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사이 PF ABS의 발행이 급증하고 있으나, 최근 건설경기가 다소 위축되면서, 각종 우려의 리포터와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PF ABS 의 긍적적인 요인도 있으나, PF ABS 들이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거나, 혹은 이를 매입하는 수요자가 저축은행 혹은 새마을 금고 및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점과, 이 채권의 underlying asset 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매수자가 제대로 이 채권에 대하여 정확히 성격을 알고 있는지, 혹은 시행사의 대출금에 대한 시공사의 채무인수가 공시되고 있지 않아, 어느 한 시공사의 채무인수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투자자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어느 한 시공사의 부도가 발생할 경우, 이 시공사가 채무인수한 대출금을 기초로 한 ABS 들의 지급보증을 어렵게 해서 연쇄적으로 상환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PF ABS 는 은행이 시행사의 부동산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데, , 보통의 경우 시행사는 규모가 적어, 이 시행사가 발주하는 아파트등 건설시공을 맡은 건설회사(시공사)가 이 은행대출금에 대해 채무인수 혹은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출금을 은행이 SPC에 바로 넘기고 SPC는 이 대출금을 기초로 ABS를 발행하여 시장에 팔고 이 대금을 받은 시행사는 바로 은행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단지 브릿지론으로 수수료만 챙기고 (엄격한 대출심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음.) 바로 대출금을 거의 당일 상환받는 상황이며, 시행사는 결국 ABS로 조달한 자금을 토지매입이나 초기 사업자금등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사가 아직 구체적인 토지를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ABS 가 발행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ABS의 실질적인 Underlying Asset은 시행사가 매입하는 토지나 향후 건설하는 건물등의 부동산이 될 것이나, PF ABS 를 발행하는 시점에서는 그냥 은행대출금이 명목상으로 기초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가령, 시행사가 은행으로 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을 유용하는 경우에는, ABS의 기초자산은 실질적으로 시공사의 채무인수가 되어버린다. 즉, 실질적으로는, 시공사의 채무인수를 기초로 PF ABS 를 발행하게 되는 상황으로 되어버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1) ABS 의 기초자산이 실질적으로 다소 모호
PF ABS 의 기초자산이 형식적으로는 은행의 시행사에 대한 대출채권인데, 시행사가 자본금이 대출금에 비해 턱 없이 적기 때문에.. 단지 채무인수라는 credit enhancement 를 기초로 ABS 를 발행해서는 안될 것임.
구체적으로 토지나 건축물이 기초자산이 되지 못한다면, 시행사에 대한 대출을 근간으로 해서는 자본금 50억 회사 (예를 들어 시행사의 자본금이 50억인 경우) 에 대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ABS를 발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점이 잇다고 보인다.
ABS 는 구체적으로 기초자산으로 ABS를 상환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목적으로 기초자산인 은행의 시행사에 대출금은 시행사의 자본금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기초자산이 원리금상환에 충분하지 않음.
기초자산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대출채권의 시공사의 채무인수가 ABS의 근간이 되어서는 안될 것임. 기초자산과 신용보강이 근본적으로 전도된 느낌이다.
따라서, PF ABS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시행사의 은행에 대한 원리금상환을 담보할 구체적인 자산이 있어야 할 것임.
자본금이 열악한 회사에 대한 (자본금의 10-20배의 )신용대출을 (설령 삼자의 채무인수조항이 있다고 해도 채무인수가 공시되지 않고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없고, 채무인수의 총액이 시공사의 자본금을 훨씬 초과가능하기도 함) 기초자산으로 할 수는 없을 것임.
따라서, 근본적으로 자본금이 적은 시행사의 대출금액을 (토지 혹은 예금) 기초자산으로 하거나, 적어도 대출금액의 일정액 이상을 신용보강으로 넣어야 할 것임. 그래야 투자자의 원리금 상환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채무인수를 하거나 연대보증을 한 시공사들의 도산을 막을 수 있음.
예를 들어 시행사가 몇군데 그 돈을 빼돌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시공사의 부도가 예상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저축은행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 채무인수에 대한 공시는 확실히 해야 할 것임.
