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포트폴리오에 숨은 뜻은?

(파이낸셜뉴스) '투자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포트폴리오는 전세계 투자자 사이에서 일종의 투자지침서로 통한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외신들이 그의 연례서한과 버크셔의 공시자료를 앞다퉈 보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CNN 계열의 재테크 전문지 머니 매거진은 26일(현지시간) 최근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 나타난 변화를 토대로 버핏의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위기가 기회' 등 원칙고수

큰 그림으로 볼 때 버크셔는 익히 잘 알려진 버핏의 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남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고, 주식을 선호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업종 대표주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및 중국 경착륙 우려 등 악재가 속출하자 주식형펀드에서는 1400억달러(약 159조12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에 반해 지난해 중순 470억달러가 넘었던 버크셔의 보유현금은 연말께 370억달러 미만으로 줄었다. 시장이 한산해진 사이 쇼핑을 즐겼다는 의미다. 107억달러를 들여 IBM 지분 5.5%를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IBM 투자 버핏의 변심?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IBM 투자를 놓고 고개를 갸웃했다. 버핏이 그동안 기술주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IBM은 단숨에 770억달러 규모인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코카콜라 다음 가는 '넘버2'의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버핏의 원칙이 바뀐 걸까. 머니 매거진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버크셔가 IBM과 인텔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경기변동에 취약한 일반적인 기술주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IBM과 인텔은 이미 사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코카콜라와 프록터앤드갬블(P&G) 등 버핏이 전통적으로 선호했던 소비재와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들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배당액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금융주 강세 점쳤지만

버핏은 지난해 금융산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금융주의 강세를 점쳤다. 버크셔는 웰스파고 주식 4000만주를 추가 매입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비자, 마스터카드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버크셔의 투자행보에는 금융주에 대한 버핏의 경계심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웰스파고는 미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투자위험(리스크)이 큰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투자은행 부문이 없으며 유럽 은행권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도 거의 없다.

BoA의 경우 버크셔는 6%의 배당수익을 약속한 우선주에만 투자했으며, 경기에 둔감한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헤징(위험회피) 수단에 불과하다고 머니 매거진은 지적했다.

■'주식 강세론'도 흔들?

머니 매거진은 버크셔가 지난해 미 제약업체인 CVS 케어마크, 신장투석기 제조사 다비타, 위성TV업체 다이렉TV, 할인 소매점 업체 달러 제너럴 등의 지분을 사들인 데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경기가 나빠도 어쩔 수 없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머니 매거진은 또 지난해 버핏의 사상 첫 자사주 매입(바이백) 결정이 주식시장 강세에 대한 그의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백 결정은 버핏이 주식시장에서 살 만한 게 자사주밖에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