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의 기술

밀랜드 M. 레레 저 / 권성희 역

흐름출판 / 31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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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특히 월드와이드웹이 보급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알파벳이 W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치투자라는 방법론이 보급될수록 사용 빈도 수가 높아지는 단어는 무엇일까? 물론 안전마진, 자산, 이익 같은 단어들도 사용이 많이 되겠지만 역시 독점이라는 단어가 앞장을 서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가치투자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나만이 아는 독점 기업을 찾아 다닌다. 워렌 버핏이 얘기한대로 독점이야말로 기업에게 높은 초과 이윤과 긴 생명력을 안겨 주고 이것이 곧 주주의 이익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꼭 워렌 버핏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록펠러, 카네기, 임상옥, 빌 게이츠까지 고금을 막론하고 거부의 뒤에는 독점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간 독점이라는 단어는 방황했다.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달콤한 면 만큼이나 무자비하게 경쟁자를 제거하는 카르텔과 소비자 권익의 파괴라는 살벌한 면이 공존했던 탓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정의가 너무나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다뤄져 광범위한 사용에 제한이 많았다. 어떤 기업이 대외적으로 독점을 목표로 내걸었다면 글쎄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경계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 모든 기업은 독점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용기 있게 외치는 책이 나왔다. 바로 독점의 기술이다. 여기서는 독점을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동안 소유할만한 사업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답게 혼다, 스타벅스,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트 등 다양한 사례를 넘나들며 새로운 독점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실 독점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얘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때 경영계의 화두이자 유행이었던 블루오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점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가치투자자에게는 하나하나의 내용이 그냥 지나쳐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상황적 독점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흔히들 좀더 나은 기술, 디자인 등 제품의 특성이 독점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나 오히려 쉽게 바뀔 수 없는 특정한 상황이 독점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직업상 여러 기업들을 분석하다 보니 저자가 내린 결론이 매우 타당하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깨닫고 있던 차여서 책을 읽으며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좀 낫다고 하는 부분은 초과 이익이 발생하는 한 경쟁자가 들어와 금새 따라 잡히고 말지만, 비즈니스 자체에는 독점의 속성이 없더라도 어떤 특정 상황이 도래했을 때 나타난 독점이 매우 강하게 유지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이 책을 읽고 남는 아쉬움은 역시 저자가 외국인이기에 외국의 사례만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독자가 머리 속에서 독점의 기술을 다시 한번 써보도록 하자. 자신이 직접 생각해서 찾은 한국 기업들의 사례들로 가득 채워서 말이다. 그 어떤 애널리스트가 쓴 기업분석 보고서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