현재 채무인수는 감사보고서에 주석사항으로 기록할 의무가 없는 상태임. 따라서 대부분이 채무인수에 대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음.
투자자들은 시공사의 채무인수 내역을 알고 있지 못함. 반드시 채무인수를 공시해야 할 것임.
이러한 채무인수정보는 반드시 공시되야 하며, 이는 신용평가에도 반영이 되야 할 것임. 그리고 이는 공시되어 주식시장에도 알려져야 할 것임. 시공사들의 채무인수증가가 주식시장에도 제대로 공시되야 할 것임.
PF ABS의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행사의 은행대출금에 대한 시공사들의 채무인수 증가로 우발적채무의 가능성이 높아 짐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의 경우에는 지급보증과 달리 감사보고서에 주석사항으로 기재되지 않는 것은 문제임.
PF ABS 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시공사가 시행사의 은행대출에 대해 채무인수 혹은 연대보증을 (문제는 대부분이 채무인수 형태를 띈다는 것임.) 해주는데, 일반적으로 사업성이 뛰어나면 문제가 없을 것임. 건설회사가 어느 정도는 사업성분석을 하여 연대보증 혹은 채무인수를 해 줄 것이나, 문제는 그것이 건설회사의 판단이라는 점임.
실제로 채권(ABS)투자자인 저축은행등과 개인투자자들이 시행사의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판단할 길이 없는데다, 사실상 시공사인 건설회사의 신용평가를 기준으로PF ABS 매수의 판단을 할 것임. 그런데, 채무인수는 공시가 되지 않아 그 건설회사(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얼마이고 자산 자본금이 얼마인지는 알지만 채무인수액은 정확히 모른다는 점임. 즉, 정보의 이중성이 발생하며 그 결과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임.
따라서, 증권회사가 영업점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리테일매출시에는 반드시 시공회사에 대한 정보 ( 채무인수액, 연대보증액등 포함) 를 제공하게끔 해야 할 것임. 물론 저축은행등 중소 금융기관등에 매출할 경우에도 마찬가짐임.
3) 은행, 시공사
은행의 경우, 이 대출을 대출일날 바로 SPC에 매각하면 총여신한도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강남의 경우 APT 건설시에는 은행들이 시공사의 보증없이도 시행사에게 대출을 해줄 것이나,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은행들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원하고 있음.
현재에도, 시공사들이 건설경기 위축등을 감안하여, 시행사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사업성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시공사들이 지급보증이나 채무인수를 해주지 않고 있어 부분적으로는 어느 정도 걸러지고 있는 상황임.
만일 분양전에는 사실상 ABS를 발행하지 못하게 한다면 ABS 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것임. 시행사는 토지매입대금 혹은 초기사업비용이 필요해서 대출을 하는 것인데, 분양이 되었다면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하지 않을 것임.
은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좀 더 사업성평가를 하게할 만한 대책이 없음. 굳이 하나 있다면, 이들 대출에 대해 전액 ABS로 매각하지 않게 한다면 (즉 대출에 대해 80-90% 만 매출가능하게 한다면…)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좀 더 엄격히 할 것이나, 이럴 경우 은행들이 더 높은 금리 혹은 추가적인 수수료를 요구할 것임.
4) ABS 의 위축시..
시행사들은 결국 시공사의 지급보증 혹은 채무인수를 받아 기존의 저축은행 혹은 보험사에 대출을 요청할 것임. 혹은 부동산펀드로 갈 것임. 이렇게 되면. 결국 ABS 자체 시장만 위축되고 현재의 문제점은 다른 시장으로 이전 될 것임.
5) 저축은행, 개인투자가등 최종수요처에 대하여
저축은행의 투자유가증권, 대출에서 주택부분에 대한 총량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저축은행 및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등이 지나치게 고수익을 좇아 부동산관련부분에 지나치게 자산운용이 집중될 경우, 건설부문의 경기위축시에는 엄청나게 큰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이 올 것임. 그리고 이들 개인투자가와 저축은행등 중소규모의 금융기관들이 PF ABS 에 대하여 정확하게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부동산 관련부문에 지나치게 많은 대출과 자산운용이 집중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혹은 감독과 지도등이 수반되야 할 것임.
