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듣는 이야기가 이런거다.
"가치를 보는 잣대가 좀 달라져야하지 않겠어?
세상에 보편적인 진리가 어딨나.. 유연성있게 개방적으로 생각해야하지 않겠어?
밸류에이션은 미래수익을 현가로 할인하는거야. 바로 버핏이 이야기한 거라고.
그레이엄처럼 장부가치를 보고 투자하는건 옛날이야기라고. 안그래?
부동산많다고 가치주라고? 그 부동산 팔면 세금내야해..
그러니까 장부가치에 비해 1/4정도로 싸야 그나마 투자할수 있는거라고.. 그치?"
그렇게 얘기하다가 주가가 박살나니까 호들갑을 떤다.
제아무리 가치투자자라도 주식 잔뜩들고 현금없는데 불안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는둥
지수가 빠지면 동양제철만 빠지는게 아니라 한국전력도 빠지는거라는둥..
그러면서 내일 장이 어떻게 될까 고민을 한다.
서브프라임이 심각하니까 당분간 급등락을 되풀이하지 않겠냐며
허겁지겁 서브프라임의 파급효과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헉... 이거 부실규모가 장난이 아니네?
장 더빠지는거 아녀?
난 가치주와 성장주를 잘 구분할 줄 모른다.
1억짜리 부동산을 3천만원에 사서 3배를 버는거와
1억짜리 부동산을 1억원에 사서 3억까지 오를때를 기다려 3배버는게
결국 수익률은 같다는 정도만 알지 그 이상은 잘 모른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다면,
1억짜리를 3천만원에 산사람은 서브프라임이 오더라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1억짜리를 1억에 산사람은 걱정이 태산이 된다.
사람들은 1억짜리를 3천만원에 사면 담배꽁초를 샀다고 이렇게 빈정댄다.
'이 사람아, 그 땅은 그린벨트에서 30년동안 묶여있었고 이번에도 안풀렸어.
그거 3천만원에 사서 언제까지 보초슬래?'
사람들은 기회비용을 너무도 잘 아는거 같다.
정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것일까?
그런데 난 사고방식이 경제학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기회비용보다는 안전마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남들벌때 담배꽁초 들고서 손가락 쪽쪽 빠는 기회비용은 별로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남들이 은행에 예금하고 있는데 난 기업하나 잘못 봐서 손해나는게 너무 두렵다.
정말 이젠 나의 잘못된 전망으로 손해나는게 아주 두렵다.
요새 새삼 느끼는건,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는 사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치투자자가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거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역시 몇년전부터 자칭 가치투자자였지만
지금와서 가만히 돌이켜보면 가치투자자가 아니었다.
가치란 무얼까. 가치투자자들이 그토록 목메어 외치는 내재가치란 무얼까.
현재의 자산의 fair value? 미래수익가치? 아니면 이거두개 짬뽕해서?
뭐 다 좋다. 어느거든 확실하면 된다.
대신 불확실하면 안된다.
만약 틀렸을때 손실이 불가피하다면 일단 탈락이다.
인터넷주가 20세기의 버블을 꽃피울때
그때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가치를 평가했었다.
그냥 투기꾼들이 했던게 아니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다들 인터넷 기업의 미래가치를 내다보았고 PSR, 사이트순위. 페이지뷰, 전자상거래시장규모를 전망했었다.
그리고 열심히 계산해서 적정주가를 산출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보니 99%가 틀린 계산이었다.
야후도 틀렸고 시스코도 틀렸고 다음도 틀린 거였다.
그런데 컬럼비아대학 출신의 가치투자자들은 그들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들은 장부가치를 보고 지난 10년 이상의 수익추이를 보았다.
그것만 보고도 충분히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버블이 지나자 다시금 그들의 스토리를 얘기해줬다.
투자는 정말 어렵고 복잡한거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정말 배워야 할게 너무나 많다.
아마 100살까지 배워도 다 배우기 힘들거다.
아니 100살이되면 그땐 새로운 투자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딱 한번 듣고 이해하던지... 아니면 영원히 버림받는다.
1+1=2라는 단순하고 극명한 사실을 가치투자자는 깊이 새겨듣는다.
그리고 1+1=2.5라는 새로운 이론이 온세상에 퍼져도 자신이 배운걸 잊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가치투자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거 말고 나한텐 로그를 가르쳐 달라고..."
우리가 차티스트나 모멘텀플레이어가 아니라 가치투자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가치투자가 역사에서 증명되어 온것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도그마나 교조가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신성불가침한 어떤 도덕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치투자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확률적으로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속에서 그 확률이 입증된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확실한것을 싫어한다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걸 난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돌아서 왔다.
그럼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거 같다.
불확실한 것은 무엇이고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어느것이 틀릴 가능성이 적은가.
미래의 현금흐름? 현재의 장부가치?
너무 어려운 질문이 아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