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쉬는 토요일이라 오랜만에 다 풀고 갑니다.휴대폰에 들어가는 백라이트 유니트 중에서 도광판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근무하는 후배와의 대화입니다.

 

"네 회사에서 만드는 도광판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야?"

 

"도광판은 LCD모니터 내부의 백라이트유니트(BLU)에 조립되어 램프에서 나오는 빛을 화면으로 일정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광학용 고투명 재료야"

 

"  그건 어떻게 만드는 건데 ?."

 

" 응, 사출기라는 기계에다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합성수지를 넣고 사출해서

얇은 판을 찍어내고, 자투리를 떼어내고,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검사하고 합격하면  납품하는 거야.

 

쉽게 말하면 프라스틱 사출품인데 말만 고급 전자부품인 셈이지, 원료를 다른 것으로 넣고 금형만 바꾸어 사출하면 바가지도 만들어"

 

"제일모직 같은데서 만드는 것도 같은 것인가? "

 

"제일모직 같은 큰 곳에는 엘시디 모니터용 같은 큰 것까지 만들지.

사출기의 용량이 크고  자동화가 잘되어 있을 뿐이지, 우리와 기술적인 차별성은

별다른 것이  없어. 

 

 사출기는 국산도 일부 만들어서 나오기는 하는데 일제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중고가격이 싸서 일제를 사서 쓰고,  폴리카보네이트도 국산은 투명도가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서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

 

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의 가격이 30% 정도 상승해서 원가부담은 있지만, 사실 제품가격중에서 원료의 비중은 높지 않아서 견딜만은 해."

 

"야, 그럼 원료비가 얼마 안들면  떼돈 버는 것 아냐?"

 

" 그건 그렇지가 않아...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가가 높아서 좋았는데,  경쟁이 심해지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 마진이 얼마 없어 졌어. 불량률을 낮춘다고 육안검사로 전수검사를 시행하니,  인건비가 몇 배로 들고... 원청업체에서 납품가를 일률적으로 하향하도록 작년에 압력을 넣어서  단가가 낮아진 상태야.

 

사실, 백라이트유니트에서 도광판, 확산판은 부피로는 많이 차지하지만, 금액으로는  반도체 칩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게 다 일본제품이야, 우리 같은 사출업체들은 이제 임가공비 정도나 번다고 봐야지. 그래도 일감이 충분히 있으면 주야로 가공해서 이익이 나는데,  이것도 진입장벽이 낮아,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철저하게 원가하락을 전가하니 힘들어...

 

게다가 늘어나는 물량을 맞추다 보니 , 사출기를 대출받아 늘려서,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고 감가상각비도 무시할 수가 없어"

 

""도광판을 만드는 사출업체는 그렃다 치고 그럼, 너희한테서 도광판을 사서  백라이트유니트를 만드는 업체들은 어때? "

 

"거기라고 뾰족한 수는 없지 뭐...엘시디 가격이 떨어지고 나서는 수익성이 많이 낮아지고 있지... 다른 수익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마땅한 것은 없고, 그나마 수익성은 앞으로 3년이내면 잠식되리라고 봐. 그래서 백라이트 유니트 업체가 성장속도가 지난 몇 년동안 빨랐고, 이익이 많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한 곳이 많은 이유야. 대주주가 자신이 없으니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싶은거지.

게다가 납품처가 한정되다보니 단가 인상은 커녕 납품가하락 압력에 끌려다니니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봐야지... "

 

기술주는 앞으로도 사려면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각계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할수록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투자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철강인과의 대화가 반응이 좋은 것 같아 제지인과의 대화를 올려봅니다.

얼마전 대학 선배의 모친상으로 장레식장에서 모처럼 만난  J 산업 L 사장과의 대화입니다. 그는  파주시에서 연매출 30억 정도의 골판지 및 상자 제조업체를 운영중이며, 신호제지에서 영업을 오래하다 10여년 전 독립해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 쪽 경기는 어떻습니까?"

 

" 말 마라(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쓴 표정으로), 작년, 재작년에는 죽을 뻔 했어"

 너도 아다시피 경기는 바닥을 기었지, 중국 특수로 폐지를 수집하는

재활용업체들이 수출단가가 좋으니까 폐지 가격을 올려서 원료값은 뛰고,

제품값은 못 올리고, 엄청나게 힘들었다..."

 

" 폐지가격이 이제는 안정되지 않았나요?"

 

"  킬로그램당 130원하던 것이 이제는 100원에서 110원 정도하니까 이제는 안정이 된 셈이지"

 

"원재료가 오르면 제품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나요? 포항제철은 잘만 올리던데..."

 

" 그건 독점이니까 그렇지, 우리 골판지, 상자업체는 그렇지 않아, 물건도 겨우

눈치봐가면서 납품하는데,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워,  워낙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심하거든..."

 

"진입장벽이 낮다고요?"

 

" 사실 골판지, 상자 제조업이라고 해야,  골게터기로 골심지를 만들고,

표면지와 이면지를 접착기로 접착해서 파는 거니, 공정이 무척 단순하거든,

포장상자라고 해도 4도에서 8도 인쇄기로 인쇄하고 절단공정을 거치는 정도고...