그리고 증권회사등도 개인투자가들에게 PF ABS 를 매도할 경우에는, 충분하게 ABS 와 채무인수에 대한 내용을 지점에서 설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역사와 경영] 윗사람 깎아내려 잘난 척 마라 [조인스]
명나라 추원표 ‘황제 비판하다’ 도태…현명한 사람은 윗사람에게 功 양보
중국 역사책을 읽다 보면 ‘산군매직(言山君賣直)’이란 말이 종종 나온다. 문자 그대로 “임금을 비방해 강직하다는 명성을 산다”는 뜻이다. 신하의 덕목 중에는 충성도 있지만 강직도 있는 것이다. 강직한 신하는 죽음을 무릅쓰고 거리낌 없는 직언을 한다. 그런데 그 직언이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경우가 있어 문제다. 강직하다는 평을 얻으면 그것은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문제를 삼아 황제를 비판하면 불경죄로 장형이나 강등·파면·유배 등의 형벌을 받지만 대신 ‘강직한 신하’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다. 황제도 그처럼 강직한 신하를 함부로 대하기 어렵고 자리에서 쫓아낸다 해도 다시 중용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된다. 그렇게 해서 다시 복직하게 되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뿐더러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노림수가 바로 산군매직이다.
산군매직의 대표선수로 명나라 때 추원표라는 인물을 들 수 있다. 그는 나이 스물여섯에 진사가 됐는데 오랫동안 관직에 오르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당시 원보(영의정)였던 장거정(張居正)이 부모상을 당했음에도 관직을 떠나 3년상을 치러야 한다는 성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그의 후안무치를 나무랐다. 일단 비판하고 보자는 심보였다.
하지만 장거정이 누군가. 황제인 만력제가 즉위한 직후부터 10년 동안이나 원보의 자리에 있으며 대외적으로 북쪽 몽골의 남침을 막고 대내적으로는 황하의 치수 공사를 완성한 인물 아닌가.
부모상을 당하고도 3년 동안 상복을 입지 못한 것도 장거정에 대한 신임이 두텁던 황제가 그가 없을 경우 국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을 걱정해 허가하지 않은 탓이었다. 따라서 추원표의 상소는 곧 황제를 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력제는 진노해 추원표의 진사 자격을 빼앗고 곤장을 친 뒤 오지로 귀양 보냈다.
5년 뒤 추원표는 죄를 용서받고 다시 수도로 불려와 감찰 직을 수행하는 급사중에 임명됐다. 추원표는 복직이 되자마자 다시 상소를 올렸다. 이번에는 황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황제가 청심과욕(淸心寡慾), 즉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만력제가 얼마나 기가 찼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추원표는 강직한 신하라는 평가를 받던 시절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야말로 산군매직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현재 홍콩 성시대학 명예교수로 있는 류짜이푸(劉再復) 교수 같은 이는 추원표를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미치광이”라고 혹평할 정도다. 정직을 상품으로 여기고 팔아 이득을 꾀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인의 도덕적 수양을 극력 부인함으로써 자신의 고상함을 증명하고자 했다는 얘기다. 타인이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일수록 자기 도덕의 강직성은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추원표는 장거정이 죽고 나서 원보 자리에 오른 명신 해서(海瑞)에게도 공격의 화살을 늦추지 않았다. 해서가 임금의 권위를 훼손하고 국가 체면을 모독했으며 공맹(孔孟)의 도를 기만했다며 해서를 임금을 팔아 명예를 구한 위선자로 몰아붙였다. 자신이 얻은 산군매직의 혐의를 해서에게 되씌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해서가 이런 비방으로 타격을 입을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도태된 것은 추원표 자신이었다.
주위를 보면 이처럼 윗사람보다 잘나 보이려 애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세일즈 포인트를 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윗사람의 능력이나 도덕성을 깎아 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느라 혈안이 돼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인물은 조직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 인사권자는 조직을 위해 하루빨리 잘라버려야 한다. 추원표의 경우 역시 현명한 만력제가 속아 넘어가지 않았지만 싹을 자르지 못하는 바람에 끊임없이 당파싸움을 조장함으로써 결국 만주족이라는 화를 키워 명나라 멸망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양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즉위 당시 재무대신이던 니콜라 푸케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임금을 비난함으로써 명예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볼썽사납게 과시함으로써 국왕을 욕보이고 눈 밖에 난 경우다.
