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법이 없다. 뚜렷한 상승세나 하락세를 타더라도 중간중간 그와 반대로 움직이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사고팔면서 장기간 관리한다면 그냥 놔두는 것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종목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훨씬 더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창경 기자 ckkim@wealthm.co.kr

주식투자자 K씨는 단기매매에 치중하기보다 장기투자를, 집중투자보다 분산투자를 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우량주라고 판단한 몇 종목을 골라 매수한 뒤 1년 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년여를 뒤돌아보니 보유종목들의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 것 같은데 전체 수익률은 밋밋했다. 그 대신 "이 종목은 그때 팔 걸"이라거나 "이놈을 그때 더 샀으면 지금 얼마야" 같은 후회만 남았다. K씨는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투자라고 무조건 들고만 있어선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수 후 방치 대신 관리

K씨처럼 종목선택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결과는 별로였던 투자자들이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K씨의 생각처럼 무조건 들고만 있었기 때문일까? 만약 보유종목을 방치하지 않고 중간중간 적절하게 관리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Wealth Management>의 애독자라면 박다희와 김설희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핑크빛투자'에 앞서 '꽃다희의 투자일기'와 '케익설희의 달콤한투자'를 연재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매달 한 종목씩 각각 12개, 11개 종목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종목들의 주가는 오르기도 했고 떨어지기도 했으나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한 등락률이 아니다.

<Wealth Management>는 이 종목들을 모의투자 사이트에 올려 2년 넘게 관리하고 있었다. 투자방법은 이렇다. 1억 원을 종잣돈으로 <Wealth Management>에 종목이 소개될 때마다 매수한 다음, 비정기적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오른 금액만큼 팔아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추가 매수하며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는 식이다. 다만 '비정기적'이라는 기간을 특정할 수는 없는 것이, 두어 달 방치한 적도 있고 보름에 한두 번 매매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포트폴리오 중 눈에 띄게 상승한 종목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며 전체 수익률도 시장을 밑돌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흐름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못난 자식이 집안 일으킨다

수익률 그래프를 보자. '꽃다희'의 포트폴리오는 운용기간 내내 코스피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작년 4분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결국 코스피를 뛰어넘었다. '케익설희'의 포트폴리오는 좀 더 극적이었다.

이들의 포트폴리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중간관리의 힘이 컸다는 점이다. 중간점검 때마다 초과수익이 발생한 종목을 일부 매도해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을 추가 매수한 덕분에 이들의 주가가 반등할 때 전체 수익률에 보탬이 된 것이다.

'꽃다희'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슈프리마의 현재 수익률이 -0.7%인 것은 그 때문이다. '케익설희'의 티엘아이도 같은 경우. 반대로 아모레퍼시픽은 수익률이 좋은데도 주가가 올랐을 때 뒤처지는 종목을 매수하느라 주식을 일부 팔았고, 그 뒤에 주가가 하락해 평가액 순위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종목선택에 따라 결과가 틀릴 수밖에 없고, 중간에 비중 조절도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각각의 비중을 정확하게 1/n로 맞춘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운일 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면서 관리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신영증권 주식운용CIO를 역임한 신진오 가치투자자협회 회장은 자신의 저서 <ValueTimer의 전략적 가치투자>에서 1996년 1월말부터 2006년 1월말까지 10년간 매달 다양한 방법으로 비중을 조절하며 투자했을 경우의 성과를 비교분석했다. 투자 대상도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코스피지수, 채권투자 등으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종잣돈 2억 원을 1996년 1월말에 코스피지수에 투자했을 경우보다 돈을 절반씩 나눠 코스피와 채권에 각각 투자한 다음, 매달 투자 비중을 절반씩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아니라 대형주를 매수하면 성과가 더욱 좋았다.<표 참조>

이밖에도 시가총액 순이 아니라 내재가치 우량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월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물투자를 활용할 경우 증시가 추락해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은 "최근 1년 전까지 투자기간을 연장해서 성과를 추적했는데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책이 보여준 시뮬레이션에 강한 인상을 받은 독자들 중 일부는 신 회장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cafe.naver.com/strategicvalueinvest)에 모여 그의 투자법을 실천하고 있다.

강아지는 결국 주인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