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u교수의 글 펌)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어제 어떤 신문에서 똑똑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네오콘집단도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기야 철두철미하고 논리적인 사람이 세상일을 죄다 예측할 수 있다면 나처럼 두리뭉실한 사람의 설 곳이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점이 이 세상의 매력이라고 본다.

그러나 세상엔 해선 안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해선 안되는 일 해대는 사람치고 제대로 성공하는 법이 없다. 납에다 뭘 집어넣어봐도 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천년의 경험을 통해 그런 일들이 체계화되어 있어 무지한 후손들은 그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법칙은 마켓팅의 세계에도 있다.
그래서 작금의 소주전쟁의 결말을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릇 한 브랜드로 성공하면 가지를 치고 싶은 법이다. 지금껏 쌓아놓은 브랜드파워를 최대한 더 우려먹고 싶은 것이다. 단기적으론 고객들이 ' 아~ 그 브랜드를 이렇게도 바꿨네? ' 하고 신기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켓팅의 역사는 늘 브랜드가지치기의 패배를 보여줬다. 두산의 '처음처럼' 은 아주 좋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알칼리수 소주란 개념은 이전에 없던 것이었고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 가격메리트도 제시했다. 덕분에 매장에 점점 두산 소주가 진로의 참이슬과 비슷비슷한 공간을 차지해나가고 있다. 진로는 당연히 대응이 필요했다. 참이슬보다도 빠른 시간에 퍼져나가는 처음처럼에는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대응방법이 가지치기로 밝혀졌다.
상품명이 참이슬프레쉬다. 이런 것은 밀러라이트, 코카콜라라이트등등과 같은
계열이다. 아류작인 것이다 진로는 처음처럼의 파워를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아니면 참이슬의 브랜드파워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한 번쯤은 참이슬브랜드를 써도 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결국 그건 처음처럼에 대한 과소평가다.) 진로같은 기업의 마켓팅담당자들이 가지치기의 위험을 모를리 없겠으나 사람의 보통마음이란 그렇게도 변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이슬도 알칼리수라는 논점도 한참 핵심을 빗나간 것이다. 상대의 핵심논리에 자신도 그냥 묻어가는 효과밖에 없다.
유일하게 괜찮은 것은 자사제품은 숯을 통해 거른 소주이며 타사제품은 전기분해소주라는 논점인데 이마저도 궁극적으론 자사제품이 숯을 통해 거른 알칼리성소주라는 결론으로 가기 때문에 상대가 이미 선점한 주제속으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진로는 아예 참이슬을 버려야 했다. 상대가 선점한 포지션에 묻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알칼리성 소주는 두산의 포지션이다. 참이슬프레쉬, 참이슬라이트, 살짝약한참이슬... 이렇게 나가면 소비자만 헷갈린다.
안되는 일이고 그것이 마케팅의 법칙이다.

해외술회사가 자작나무를 포지션으로 한 소주를 만들어 국내에 팔겠다고 한다. 한 병에 만원정도( 음식점가격)에 팔려고 한다는데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름 자신의 포지션을 잘 확보하려고 하는 것 같다. 진로가 참이슬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상 나는 하이트맥주주식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두산주식은 그동안 잘 올라주어서 거의 다 좋은 가격에 처분했다. 하지만 진로가 안 될 행동을 계속하고 두산주가가 매수하기에 좋아진다면 다시 살지도
모른다. 두산이 소주이름을 이전의 ' 산 ' 소주에서 가지를 쳐 ' 예쁜 산 ' ' 백두산 ' ' 뉴~ 산 ' 등으로 하지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뭐.. 내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있나? 하이트맥주 안사서 손해볼일은 없다.

(quadrupole의 글)

네오콘은 별로 똑똑하지 못한 집단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것은 손자병법을 조금만 읽어보면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1차 걸프전 때 미국이 이라크 남부만 점령한 것도 후세인을 제거하면 이라크가 내전상황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서였지. 국제정세는 여러 정치.군사적 힘이 이해관계와 부딪칠 때의 흐름인데, 중국역사 같이 복잡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예측도 된다. 아는 주식만 사면 이기는 일과 유사하다.

네오콘은 알카에다가 해내지 못한 일, 미국 붕괴의 기반을 8년간 잘 수행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는 소주전쟁의 결말은 예측못하겠는데, 이라크 같은 것은 너무 쉽게 예전부터 답이 보였다. 부시의 성장과정에 답이 다 나와 있었거든. 멍청하고 단순한 인간이 주류세력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경로로 권력을 잡게 되는지, 권력을 잡은 후 어떤 일이 벌어질 건지.


알루교수의 예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1.앞서 일어난 유사한 여러 가지의 케이스에 대한 이해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는 논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2.그러니 주식판에서도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 된다.

기업의 역사를 열씨미 읽어서 소주전쟁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 더 좋겠다.

도무지 계산이 안되던 두산에 주목한 교수님의 예측력에 경의를 표하며.

(사족)2006년에 한국에서 살며 투자하는 것은 대단한 행운으로 보인다. 한국의 기업은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조직 중의 하나가 될 것 같으니. 그중에서 어떤 기업을 골라야 잘 골랐단 소리를 들을지.

(또 펀글)

Q: In your letters you speak frequently of the importance of not over-complicating things. What are your secrets to keeping your life simple?

A: When making investments, pretend in life you have a punch-card with only 20 boxes, and every time you make an investment you punch a slot. It will discipline you to only make investments you have extreme confidence in. Big money is made by obvious things. If using a discount rate of 8% vs. 10% is going to make or break an investment idea, it's probably not a good idea. (버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