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부총리 `연금운용 재검토` 발언 속뜻은
[이데일리 2006-10-02 17:49]
- 재경부 "덩치는 비대한데 수익률 낮아 큰 문제" 설명
- 예산장관 주장과 맞물려 `연금 운용권 줄다리기` 관측도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민연금 등 연금운용과 관련, 해외모델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연금인 국민연금은 현재 재경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권 부총리는 2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연금제도 운용과 관련, 선진국의 제도와 자금운용, 감독 등 지배 모델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금운용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 최대의 연금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 싱가포르 투자청(GIC),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 등을 모델로 꼽았다.
무엇보다 수익률에 문제를 제기한 발언이라는게 재경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2004년 수익률이 8.07%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5.61%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 현재는 4.36%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반면, 권 부총리가 예로 든 캘퍼스는 200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연간 투자수익률이 15∼20%에 달한다. 또 전체 연기금의 60%가까이 주식 또는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등 국내 연금과는 달리 다양한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연금운용에만 매몰돼 낮은 수익률에 안주할 게 아니라 캘퍼스처럼 좀 더 다양한 투자처를 찾아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자는게 권 부총리의 생각인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채권에만 투자하다보니 덩치는 커지고 수익률이 낮아 향후 금융시장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미국 캘퍼스 등의 연금 운용방식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권 부총리의 발언이 국민연금에 대한 운용 또는 감독권을 재경부로 가져오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재경부측이 국민연금을 `금융시장의 잠재적 문제`로 꼽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재경부와 보건복지부는 과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 문제를 놓고 첨예한 줄다리기를 한 전력이 있다. 재경부는 연금의 `수익성`을, 복지부는 `안정성`을 각각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이에 대해 간부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연기금은 복지부 중심으로 운용하되 재경부가 모든 경제관련 현안과 정책을 담당해야 하는 부서인 만큼 재경부도 아이디어를 내라는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권 부총리를 포함한 연금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개혁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총리는 이날 오전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이 참여정부 임기내에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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