그는 젊은 왕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상 최대의 파티를 열었다. 파리 근교에 지은 자신의 저택, 보르비콩트 성의 완공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파티에는 라퐁텐, 몰리에르 등 푸케가 후원하는 당대 최고의 문학가들은 물론 유럽 각국의 명문 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파티는 산해진미가 차려진 저녁 식사로 시작됐다. 식사 중에는 푸케가 왕을 위해 특별히 작곡을 의뢰한 세레나데가 연주됐다. 식사를 마친 다음 푸케는 루이 14세를 안내해 성의 정원을 산책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보르비콩트 성의 정원과 분수는 당시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각종 관목과 꽃밭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정원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정원의 운하를 수놓았고 몰리에르의 연극 공연이 펼쳐졌다.
호화파티 끝난 다음날 감옥행
푸케는 파티를 통해 자신의 우아한 취향과 다양한 인맥과 인기를 과시함으로써 자신이 탁월한 수상감임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푸케에게 미소를 보낼 때마다 루이 14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손님들이 국왕인 자신보다 푸케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루이 14세는 푸케에게 생애 최고의 파티이며 가장 아름다운 성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다음날 푸케는 왕의 경호실장에게 체포됐다. 독직 혐의였다. 푸케는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피레네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감옥에 20년 동안 갇혀있다 죽었다. 왕보다 더 잘나 보이려 했다가 하루아침에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저녁이 될 때 푸케는 세상의 꼭대기에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 됐을 때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처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윗사람을 밟고 일어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그런데 역사 속에 수많은 뛰어난 인물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깨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꺼내 보여주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그것 또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푸케의 뒤를 이어 재무대신이 된 콜베르의 예를 보자. 콜베르는 유머 감각도 없이 돈만 셀 줄 아는 멋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파리에서 가장 재미없는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국고를 튼튼히 하는 데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특히 국고로 들어오는 돈은 모두 국왕의 손을 통해 집행되도록 했다.
자연히 국왕의 창고에 금화가 쌓였다. 루이 14세는 그 돈으로 보르비콩트 성을 지은 건축가와 정원설계사를 불러 더욱 화려하고 더욱 웅장한 성과 정원을 지었다. 그것이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다. 콜베르가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중국에도 추원표 같은 인물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예를 보자. 장탕(張湯)은 한무제 때의 승상이다. 법률지상주의자로 추상 같은 법 집행을 한 혹리(酷吏)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법 집행은 가혹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고관대작의 자제나 황제의 친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 앞에서는 결코 잘난 체하지 않았다. 공은 늘 황제의 것으로 돌렸으며 잘못은 자신이 취했다.
의문이 나는 안건의 결재를 청할 경우, 미리 분명하고 풍부한 자료를 밝혀 황제가 취하도록 유도했으며 그것을 꼭 기록으로 남겨 황제의 현명함을 드러내 보였다. 올린 안건이 기각됐을 때 장탕은 자신이 바로 책임을 지고 사과한 뒤 황제의 의견을 따랐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아뢨다. “다른 신하들이 신에게 말한 의견들은 폐하께서 신을 꾸짖으신 의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신이 그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렇다고 장탕이 무조건 황제의 뜻만 좇는 간신은 아니었다. 탄핵하려는 상대가 세력가일 경우 법을 교묘히 적용시켜 반드시 죄에 걸리게끔 만들었다. 상대가 가난하고 무력한 백성일 경우에는 황제에게 “법조문으로는 죄가 되기는 하오나 폐하의 현명하신 보살핌으로 재량이 있기를 바라는 바이옵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백성들이 용서를 받는 경우 또한 많았다.
현명한 사람은 이처럼 윗사람보다 잘나 보이려 하지 않는다. 잘나 보이려고 윗사람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윗사람에게 양보한 공은 모두 자기에게 돌아오게 마련인 것이다.
