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경제정책국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재정경제부 국장들이 국가경제를 망치고 있다
이미 이곳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시장기능을 신뢰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다가 국가경제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웠다. 거래손실과 이자손실 그리고 환차손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재정손실이 벌써 십여조 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통안증권 팽창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국가부채를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100조원 가까이 추가로 증가시켰다. (외환보유고는 그 자체가 통화자산이므로 이에 따른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옳으나, 그 이자손실이 너무 커서 국가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를 포함하여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만큼 국가경제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며, 향후의 경제정책 수행에 있어서 선택의 폭을 그만큼 줄이고 말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경제정책국장까지 나서서, 국제금융국장에 못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국가경제에 짊어지우려는 듯 하다. 지난 10월 29일 기자초청 정책토론회에서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면서, “재정은 펌프의 물을 끌어올릴 때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을 투입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언론이 전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옛말을 생각나게 하는 무모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어쩌자는 것일까?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하늘까지 쌓겠다는 것일까? 국가경제를 짊어진 재정경제부가 왜 이럴까?
국제금융국장에 이어, 이제는 경제정책국장까지 나서서 국가경제를 더욱 망가뜨리고 말겠다는 듯이 나섰으니, 나는 이런 사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고도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이 소진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지금 국가경제는 누란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자, 이승우 국장에게 물어보자.
첫째, 이 국장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투입해야 경기회복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투입하겠다는 것일까? 일본은 1998년에 한 해 동안에만 무려 약 40조 엔의 재정을 투입했고, 그 이듬해에도 18조 엔을 투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규모보다 더 크게 한꺼번에 투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일본과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최소 50조 원 이상은 투입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러면 국내경기가 벌떡 살아날까? 이래도 아무런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을까?
둘째,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처방도 적절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원인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의 거품경기 특히 자산 인플레이션의 후유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악순환이 벌어지면서 경기후퇴를 심각하게 했으며, 이것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발전하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정을 한 번에 대규모로 투입하면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거품경기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랬다가 거품경기가 꺼지면 악순환이 발생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은 아닐까?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재정투입이 오히려 일본형 장기침체를 부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승우 국장은 이런 최악의 사태전개를 심각하게 고려해봤어야 하지 않을까?
셋째, 한번 실패한 정책은 또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해야 한다. 일본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1회에 걸쳐서 무려 130조 엔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하고도 결국은 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그 원인이 과연 찔끔찔끔 재정을 투입한 것밖에는 없을까? 혹시 다른 원인이 결정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직설적으로 말해서, 재정투자가 자생적인 경기회복을 막아버린 것은 아닐까?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경기를 살려낸 나라가 혹시 있다면, 이승우 국장은 단 하나의 사례만이라도 들어주기 바란다. 이제는 재정투입으로 경기를 살려내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최소한 선진국에서는 하나도 없다.
오직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그 나라가 바로 일본이고, 그 결과도 아주 비참했다. 대공황기 이래 처음 보는 장기침체가 일본에서 전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잦은 그리고 대규모 재정투입이 일본의 장기침체를 부른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넷째, 지금 일본 경기는 살아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본 경기를 살려냈는가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서도 그 방법을 본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경기회복은 재정을 긴축하고 지하철과 우정사업까지 민영화하는 등 정부부문을 축소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세계적으로도 1990년대에 번영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재정지출을 축소시키고 민영화를 추구하는 등의 정책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재정긴축이 경기를 살려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재정투입과 경기회생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다섯째, 재정투자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경기를 회복궤도에 완전히 올려 놓으려면, 생산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생산과 투자가 늘어야 소득이 늘어나고, 소득이 늘어야 수요가 증가하는 등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익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도 이익을 많이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이익이라는 유인보다는 국가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함으로써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대규모로 재정을 투자하더라도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지 않을까? 또한 가장 시급한 일은 기업인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시급한 일은 재정경제부가 얼마나 했을까? 직접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느 것이 시급한 일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경제정책을 총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섯째, 케인즈 이론에 따른 재정투자의 승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1980년대 이전에 각국의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학계가 모두 받아들였다.
현실적으로도, 재정투자가 일시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줌으로써 기업이익을 인위적으로 늘려주면 기업의 자구노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체력이 약해지면 결국 국가경제의 경쟁력과 성장력도 떨어진다.
또한 인위적인 수요증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킴으로써 기업이익의 증대를 제한하고, 이것이 다시 경기회복을 제한함으로써 1970년대와 1980년대처럼 스태그플레이션만 일어나게 할 뿐이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이 이것도 몰랐다는 말인가?
일곱째, 재정을 투입하여 경기를 부양시켰다면, 그 경기를 유지시기키 위해서는 다음 해에도 재정을 최소한 같은 규모로 더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그 경기가 유지된다. 그러나 재정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는 재정적자의 누적 즉 국가부채라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재정투자의 증대가 한번에 그친다면, 이것은 곧바로 총수요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이에 따라 경기는 다시 하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재정투입은 경기변동을 더욱 자주 일어나게 함으로써 기업의 생산과 투자에 부정적인 효과만을 나타낼 뿐이다.
실제로도 재정투입은 경기변동을 자주 부르고 그 진폭도 크게 하는 경향이 있다. 재정투자에 의한 경기상승은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승우 국장, 그렇지 않은가?
여덟째, 경기를 부양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경기부양조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기흐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정경제부가 이런 능력을 보여준 적이 과연 있었던가? 불행하게도, 최소한 외환위기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경기가 상승하거나 호조를 보일 때마다 오히려 경기부양에 나서곤 했다. 그래서 경기를 과열시키거나 과속시킴으로써, 경기상승이나 경기호조의 기간을 오히려 짧게 만드는 결과를 빚곤 했다. 경기변동을 과거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게 했고, 경기변동의 진폭도 크게 키웠다.
이 문제는 이곳에서 벌써 몇 차례 다뤘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겠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상승 중이라는 사실을 이승우 국장이 알아보고 있을까? 이런 때에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경기상승이 과속을 일으켜, 조만간 경기후퇴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과연 그가 알아볼까?
끝으로, 이승우 국장이 기어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나서겠다면, 이것이 실패했을 경우에는 그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할 것이다. 만약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도 경기부양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수십조 원의 재정손실에 대한 책임을 이승우 국장은 어떻게 질 것인가?
더욱이, 재정투입이 경기를 오히려 장기간 침체시키는 결과를 빚었을 경우에 나타날 국가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도 몹시 궁금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변해주기 바란다.
여담이지만, 선진국의 경제정책은 재정정책에서 통화금융정책으로 이행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재정정책의 뒤를 이었던 통화금융정책 역시 이미 큰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는 통화주의에 입각하여 통화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면 경제는 스스로 안정을 되찾고 성장한다고 믿었다가, 금리를 미세 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이제는 경기의 지나친 과열이나 빠른 하강을 금리조정을 통해 막는 일이 정책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 이런 경제정책의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이승우 국장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까?
출처 - 21세기 경제학연구소 최용식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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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1 2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