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셔요, 오프라인 모임을 준비한 서병수입니다.

작년 12월에 우연히 시작한 모임이 어느덧 10번째까지 했습니다.

지금까지 참석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미흡한 진행이었지만 참석하셔서 자리를 지켜주셨던

8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신 회원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어제 모임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총 31명이 참석하셨는데

이 중 29명은 1차에 나머지 2분은 2차에 참석하셨습니다.

물론 1차에 참석하신 분들중에서 사정상 2차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참석하신 분들은 16명으로 저와 장기낭만투자가, 신태용, 밀리언달러맨, kszero, 템아빠, 서수임, Lsmoney, 이대팔, heyda, 한량철이, 파워백호, 아키, 아이참나, 앤더슨, redred입니다.

새로 참석하신 분들은 총 15명이었는데 프로메테우스, 냠하하, fairman, 初心1, 트레이시조던, honest최, 까뮈, 세발님, 박윤호, 정도7, 에반스, mycavalry, sutuka, 푸른광장, demian801입니다.

 

전통적으로 1차모임때 참석인원이 적다가 2차때 참석인원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1차부터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약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덕분에 간단히 개인소개를 하는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거기에다 "재고자산"과 "금융비용자본화"에 대한 발표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1시간 이상을 하는바람에 1차 모임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부족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표자이자 진행자였던 저의 실수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좀더 효과적인 진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표와 소개가 끝난 뒤, 금융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토의가 있었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사, 저축은행에 대한 여러의견이 있었는데,

한량철이님의 화두를 시작으로 mycavalry님의 신한은행에 대한 의견,

장기낭만투자가의 한국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에 대한 의견,

honest최의 배당수익률관점에서 대신증권우에 대한 의견,

까뮈님의 삼성화재를 비롯한 보험업에 대한 의견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初心1님이 가격적측면에서 종목을 골라내는 방법으로

스톡캐스틱을 이용하는 방법을 간단히 제시해주셨는데,

120일과 40일은 과매도구간에 있었는데 10일에서는 과매도구간을 벗어난 경우에는 상승부 초입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로 진성티이씨, 손오공, CJCGV를 드셨습니다.

참, 제가 긴장했는지 누가 사오셨는지도 체크하지 못했는데,

1차때 참석하시면서 자진해서 음료수를 사오신 분들께 진행자로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차에서는 호프집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여서 모든 이야기를 다 생각나지 않지만 제가 들은 종목에 대한 몇몇 의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 여기서 언급된 종목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으로써 절대로 검증된 것이 아니며 이에다른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개인에게 있습니다.

 

 시멘트업체 - 작년 가격경쟁 종료, 중국의 건설경기 확대 조짐(아키)[추천종목 : 현대시멘트(seobby), 한일시멘트(redred : 레미탈의 호조)]

 봉형광업체 및 건설기기 - 중국쪽의 건설경기 호조(아키)

 케이엘테크 - 생산중 에러가 난 액정표시장치르 재생해서 다시 판매. 우수하고 독점적인 사업. 이익율 및 각종 재무수치 우수(redred) 

 인탑스 - 휴대폰부품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율 상승했으나 주가 하락. 디자인이 중요하고 신제품출시주기가 빨라지면서 삼성전자의 핸드폰케이스의 30%를 차지하는 당사의 중요성 증대(redred)

 삼양식품 - 대관영농장의 가치가 재대로 반영되지 못함. 레조트개발 등(앤더슨)

 대한전선, LG카드, LG생과 - 직접 듣지 못해서 사유는 알지 못함(앤더슨)

 

 그밖에 mycavalry님과 현재의 증시의 과열여부에 대한 논쟁, POSCO의 저평가정도, 통신산업의 구조조정과 SKT의 가치에 대해서 주장했던 것들이 생각나네요.

 

 이상으로 어제 있었던 모임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PS1) 참석자명부는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못받으셨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hardark@naver.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수정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PS2) 아키님과 박윤호님은 참석자명부가 첨부된 메일을 보냈는데,

주소가 잘못되어서 안 간것같습니다.

 hardark@naver.com로 메일을 모내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PS3) 다음달 11일 아이투자의 최강고수 중 한분인 앤더슨님이 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신다고 합니다. 얼마전 개업에 이어서 연이은 경사에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앤더슨님을 아시는 아이투자 회원분들도 같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게습니다. 덕분에 다음달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10일정도에 할 생각입니다.

