더 붙이니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례를 굳이 들지 않아도 물질적인 것의 가치가 최고의 것으로 인정받는 요즘, 비싼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기만 하다.

여자의 마음을 아는 가구를 만든다
오래 전부터 ‘튼튼한 가구’라는 이미지를 갖고 가구 업계에서 굳건하게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보루네오의 새로운 CEO, 한순현 대표는 하루하루가 바쁘다. 새롭게 둥지를 튼 회사에서 그가 해내야 할 몫이 크기 때문이다. 보루네오라는 고유 회사명을 BIF(Because It Fits) 보루네오로 바꾸고 새 창립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시기에 그는 선두에 서서 지휘봉을 쥔 리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려고 한다.

“보루네오의 역사는 참 깊죠. 전통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인데 참 안타까운 것은 전통적인 것은 마치 뒤떨어진 것이라는 사람들의 그릇된 고정 관념이 있다는 거예요. 감각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감각적인 트렌드에 많이 집중하는 듯 보입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개성이 강해진 시대의 반영인지 톡톡 튀는 감각의 사제(私製) 가구에 대한 인기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현 대표는 디자인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구를 선택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질이나 디자인, 이미지 등을 총괄적으로 분석해서 전문가들이 만든 가구가 제대로 된 가구라는 것. 단순히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사야만 했던 물리적인 의미의 가구가 아니라 생활 속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토탈 인테리어 감각을 가지고 그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감성에도 공감을 불러낼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인 셈이다.

“가구를 사는 건 주로 여성들이죠. 다행스럽게도 여성 용품을 다룬 P&G에서 일한 덕분에 여성 심리에 대해 친숙한 편이에요. 그렇지만 끊임없이 여성들의 기호나 요구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해요. 그것을 어떻게 분석해서 방향을 잡느냐가 바로 저의 몫인데, 여성에 대해 잘 안다는 것과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제 감성적인 부분들이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돼요.”

그의 의지는 ‘대중 명품’이란 한 단어로 함축해 낼 수 있을 듯싶다. 명품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탁월한 품질과 원하는 사람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합리적인 가격의 균형을 찾겠다는 것. 품질이 좋으면서 요즘 시대의 화두인 친환경 제품이라는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새집 증후군을 유발시킨다는 포름 알데히드 방출량을 현저히 줄인 건식 무늬목 제품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원가 자체가 비싼 무늬목 제품은 잘라서 붙이는 공정을 거치는데 가구의 무늬가 조금씩 달라서 훨씬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가구들도 그것을 볼 줄 알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이를 만나야 제 빛을 발한다. 가구를 선택하는 이가 가구를 단순히 가구로 보지 않고 입체적인 조형물이 갖는 아름다움이라는 시각으로 볼 줄 알아야 하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감각을 기르기를 현 대표는 간절히 바란다. 가구 회사의 대표인 그가 예술적인 경지에서 가구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전문가의 수준에 오른 유화 작가이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