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보다 순현금이 더 많은 회사, 달리 말하면 그 회사가 보유한 현금보다 시총이 적거나 아예 시총이 반 밖에 안되는 회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 보다는, 가치 투자를 말하는 사람들 중에 기업의 자산가치를 근거로 저평가 운운하는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애널들 중에도 기업의 가치평가에서 자산을 필히 넣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얼마나 합리적이라고 봐야 할까?
심지어 상장된 보유유가증권의 시장가치를 포함하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주가를 추정하는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실전에서 많이 부딪히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며, 그 이유는 몇 가지 에서 비롯된다.
1. 보유현금이든 보유 유가증권이든 현재는 무시되어도 언젠가는 시장에서 인정해 줄 날이 올 것이다. 경험적으로도 그랬고 이론적으로도 그럴 것 같다...
2. 주주는 기업의 동업자로서 기업의 모든 가치는 주식당 1/n의 가치를 지니므로, 당연히 모든 자산가치는 주주의 몫이며 주식수 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3.심지어, 기업의 수익력은 결국 원론적으로 기업의 자산을 쌓아다는 것이므로 앞으로 쌓을 자산에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이미 쌓아둔 가치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므로 이미 쌓아둔 기업의 자산에 대해 당연히 주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4. 기타 뭐 다른 생각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중에는 PBR 1 이하의 기업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금융업에서 대부분의 자산이 현금성인 증권사 조차도 PBR 1 이 안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삼성공조라는 공조회사가 있는데, 지금까지 그 회사의 시총은 항상 보유현금의 1/2 이었다. 말이 안되는 현상이지만 많은 펀드들이 이 현금을 쫒아 덤벼들었다가 헛물만 켜고 물러 났다. 물론 투자성과는 실패였고.
현실이 이러한데 이상주의 적이고 원론적인 주주자산 운운해봐야 아무 소용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원론과 현실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가장 큰 차이는 그 '주주자산' 에 대한 이론적 권리가 아니라 현실적 권리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 상장사의 자산에 대한 배분권 그리고 기업운영에 대한 모든 권리는, 법적으로는 모든 주주에게 있으나 실제로 그 권리를 휘두르는 사람은 '일부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다.
자산 배분권을 가진 최대주주는 명실상부한 주주이지만 나머지 주주는 몽땅 그냥 자본을 빌려준 나그네의 권리 이상은 없다.(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나 자산주로 일컬어지는 대다수 기업은 그렇다)
모든 것은 최대주주의 처분에 달려 있다.
회사내에 과다한 현금이 있고 PBR이 1에도 못 미치는 A 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최대주주 ' 스크루지'는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분을 꽤 가졌지만 경영에는 개입할 힘까지는 없는 개미 투자자 일지매가 있다. 그는 사회정의 구현에 관심이 많고 주주로서의 권리에 확신을 가진 사람이다.
각자에세 회사의 자산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스크루지는 첫째 회사에서 사장 직함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수입과 여러 특권을 누린다. 기업 대표로서의 사회적 지위도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이익을 누린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 역시 같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많으며, 자식들의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위도 금전도 자체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 기업 이익을 사적으로 슬쩍슬쩍 편취해서 개인 자산을 늘려도 되고,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회사돈을 빌려 쓰기도 한다. 회사 직원을 하인처럼 부리기도 한다.
일지매는 이 모든 것이 불합리 하다고 느낀다. 자신은 비록 최대주주보다 주식수는 적을지라도 권리는 주식수에 비례해서만 불리해야 한다고 믿는데 그게 아니다. 그는 스크루지가 가지는 특권에 비례한 아무 것도 전혀 가질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를 혜택들을 일지매는 전혀 받지 못한다.
믿고 있던 그 현금과 기타 자산에 대한 가치는 인정 받을 날이 하 세월이다. 시장을 탓하고 시절을 탓해봐야 소용없다. 물론 앞으로 한 10년 기다리다 보면 혹시나 자산주 열풍이라도 불지 않을까 싶어서 여태 기다렸는데, 다른 성장주들은 주가가 쑥쑥 오르고 배당주들은 꼬박꼬박 연 5%의 배당도 받고 늘어나는 배당으로 주가도 조금씩 상승하는데, 스크루지는 배당도 짜고 재투자도 하지 않으며 미래를 위한 청사진도 보이지 않아 주가는 항상 지리멸렬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최소한 같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조차도 그렇지 못하다.
스크루지는 자식들이 하도 변변찮거나 아예 자식이 없어서 회사를 이어 갈수가 없게 되었는데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현재 기업 자산의 가치는 1 이 안되는데 아까워서 어쩌나?
그런 고민 할 필요가 없다.
회사의 자산은 상당부분이 현금이라서 인수하는 사람은 그 현금을 빼고 나면 인수회사의 가치는 거의 거져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수자는 그 회사의 현금을 감안해서 계산하니 현금자산+기업의 수익가치(일년 이익 X PER 10 배 정도)로만 해도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거기다가 스크루지가 기존에 누리던 그 모든 혜택을 인수자가 누릴 것이니 프리미엄을 더쳐 준다. 즉 경영프리미엄+상장 프리미엄을 얹어서 양도할 수 있다. 결국은 최소한 지분가치에서 50%나 100%를 가산해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지매는 어떨까?
아떤 변수도 없다. 그냥 시장가격으로 팔아야 하며, 그마저도 물량이 많으면 제살을 깎아 먹으면서 팔아야 한다.
3년이나 기다리다 지쳐서 쓸쓸히 퇴장해야 한다.
자산주라는 말은
내가 그 자산에 대한 처분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혹은 최대주주가 그 자산으로 뭔가 유효한 경영을 하고자 할 때에만 가치가 있다.
하고자 하다가 잘못 되면 그 마저도 오히려 손해다.
누군가 그 회사의 자산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수해서 분해 한다면 유효하다.
인수해서 불필요한 잉여 자산을 처분해서 주주들이 나눠 가질 때 유효하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의 자산은 그림의 떡이다. 그 자산이 아무리 현금이라도.
이웃집 금고를 탐하지 말라...라는 계명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