 

 

 

'아이레보'와 '창비'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색 공간] 자유와 창의성 꽃피는 사무실을 찾다   홍성식(poet6) 기자

▲ 디지털도어록 업체 '아이레보' 사장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2005 아이레보 제공 [이색 사무실 1] 낙서도 효과적인 인테리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꿈만 꾸지 않고, 꿈대로 살았더니 꿈이 이루어졌다 나는 잘 나가는 도둑놈이 될 거다 ^^ 왜냐구? 당신의 마음을 훔칠 거니까 見金如石(견금여석·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이기는 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대최고 미녀 노OO ㅎㅎ... 어느 대학 동아리방 낙서장 혹은, 공중화장실 벽에 씌어진 낙서냐고? 천만에. 15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버젓한 코스닥 상장업체 (주)아이레보의 사옥 복도에 적힌 문구들이다. 비단 복도만이 아니다. 이 회사엔 사장실(현재는 상무실) 벽에도 '아이레보의 最高(최고)의 자산이 인재임을 확신하고...'로 시작되는 낙서가 굵은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혀있다. 그것도 사장이 직접 쓴 거란다. 현대인들이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무실. 그곳을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자유와 창의성을 꽃피우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는 추세다. 아이레보 하재홍(40) 대표의 '낙서 인테리어' 제안도 바로 그런 측면에서 나온 듯하다. 대우전자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9년 디지털도어록 업체 아이레보를 설립한 하 대표. 직원 2명으로 시작된 회사는 2003년 1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해 12월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사옥도 마련했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남의 집 살이'하던 설움과 번거로움이 없어진 그날. 하 대표가 직원들에게 선언했다. "여기는 우리 집이다. 맘대로 해도 된다. 자신의 꿈과 미래 그리고, 어려운 일과 고민 등 무엇이건 회사 벽면에 적어보자. 내 방에 적어도 좋다." 아이레보의 미래 끌어갈 엔진의 연료는 '자유'가 아닐까 ▲ 회사 복도를 가득 채운 갖가지 낙서들. 그 내용도 다양하다. ⓒ2005 아이레보 제공 그렇게 시작된 '낙서의 역사'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서양의 금언과 책에 적힌 근사한 문구, 회사에 대한 건의, 거기에 'OO이 기억해 주세요'라는 한 직원의 애교 섞인 하소연까지 그 내용과 사연들도 다양하다. "유치한 내용이나 욕설, 회사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은 거의 없어요. 원하면 써도 되지만 '낙서 인테리어'를 하고자한 의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겠죠"라며 웃는 홍보담당자 김유경씨. 김씨의 말은 낙서의 특성상 '익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루머의 유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우려를 일축했다. 낙서로 채워진 아이레보의 '특이한' 복도와 강당이 회사 방문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당연하다. "대부분 생경해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반응이에요. 언론사들도 다른 목적으로 취재하러 왔다가 낙서를 찍어가곤 해요. 그리곤 묻죠.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거죠'라고요." ▲ 애초 낙서를 선동(?)한 하재홍 대표. ⓒ2005 아이레보 제공 낙서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타전할 수 있다는 것일 터. 그 때문일까. 아이레보의 사내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로워 보였다. 다소 경직돼 보일 수 있는 정장 대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는 직원이 많았고, 복도와 사무실에 마주친 직원들의 걸음걸이와 표정 역시 그랬다. 이에 대해 김유경씨가 부연한다. "회사 강당에서 각종 교양강좌와 외국어강좌 등이 자주 열려요. 오시는 강사분들이 '자유스런 직원들 옷차림을 보니 대학 강의실에 온 것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세요." 최근 아이레보엔 일본의 중소기업 대표 100여명이 방문했다. 고속성장의 비결 등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말이라며 회사 강당 벽에 '協和建志(협화건지)'라는 의미심장한 낙서를 남겼다. 