공정이 무척 간단한 편이고, 기술이라고 할 것이 별로 없거든...

 

게다가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가격이 제품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품

부피에 비해 단가가 낮아 운송비가 너무 들어... 웬만한 대기업은 대부분 위장

계열사나 친인척이 다 딜러를 하고 있어서, 나 같은 업자들은 대기업에 대한

납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  그러니 납품가격을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워, 경기가 좋아지고 제조업체들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야 눈치봐서 가격을

올리는데,  이것도 담합인상이라고 제재를 가하니 죽을 맛이다..."

 

"그러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태림포장은 대영포장을 인수하고, 대림제지 , 삼보판지는 화승제지를 인수 하고, 수출포장은 부산공장을 팔고 증설을 계획하는 등 왜 끊임없이 인수와 증설을 하고 있는 거죠?"

 

" 그건 이 바닥이 물량싸움이거든, 이면지, 표면지, 골심지 제조업체를 가지고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단가 경쟁이 되거든... 게다가 포장재 업종은 25킬로미터내에 수요시장을 가지고 있어야 운송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 결국은 수도권에서 포장업체는 새로운 수요시장에 생기면 그 곳 근처에 증설을 할 수 밖에 없는 거지... 단가 경쟁에서 뒤쳐지면 망하는 거야... 자연증가분으로도 연간 성장률이 5%정도는 수요가 증가하니 증설이 필요하기는 하지..."

 

" 그럼 형은 소기업이라 단가 경쟁이 안되는 데 어떻게 살아 남지요?"

 

" 그러니까 죽겠다는 거지, 그래도 피자박스나 전자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소량 다품종 생산을 해서 먹고 사는 거지, 다행히 내 사업장이 있는 파주는 큰 업체가 없어서 내가 버티는 거야... 태림포장, 삼보판지도 넘어오지는 못하거든...게다가 엘지필립스엘시디에 납품하려는 업체들이 조금이 들어오고 있으니,  먹고 살만은 해.."

 

"재작년에 공장을 지었다던데 부담은 안되었나요?"

 

" 공장을 짓고 싶어서 지은 것이 아냐,  내가 처음에 시작할때만 해도 골판지 제작 속도는 분당 130미터 정도였는데 요즘 나오는 기계는 분당 250미터야.

기계가 노후화되다보니 수율이 떨어지고 제작속도가 경쟁이 안되어서 , 부득이

하게 공장을 짓고, 기계를 도입한 거지... 다행히 파주 땅값이 엘지필립스 때문에

평당 30만원주고 사서 공장용지로 전환해서 80만원 정도 투자된 것 같은데 요즘은 평당 150만원 정도 봐주고 있어, 그게 벌은 것이라고 봐...

 

" 공장은 지금 쓰고 있는 것인데 값이 올라도 그게 그거 아닌가요? 어차피 팔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건데 팔 수도 없지 않나요?"

 

" 그건 그렇지만 , 일단 담보가치가 올라가서 필요할 때 자금융통에는 도움이 되거든,  그리고 우리같은 포장재 업체야 가격이 오르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쉽거든 , 팔고 싼데로 가면 되지... 그게 돈 버는 거지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땅값을 전쟁을 해서라도 잡겠다는데 아직은 약효가...)

 

" 그건 그렇고, 앞으로 사업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 폐지가격도 안정이 되었고, 숨통은 트였어. 제품가격이야 원래는 4월달 정도에

올려야 정상인데 아직 경기가 풀리지 않아 수요가 살아나지 못해서 이번에는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봐, 그래도 최악은 벗어 났으니.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지..."

 

요즘 제지,포장업체가 업황이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실적발표가 부진한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있군요...

 

딸아이가 오락한다고  양보하래서 이만....

 

철강인과의 대화

 

개인적으로 알고지내는 포항제철의 철강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는 D 철강 대표 K 사장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는 98년 IMF 때 구조조정으로 20여년 간 일하던 포항제철에서 명예 퇴직하고, 포항제철 대리점을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분입니다. 그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궁금했던 철강업에 대해 몇 가지 물어 보았던 것을 정리해 봅니다. (그전에는 그냥 흘려듣던 것인데 주식투자를 하니 달라집니다)

 

"사장님 작년에 돈 많이 버셨겠습니다."

 

" 많이 벌었지, (누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작년에 혼자서 100억원을 팔았어, 이익은 2개월 외상거래라 아직 수금을 해야 알겠지만, 10억정도는 번 것 같아. 엄청나게 좋았지,  작년은..."

 

"철강경기가 언제까지 좋을 것 같습니까?"

 

" 올 상반기 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야,  하반기에는 그동안의

증설된 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니 물량공급이 증가해서 단가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지, 원래 철강이 경기를 선행하거든."