8월 25일 오후 4시 20분. 코스피 상장업체, 유니퀘스트의 문으로 두 남자가 들어선다. 영화 ‘무사’ 속 사수(射手)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 모두 과묵한 턱선과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유니퀘스트 IR 담당 부장과 과장이 나와 이들을 맞이한다. 서로 명함 교환을 하는데 유독 두 남자의 명함지갑은 터질 듯 두툼하다.
기업 브리핑이 시작되자 IR부장의 입에서 RF칩셋, ASSP, PLD/FPGG 같은 전문용어가 속사포처럼 튀어나온다. 두 남자는 기업설명자료를 훑어보며 장부 모양의 ‘탐방노트’에 포인트를 묵묵히 적어 내려간다.
브리핑 30여분 뒤, 두 사람의 질문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달러 기준 실적성장률은 얼마나 됩니까?” “경쟁자의 매출은?” “회사가치가 이 회사 브랜드에 있습니까? 임직원에 있습니까?” “LG전자도 관련계열사가 있어 RF칩 가격을 다운시키려고 자체 노력을 할텐데?”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사장님은 보유재산이 넉넉하십니까?"
질의응답은 한 시간반 동안 쉴새 없이 이어진다. 오후 5시 40분, 두 남자가 일어선다. 네 사람은 간단한 수인사만 나눈 채 헤어진다. 흔하게 오가는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는 인사도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자가용까지 두 사람은 말 없이 걷는다. 유니퀘스트가 있는 서울 도심공항 거리를 빠져나오며, 한 남자가 입을 연다.
“코스닥에 비슷한 업체가 있나?” “심텍 같은 업체는 있지만 영업구조가 다릅니다.” “대주주 보유 지분이 많아 거래(유동성)가 문제이긴 할텐데... 어떻게 보이나?” “부품 떼어다 팔면서 마진을 10% 가까이 내는 업체가 흔치 않죠.”
이들은 신영비과세고배당펀드와 신영고배당펀드를 운용하는 허남권 이사, 김대환 선임운용역이다. 신영투신운용에서만 6년여간 호흡을 맞췄다.
탐방을 다녀와 추가 조사까지 마친 29일, 이들은 비메모리 기술마케팅업체인 유니퀘스트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펀드매니저 3명이 네 번의 기업 탐방을 다녀온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매입 시점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다만 투자할 기업의 주가를 올리지 않고 매입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이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어떤 종목은 목표 비중까지 매입하는 데에 5~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사냥감(종목)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고른다.' '사냥감에 헛점이 보일 때(주가가 하락할 때) 화살(자금)을 쏜다.'
이것이 신영투신운용의 고배당펀드 운용팀이 종목을 골라 매매하는 방법이다. 또 이것이 바로 신영투신에 '가치주 투자의 명가', '스타일펀드의 원조'라는 평판을 안겨준 힘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세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매니저 네 사람이 6년여 동안 호흡을 맞춘 '장수 커플'이라는 점, 목표수익률이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낮다는 점, 매니저들이 자기 펀드에 자신의 노후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점.
고배당펀드 매니저를 포함해 주식운용팀의 펀드매니저 7명 모두 근속기간이 6년을 넘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영 매니저들은 연봉 몇천만원 때문에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말한다.
목표수익률이 연 10%라는 점도 독특하다. 이 펀드는 배당수익 5%에, 매매차익 5% 정도를 노린다.
하지만 이 펀드는 8월 26일까지 1년 동안 53.3%의 수익를 냈다.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1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2년 수익률은 72.6%로 주식형 평균보다 22%포인트가 높다.
허 이사는 "초과수익은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 냈다"고 말한다. 운용팀이 한 일이라고는 그저 좋은 기업을 고른 것뿐이란다. "우리는 낮은 가격을 선택하는 대신 시간을 투자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주식형 펀드보다 낮은 10.1%다. 그러나 운용팀은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낯빛이다. '주가가 빠져도 가슴이 푸근한 종목'으로만 골라담아놨기 때문이란다.
원래 이 펀드는 하락장 때 시장의 3분의 1만 떨어지고 상승장 때 2분의 1 정도 따라 오르도록 설계됐다. 실제로도 펀드베타는 0.5~0.6으로 지수민감도가 낮다.