앞으로도 '협력하고 화합하여 뜻을 세워'야 할 아이레보. 하재홍 대표와 직원들이 만들어갈 회사의 미래. 그 미래를 밀어갈 가장 큰 힘은 그들이 낙서로부터 배운 자유로움과 그에 대한 책임의식이 아닐까싶다. [이색 사무실 2] '바람'과 '햇살'이 행복하게 범람하는 출판사 ▲ 파주 창비 사옥 1층 사무실.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이 시원스럽다. ⓒ2005 오마이뉴스 홍성식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출판단지 내 창비(옛 창작과비평) 사옥을 찾아가는 길. 가장 먼저 기자를 반긴 건 심학산(尋鶴山) 소나무 그늘에서 불어온 맑고 푸른 바람이었다. 그 바람에 땀을 식히며 사무실로 들어서니 문학평론가이자 20년째 창비에서 근무해온 김이구(47) 이사가 악수를 청한다. 35명 가량의 편집부와 제작부 직원이 일하고 있는 널찍한 1층 사무공간이 쏟아져 들어온 햇살로 온통 환하다. 1966년 창간된 계간 <창작과비평>은 한국 진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해왔다. 1974년 단행본 출간을 시작해 현재까지 1300여종이 넘는 문학·인문·사회관련 책을 낸 창비가 파주출판단지로 이주한 건 지난 2003년 초가을. 37년간을 종로와 마포 공덕동, 용강동 등지로 옮겨다니다 마침내 새 둥지를 튼 것이다. 비단 책을 쓰는 문인이나 학자만이 아니라, 기획자, 편집자, 제작자 등에게도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이 출판업의 특징. 김이구 이사는 창비의 창의성 중 일정 부분이 새로 옮긴 사무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출판을 하는 곳이란 걸 염두에 두고 계획해서 만든 공간 아닙니까. 이전에 세를 얻어서 있던 사무실하고는 아무래도 다르죠. 자기 공간이 효율적으로 확보되고, 보다시피 눈이 편안한 환경이라 이전 사무실들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김 이사의 말 그대로였다. 창비 사무실 내부가 바람과 햇살이 행복하게 범람하는 공간이라면, 바깥은 편안함과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의 향연장이었다. 물기 머금은 짙푸른 잔디와 심학산에서 밀려오는 들꽃과 나무 그리고, 풀의 향기. 책의 디자인에서부터 인쇄관리까지를 담당하는 김성은(40) 제작부 차장의 새 사무실 예찬론이 펼쳐질 만도 하다. "일단 서울과 공기가 달라요. 사무실이 여기로 오면서 집도 근처로 옮겼는데 가끔 일 보러 나갈 때면 예전 서울 살 땐 못 보던 자욱한 매연띠가 보이더라고요(웃음). 대중교통 확충과 편의시설 증설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 뒤 꽉 막힌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되는 환경이죠." ⓒ2005 오마이뉴스 홍성식 "사무실은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공간" 김 이사와 김 차장의 말처럼 파주 창비 사무실의 매력은 친환경성 그리고, 수려한 주위 환경 탓에 높아진 업무효율성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산과 바다를 찾는다. 자연으로부터 창조의 힘을 얻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출판인 역시 창의력이 필수조건. 안팎이 자연의 냄새로 가득한 창비의 사무공간은 직원들의 창의성 발현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을 설계한 김석철(62·명지대학 건축대 학장)씨는 "자연과 가장 가깝다"는 것을 창비 사옥이 지닌 특장으로 꼽았다. "원래 거긴 벌판이고, 숲이었어요. 바람도 많이 불었지요. 그것들을 그대로 건물에 옮기고자 노력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를 막지 않았고, 넓은 창을 통해 숲을 볼 수 있게 배려했지요." 서초동 예술의전당, 제주 영화박물관,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설계한 바 있는 김 학장은 "현대사회에서 사무실이란 정신적·물질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중요한 곳"이기에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사람들의 창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문화공간 같은 사무실'. 창비 사옥은 그의 건축철학이 그대로 표현된 건물이기도 하다. 붕어빵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긴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 이산화황에 찌든 하늘과 회색빛 아스팔트밖엔 내다볼 게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자유로운' 아이레보와 '자연과 즐겁게 만난' 창비의 사무실은 부럽기 그지없는 '꿈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보다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건 모든 노동자들의 희망사항이리라. ▲ 심학산 기슭에 위치한 창비 사옥 전경. ⓒ2005 디지털창비