 

"1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왜 이익이 10억원 정도지요? "

 

"원래 철강도매는 6%장사야,  하지만 나는 종업원없이 혼자서 핸드폰으로만 장사하거든, 일종의 딜러인 셈이지. 포항제철에서 강관제조업체로 바로 운송하니까 나는 수금만 관리해. 종업원이 없으니까 10% 장사지.. 실제 창고에다 물건

쌓아놓고 하면 마진은 좀 낮아져.  게다가 외상, 어음장사다 보니 떼이는 경우도

많고,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손없이 물량을 꾸준히 공급할 고정 거래처가

있으면 돈 벌기는 쉽지만, 대기업 고정거래처는 연줄이 있어야 해"

 

"포항제철은 직접 팔면되고 업체는 직접사면 싸게 살 텐데, 왜 굳이  사장님 같은 대리점은 왜 두지요?"

 

" 모든 거래처를 다 챙길수가 없거든 조그만 거래처는 나같은 대리점이 처리하게

되는 거야. 게다가 포항제철이 아무 거래처나  외상으로 물건주나?  다 부동산담보, 보증보험으로 담보잡고 물건 주는 거야. 나 같은 우수거래처도 절대 신용으로 물건 안주거든. 독점이 그래서 좋은 거지..."

 

"철판을 가공해서 팔면 이익이 좀 더 나지 않나요?"

 

"문배철강,부국철강처럼 철판을 자르는  슬리팅기를 두고 잘라서 팔면  마진이 한 15% 정도되지, 소량판매인 소매인 경우는 더 좋고... 하지만 공장과 창고도 커야하고 종업원도 둬야 하니까 많이 남지는 않아... 거래처가 많고 부실하다 보면 부실채권도 많이 생기고, 관리인원도 많아지게 되니까.., 못하는 거지... 요즘 같이 철강경기 좋을 때는 좋지만 경기가 나빠질 때는 아찔해"

 

"버신 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사실 번 것 만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정당한데, 다 내기는 아깝잖아, 그래서 투자도 할 겸해서 당진에다 창고겸 공장부지를 살려고 해, 여건이 되면 공장도 지어 매입부가세도 환급받고, 법인세도 대출이자로 좀 줄이고 말야.( 음... 소액

주주인 우리와  경영주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이익을 많이 날때는 역으로 이익을 줄이려고 자산을 취득하고 그 동안 쌓아두었던 악성채무를 대손처리하고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강관제조도 할려고 해. 당진쪽에 거래처도 있고, 공장부지로도 투자 가치가 있거든... 은행대출 싸잖아 요즘,, 기껏해야 대출이율이 5-6%야,  예전 생각하면 공짜야...

 이익이 많이 날 때 고정자산을 사 두면 이익도 줄이고 나중에 땅값이 오르면 일석이조거든. 너도 땅좀 사놓아 이 참에... 당진중에서도 바닷가 쪽은 많이 올라서 안되지만 내륙쪽으로는 아직 괜찮아.."

 

"제가 뭐 돈이 있나요?  그런데 강관제조는 현대하이스코, 세아제강도 있는데 사장님이 어떻게 그들을 이기려 하시나요?"

 

" 다 생각이 있지. 나야 대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구경의 파이프를 만들려고 하거든,  소량 다품종 생산인 셈이지, 중소 강관업체는 다 그렇게 먹고 사는 거야"

 

" 가지고 계신 부동산도 꽤 오르지 않았나요?'

 

" 뭐 포항제철에 부동산 담보로 제공하기위해 아파트 2채하고 오피스텔을 사놓았는데 이게 또 많이 올랐지... 그래서 예금담보 안 넣고 부동산 담보로 하는 거야

인플레이션과 같이 움직이거든"

 

" 사장님은 포항제철과 거래를 하고 있고, 일반 공장들도 거래를 하고 있으니까

주식투자를 하면 돈도 더 벌 수 있지 않나요? "

 

" 예전에 포항강판 15,000원 정도면 사라고 했는데 사 놓았나? 내말 들었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사실 주식 사 놓으면 돈 벌 것 같아도 나 같은 업자들은

운전자금이 묶이거든... 게다가 오르면 다행인데 떨어지면 낭패야...

본업에 충실해야지 자꾸 한눈 팔면 망하기 쉬워, 내 사업의 리스크도 관리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남의 리스크 까지 가지고 가나... 분수를 알아야 해,

사업시작하면 10개중에서 1개가 10년뒤에 남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업이거든

정신 차리지 않으면 거지되는거야 거지..."

 

"거래처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6% 장사인데 10 에 1만 부도를

당하면 손실 아닌가요? "

 

" 그러니까 나도 아무리 값을 잘 준다해도 절대 외상거래는 아무와 하지 않아,

오래전부터 거래하던 업체와 현찰 장사만 하거나. 다른 사람이 배서한 어음만

받아.  거래처가 직접 발행한 자수어음은 절대 안 받거든,  그리고 거래를 시작하기전에 나름대로 신용을 철저하게 체크해 보고 거래를 시작해...잘 될때 안 될때를 대비해야지...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떨어져도  우량  거래처로 선별해서 거래할려고 해..."

 

 

요즘 철강업체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철강업체에 대한 투자를 하실때 조그마한 도움이 되면 하는 바람에서 글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