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리더스 9월모임은 '워렌버핏처럼 적정주가 구하는 법'의 저자인 유리자산운용의 이은원 과장을 모시고 저자특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마침 대한항공을 탐방하고 바쁘게 오시느라 저녁식사도 대접하지 못하고 김밥 한줄로 때우시게 하고 바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매년 주주들에게 버핏이 직접 작성하여 발표한 주주서한을 중심으로 버핏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밸류에이션을 하였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낸 내용입니다. 버핏에 관한 책은 많지만, 국내 전문가에 의해 이처럼 가까이 접근한 경우는 처음이고, 또한 찾아낸 방식을 활용하여 국내주식에 적용하여 사례를 보여준 점도 매우 유용하였습니다.



밸류리더스의 유명세 덕분에 강의 전에 사뭇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강의를 시작하자 마자 매우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전개하는걸 보고 "젊은 분이 참 대단한 내공을 지녔구나~!"라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저자는 가급적 근거가 된 주주서한을 벗어나지 않고 책을 저술하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밸류에이션 부분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다른 책처럼 가벼울 수가 없는 주제라서 저술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저자의 생각도 곁들여 가면서 강의가 진행되어 강연을 듣는 입장에서 매우 편했습니다.  

강의 주제가 되는 워렌버핏의 밸류에이션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일반적인 DCF가 분자에 현금흐름, 분모에 이자율인 반면 버핏은 분자에 주주이익, 분모에 할인율(주주의 요구수익률)을 적용한 점이 가장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할인율은 WACC에서처럼 베타와 같은 주가변동성을 감안하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세율, 성장율 등과 같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관련 서적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자주 공식화의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즉 누군가 활용하기 쉬운 그럴듯한 공식을 제시하면 현실을 깊이있게 이해할 생각을 포기한 채 그저 재무제표의 어떤 숫자들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해답을 얻는데 만족하는 경우입니다. 저자도 자신이 찾아낸 버핏의 방식이 기계적으로 무차별하게 적용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작업을 하기 이전에 산업전반에 대한 통찰과 기업의 사업모델을 이해함으로서 경제적 해자를 찾아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버핏은 가장 현실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론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실제 내재가치를 가장 근접하게 추정해보고자 한 것입니다. 저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버핏의 밸류에이션 방식도 해가 거듭할수록 스스로 진화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강의가 끝나고 정말 많은 질문들이 쇄도했습니다. 밸류에이션 공식의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언급부터, 거시지표와의 연관성 등 큰 틀에 관한 것까지, 그리고 산업별로 차등화해야 하는지 여부나 이 방식을 활용한 투자 시뮬레이션의 성과여부, 버핏의 할인율에 대한 다른 해석, 그리고 실제 매매에 있어서 매도에 관한 기준, 기관투자가들은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의 끝도 없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적지 않은 질문인데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고 성의있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저자 역시 주주서한을 통해 버핏을 어림짐작한 입장인데도, 마치 버핏을 앞에 두고 질문하는 듯 착각할 정도로 열의가 뜨거웠습니다. 우리가 버핏의 방식을 공부하는 이유는 버핏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이 방식이 돈버는 왕도라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또한 버핏만 옳고 다른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한 투자자를 통하여 자신의 수준에 맞춰 하나라도 배워보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입니다. 같은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도 수석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교 꼴등을 면치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활용하기 나름인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주주서한을 꼼꼼히 읽고 분석하여 저자와 유사한 결론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이러한 수고를 덜어주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주주서한에서 언급된 다른 재미난 이야기도 들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성의있는 강연을 진행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자에게 넉넉한 강연료를 드리지 못하는 대신에 '전략적 가치투자'를 선물로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