2005-08-16 15:05 ⓒ 2005 OhmyNews

 

"명품 막걸리, 그게 나의 운명이다" [인터뷰] 배혜정 '누룩도가' 사장... 국순당 배상면 회장 외동딸   이한기(hanki) 기자

▲ '백세주'를 빚어낸 배상면 회장의 외동딸 배혜정씨. 그는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배혜정 누룩도가'를 전통주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일이 인생의 숙제라고 여긴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막걸리 여사장 배혜정을 만나다! / 김호중 기자 '배혜정 누룩도가' 대표. 국내 주류업계 여성 CEO 1호. '백세주'를 빚어낸 배상면 회장의 외동딸. 국순당 배중호 사장의 동생이자, 배상면주가 배영호 사장의 누나. 그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 전통주 명문가의 일원이면서도 아버지와 오빠·동생이 이뤄낸 성공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축구선수 차두리가 그랬다던가. '내가 차범근의 아들이 아니라, 차범근이 차두리의 아버지로 인식되도록 하겠다'고. '막걸리 여사장' 배혜정(50)씨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는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배혜정 누룩도가'를 전통주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일이 인생의 숙제라고 여긴다. 누룩도가는 우리나라 전통 탁주인 막걸리를 만드는 회사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술은 '부자(富者)'와 '새색시' 두 종류. 부자는 도수 6~9%인 일반 탁주보다 두 배나 '독한' 16% 도수의 탁주다. 또한 물과 인공첨가물을 가미하지 않은 숙성된 발효주 그대로의 원주(原酒)다. 부자와는 달리 새색시는 쌀과 포도로 빚은 새로운 개념의 전통 쌀포도탁주다. 고려시대 때 만들어졌다는 전통 포도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식 와인을 빚어낸 것이다. 백세주가 그러하듯 '부자'와 '새색시'도 배상면 회장의 손 끝에서 만들어졌다. 누룩도가를 운영하는 배혜정 사장도 "술은 아버지가 만들고, 나는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누룩도가는 물론 국순당이나 배상면주가의 술 빚는 '기술력'의 배후에는 배 회장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이 전통주의 공통점은 배 회장의 주특기인 '누룩'과 '발효'에 있다.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지내왔던 배혜정 사장은 지난 2001년 '늦깎이'로 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40대 중반에 사업을 시작한 건 순전히 아버지 배상면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강남구 포이동에 있는 누룩도가 대표실에서 만난 배혜정 사장은 과거 실패담과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막걸리에 대한 편견은 대개 '밀가루 막걸리'에서 비롯됐다" ▲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지내왔던 배혜정 사장은 지난 2001년 '늦깎이'로 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왜 '막걸리'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뼈에 사무친 막걸리에 대한 불신이 있다. 막걸리는 '싼 술'이고, 먹고 난 뒤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술 냄새를 풍겨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그러나 막걸리(전통 탁주)는 애초부터 좋은 술이었다. 지금의 막걸리에 대한 편견은 대개 '밀가루 막걸리'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인 주조 방식을) 재현해 품질 좋은 술로 만들면 막걸리도 명실상부한 전통주의 한 품목으로 발전할 수 있다." - 일본에서는 차츰 인기를 얻고 있다던데, 내수 시장은 어떤가. "사실 어렵다. 소비자들이 ('부자'나 '새색시'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도 어렵고. 그러다보니 먹어볼 기회가 없어 (술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는다. 홍보는 움직이면 돈이다. 그래서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 홍보비용에 대한 부담과 판매 부진 때문에 할인점 등에서 제품을 거둬들였는데, 조만간 농협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다시 깔 예정이다." 2001년 4월 누룩도가에서 '부자'를 첫 출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백세주의 성공신화를 지켜봤던 업계 사람들의 관심 덕에 사업 초기 한 달 매출이 5억원을 넘기도 했고, 대리점도 30여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반짝 성공'은 석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반품이 쏟아지고, 대리점은 문을 닫았다. 도수 16%의 전통 탁주는 그야말로 '막걸리도 아닌 것이, 약주도 아닌 것이'라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무너져내렸다. '부자'에 대한 반응은 뒤늦게 일본 시장에서 불붙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에 수출된 물량은 22만달러어치. 현재 일본 5곳 업체와 판매계약을 맺었다. 만족스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작은 희망을 맛본 셈이다. 일본에서는 '부자'와 과일 주스를 반반씩 섞어 마시는 '막걸리 칵테일'이 인기라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부자'가 첫 작품은 아니다. 그 이전에 새콤달콤 '옥 말걸리'를 내놓았다. 아버지가 처음에 내가 하는대로 맡겨놓았을 때였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전통 탁주를 만들려면) 어중간하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고급화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일반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미리 주문해 만들어놓았던 병 30만개를 모두 폐기 처분했다." 이렇듯 '부자'는 배혜정 사장의 실패 경험과 배상면 회장의 꼬장꼬장함으로 만들어진 술이다. 