허 이사는 고배당펀드와 마라톤펀드에 자기 금융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이종원 대표, 이상진 전무 등 운용 관련 임직원 대부분이 자사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이 전무는 "내가 돈을 넣을 수 있는 펀드라야 고객한테 권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펀드는 POSCO, KT, SK텔레콤, 한전, 삼성전자, LG석유화학, 한국가스공사, LG전자(우), KCC의 비중이 높다. 업종별로는 화학업종, 철강및금속, 통신업, 유통업 비중이 시장 평균보다 높다.
신영비과세고배당펀드는 스타일 유지를 위해 최근 신규가입을 막았다. 신규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는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운영되는 신영고배당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고배당펀드의 비과세 혜택은 1년 이상 배당투자 비과세제도의 일몰에 의해 올해 말로 종료된다.
● 신영비과세고배당펀드 Tip
-이건 오해! "이 펀드는 고배당주에만 투자한다"
-이게 진실! "고배당은 가치주를 골라담기 위한 기준 중 하나일 뿐. 사실상 가치주펀드."
-이 펀드가 투자하는 법! "수차례 탐방과 2~3일간 추가분석을 거쳐 장기투자할 고배당가치주를 발굴."
-이런 투자자한테 딱~! "나는 위험회피 투자자. 하락장에도 발 뻗고 자고 싶다."
-이런 투자자한테는 별로... "나는 시장 초과 수익을 원하는 위험선호 투자자. 지수 이상의 수익을 원한다."
월급쟁이의 꿈을 운용한다
미래든펀드, 실적 예측에 적중
'업종대표 발굴' 발군의 실력, 1년에 46% 수익
'한달 200곳 돌며' 종목 발굴
스타펀드 알면 펀드 수익률 보인다
스타펀드 어떤 종목에 투자하나
스타펀드 군단이 떴다
아버지는 죽었다? 기성세대의 몰락
[쿠키지구촌] 넥타이와 양복, 세상의 원칙과 예외를 가르치는 권위, 사회적 책임감과 직업 윤리…. 우리 세대의 ‘고전적인’ 아버지 상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아버지의 이미지는 이와 전혀 다르다. 티셔츠 청바지 차림에 야구모자를 쓰고 힙합이 나오는 MP3와 헤드폰을 낀 채 아들과 친구처럼 사소한 잡담을 늘어놓는 정도가 돼야 ‘괜찮은 아빠’가 되는 시대가 21세기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언론인 다이애나 웨스트가 쓴 ‘기성세대의 몰락(The Death of the Grown-up)’을 소개했다. 웨스트는 이 책에서 아이같은 옷차림과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가 판을 치는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아버지상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로부터 권위와 자유의 공존, 사회적 행동을 배우지 못한 젊은 세대는 어른이 돼서도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역설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아들에게 아버지는 모방과 동경 동시에 질투와 경외의 대상이다. 어머니에게 사랑과 정신적 안정감을 얻은 유아는 아버지를 통해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 사회적 규범과 이성적 사고를 배운다. 아버지의 꾸짖음을 통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청소년 시기까지 끊임없이 아버지에 반항하면서, 그 반항을 다스리는 아버지의 권위를 통해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따라서 아버지는 한 사람의 성격 전체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학습장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게 아버지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웨스트는 지적했다. 자기 또래 친구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아버지는 부모 취급을 받지 못한다. 아버지에게 이성과 사회적 규범을 배우기 보다는 자신들의 ‘유치한’ 취향을 가르치려 한다. 결국 유아 시기때 부르던 ‘아빠’라는 단어는 다 큰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아버지’는 잊혀져 버린다. ‘아빠’들은 자녀가 하고싶은 대로 놔두고 하자는 대로 한다.
웨스트는 “결국 ‘아버지’에서 ‘아들’로 계승돼야할 이성과 문명, 역사와 교훈은 ‘낡은 과거’라는 이름으로 퇴색해버리고 그 자리엔 청소년기의 특징인 충동과 돌발행동, 즉흥과 폭력성이 자리잡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YT는 “저자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지만, ‘고전적인’ 아버지의 시대였던 인류의 과거가 더 폭력 충동에 지배된 시절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평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