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간섭 우려 창투사 투자 외면 대신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벤처캐피털의 기업경영권 지배가 허용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벤처기업 생태계 변화다. 휴대폰 부품 벤처기업인 K사는 A창투사의 추가 증자 참여 요청을 최근 거절했다. A창투사가 보유한 지분이 20%를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증자 참여를 허용하면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사는 대신 산업은행을 선택했다. K사 대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증자보다는 융자가 더 낫다는 판단이 섰다"며"산업은행에 융자를 신청했는데 그쪽에서 전환사채(CB) 투자를 받으라는 역제안을해 흔쾌히 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은행이라면 벤처기업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창투사 지분이 늘수록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창투조합펀드 만기가 닥쳤다는 이유로 창투사들이 벤처기업에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도 창투사 투자를 꺼리는 원인이다. 창투사에서 투자를받았다가 △자금 조기 상환 △무리한 기업공개(IPO) 요구 등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속내다. 또 다른 벤처기업 I사 대표는 "창업자들은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만 창투사들은 기업공개,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한 자금 회수에만 관심이 있다"며 "피땀 흘려 키운 회사가 우회상장, 주식스와프 등의 도구로 전락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영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창투사들의 벤처 투자는 정부 벤처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올 상반기 산업은행의 벤처투자액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96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벤처기업과 투자협상을 진행하던 창투사들이 산업은행에 잇달아 딜을뺏기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벤처 투자 목표액인 2500억원을 맞추기 위해 투자를 더늘리겠다"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문턱도 전년도에 비해 대폭 낮췄다"고 밝혔다. 창투사가 벤처기업과 투자계약을 맺을 때는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보통주가 아닌 우선상환주 투자 △2년 내 IPO 실패시 자금 상환 △사외이사 참여등 까다로운 조항을 덧붙인다. 반면 산업은행은 보통주 투자가 기본이다. IPO 의무조항도 없다. 상환우선주는 이자 지급과 청산시 우선상환 등 채권 성격을 띠고 있어 벤처기업에그만큼 불리하다. 창투사들은 "산업은행이 벤처투자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산업은행측은 "우리 방식이 정통 벤처투자 방식"이라며 되받아쳤다.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신용보증기금도 벤처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신보측은 지난달 벤처기업 3곳에 20억원을 투자했는데 신용보증을 통한 금융권 대출 지원과 동시에 신보에서 직접투자에 나서 파괴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은 투자뿐만 아니라 융자 상품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며 "자금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고 경영권 부담도 없어 벤처기업들의 선호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우 기자] |
“국제투자은행으로 변신할것”
김창록 신임 産銀총재 취임사
[2005.11.27]
“세계수준의 국제투자은행이라는 하나의 푯대를 바라보며 좋은 은행(good bank)에서 위대한 은행(great bank)으로 변신하도록 노력하겠다.” 김창록 신임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취임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신임 총재는 또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에도 감성마케팅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당초 오후 2시에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산은 노동조합의 반대로 출근이 봉쇄돼 오후 5시에 공식 취임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날 산은 노조는 “관료출신 총재로는 경영의 안정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고 진정한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며 김 총재의 출근을 막아섰다. 이후 김총재는 사진환 노조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직원들의 가슴으로 다가가겠다”며 “산은 장래의 큰 그림을 생각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책은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다음은 김창록 신임 산은 총재와의 일문일답. -취임사 모두에서 3년 후 산은 모습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설명해 달라.
△만들어야한다.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아직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좀더 업무를 파악하고 나서 구체적인 상을 제시할 계획이다. 산은 총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후 5일 동안 서류를 통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서류로만 파악한 것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직원들도 만나고 지점순회도 할 생각이다.
-업무파악을 위한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서류를 통해 업무를 파악하는 것은 이틀 정도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직원들을 직접 만나고 지점을 순회하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직원들을 만나고 지점을 순회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산업은행 총재로 내정된 후 서점에서 마케팅에 대한 각종 책을 읽어봤다. 그동안 금감원에만 있다가 현장에 나오려는 생각을 하니 마케팅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책들 중에 '스타벅스의 감성마케팅'이라는 책이 인상깊었다. 불황으로 모두 힘든 상황에서 스타벅스의 매출이 상승세를 탄 것은 감성에 호소하는 커피판매였다. 산업은행에도 감성마케팅을 도입하고 싶다. 또 수신 및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늘릴 생각이다.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수신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노조와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앞으로 잘 협조하자는 서로간의 합의가 있었다. 노조도 우리 직원이고, 존중해줘야 하는 그룹이라고 본다. 그래서 노조의 얘기를 충분히 들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도 얘기를 나눴다.
◇ 약력
△1949년 경남 창녕 출생 (56세) △1969년 부산고졸 △1973년 서울대 무역학과졸 △1973년 행시합격(13회) △1990년 재무부 외환정책과장 △1995년 재경원 국제금융과장 △1998년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2001년 국제금융센터 소장 △2004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재경기자 jklee@j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