현재 '부자'는 원주인 도수 16% 술 말고도 10%, 13% 도수의 술도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배 회장은 도수 10%의 부자에 대해서는 탐탁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배 사장에게 "10% 도수의 부자는 팔지 말라"고 할 정도다. 낮은 도수의 부자는 전통 탁주의 원형에서 멀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괴팍한 성격 때문" - 사업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했을 텐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다. '이 장사를 하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살았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이게 운명처럼 다가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 사연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힘들 때마다 아버지가 원망스럽지 않던가. "(전통 탁주를 복원하는 일은) 아버지께서 평생 하고 싶어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걸 할 사람이 없다며 내게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가끔 힘들 때마다 돌이켜보면) '그걸 맡길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나' 하는 원망도 했다. 사생활도 없이 24시간 매달리는데도 잘 안될 때는... 그러나 아버지는 50년 넘게 막걸리 연구를 했던 분이고, 막걸리가 대한민국에 남아 있어야 하는 가치있는 술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아버지가 내게 이 사업을 맡긴 건 '마치 술 한 병을 달랑 손에 쥐어주고 남태평양 한 가운데 떨어뜨린 뒤 혼자 살아남으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서는 나를 엄청나게 많이 야단친다. 그럴 때면 나는 아버지께 "뭘 내게 해주었다고 이렇게 야단치느냐'고 반박한다. 지금도 아버지는 내게 술병을 들고 길거리에 나가 직접 팔라고 말한다. (기자가 '진지하게 말씀한 거냐'고 묻자) 진심이다. 아버지는 괴팍한 양반이다. 때로는 대단하다는 게 약점을 가리기도 한다. 아버지 때문에 가끔 상처를 받지만, 결국에는 '아, 그렇게 노력해라.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회장님의 괴팍한 성격 때문이다." ▲ 배혜정 사장의 사무실에는 그의 아버지 배상면 국순당 회장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내걸려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 길'을 걷는 부녀지간의 미운정 고운정 때문일까. 배 사장의 책상 뒤편에는 배상면 회장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걸려져 있고, 왼편 벽에는 배 회장의 훈시 같은 친필 글귀가 붙여져 있다. 배 사장은 매일 매일 배 회장이 써준 그 글귀를 소리내 읽으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나는 지금 힘과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원기를 갖고 올바른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발휘하여 그 본분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나는 또한 내가 매일매일 하는 일에 넘치는 열성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을 것이다. 나는 그리고 기쁨과 감사에 충만하여 헤쳐나갈 것이다. 모든 희망과 목적은 엄숙하게 올바른 길을 표준으로 삼아 결정할 것이다. 그래서 항상 밝고 명랑하게 통일된 길을 실천하고 오로지 이 세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자신을 완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우곡 배상면" 마치 교장 선생님의 조회 훈시와도 같은 이 글귀를 보며 배 사장은 어떤 다짐을 할까. "폭탄주? 그건 미친 짓이다" "술은 당대에 명품을 만들기 힘들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다. 3대쯤 돼야 명품이 나온다는 게다. 지금이 2대니까, 내 자식대까지 온 힘을 다해야만 명품이 나올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사업철학 없이 공명심만 갖고는 일 하기가 만만치 않다. (만약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애 키우고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밥 먹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배혜정의 인생이 그걸로 끝이냐'는 물음이 떨쳐지지 않는다. 나도 살았으면 산 흔적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 배 사장은 지금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한 실패 과정에서, 결국 안 쓰러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쓰러지더라도 다시금 일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것 같다. 배 사장에게 '술'과 관련된 흥미로운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가볍게 던진 질문에 그는 '쿨'하게 대답했다. - 전통주 명문가라서 식구들이 다들 술 마시는데도 '내공'이 상당할 듯 한데. "우리 식구들은 술을 잘 못한다. 술 한 방울도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주당은 아니다. 오빠(배중호 국순당 사장)는 조금 마신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대장장이 집 식칼이 무디다'고. 그러나 다들 '개코'다. 후각이 발달해 있다." - '폭탄주'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친 짓이다. 그건 믹싱이나 블랜딩 개념도 아니다." 농담 삼아 "쌀과 포도를 재료로 하는 '새색시'도 폭탄주 아니냐"고 묻자, 배 사장은 진지하게 대답한다. "새색시는 처음부터 함께 발효를 시킨 술이라 폭탄주가 아니"라고. 올해로 창업 5년째를 맞이한 '누룩도가'는 아직까지 실패담만 많다. 현재 재기에 나서고 있으나 언제 성공담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배 사장은 "실력이 뒷받침된 명품이라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성공의 근거'로 삼고 있다.

2005-08-16 21:21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