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 보도로 어제 KOSPI가 32포인트, KOSDAQ이 4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코스피는 생각보다 덜 떨어졌고,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마도 코스닥은 충격을 흡수할 선물시장이 없기 때문인 것 같고,
매도가 주로 개인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북한에
대한 폭격 가능성, 한반도 전쟁가능성이 논의되곤 했습니다.
금번 2차 북한 핵위기의 시작은 2002.10월 켈리 미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때
북측이 우라늄 농축핵 프로그램을 시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예상되었던 북한의 핵개발 시나리오는
영변 중수로 원자로 핵봉인 제거(2002.12월) - IAEA 사찰관 철수 - NPT탈퇴(2003.1월) - 플로토늄재처리(2003.10월) - 핵무기 보유선언(2005.2월) -
핵실험(2006.10월) - 핵무기수출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고 어제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무기 수출을 제외하고 실제 실현되었습니다.
한단계, 한단계 진행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거렸고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확고했고
의도한대로 단계별로 진행해왔습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었습니다.
북한이 사실상 국제사회에 고립된 경제체재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제재를 한다고 해도 별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소위말하는 정밀폭격으로 북한을 핵시설을 폭격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첫째, 이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발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폭격은 또다른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고 주한미군이 입을 피해규모나 전비조달을 위한 재정부담을 생각할 때 바보가 아닌 이상 폭격은 하지 않을 겁니다.
둘째, 미국이 우리 금융시장에 투입한 돈이 얼마입니까? 외국인 투자액이 3천억
달러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는 상황에서 미국정치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칠
월가의 한국 투자규모를 무시하고 기껏 김정일 혼내주려고 무모한 군사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중동이나 인근 국가로 수출하게되어 이스라엘의 안전이 위협되거나 세계 각지에 주둔한 미군의 안전이 위협받는 시점이 도래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쟁이라는
것도 이해타산이 맞아야 가능합니다. 석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도 아닌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대규모 경제적
부담과 인명희생을 무릅쓰고 군사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미국이 핵폭탄 몇개를 만들수 있는 플로토늄추출을 완료한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웠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몇개를 만들 능력을 갖춘
마당에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까지 취하가며 이를 억지로 막기에는 치뤄야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되 다른나라에 관련
기술이나 핵무기가 흘러가지 않도록 철저히 막으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서서히 붕괴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즉, 일본이나 한국, 대만을 감안할 때 동북아의 핵군비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명목적으로는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지 않고 제재를 가하되 북한이 꼼짝달삭
못하도록 경제, 금융, 정치면에서 더욱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 수십년 냉전체제에서 소련에 대해 이러한 containment 정책을 써서
냉전에 승리한 바 있고, 쿠바, 리비아에 대해서도 수십년간의 고립정책을
수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0년이되든 20년이되든 북한에 대해 얼마든지
고립정책을 지속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 겁니다. 예컨대 단기적으로 동해와
서해의 공해상에 항공모함이나 구축함 몇대 띄워놓고 북한을 오가는 모든
상선에 대해 수색을 하거나, 중기적으로 일본과 합작하여 북한에 대한
무역관계를 포함한 경제관계를 모두 단절하는 겁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이 대북 군사조치를 개시할 계기를 마련했기 보다는 대북봉쇄정책 강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며 북한 핵문제는 앞으로 수년 또는 십여년동안 지루할 정도로 질질 끌면서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우리 주식시장이 어제처럼 폭락해야 하나요?
북한의 핵개발 의도는 이미 2002년에 명백해졌고, 한단계 한단계 예정된 수순을
밣아왔고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폭격을 해서 당장 전쟁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외국사람의 눈에 볼때는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이래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위험지역입니다. 북한
핵무기로 이러한 위험도의 강도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변화는
아닌 겁니다.
이러한 면을 종합하여 볼 때, 어제의 폭락은 시장참여자의 '심리'적 요소에
크게 기인한다고 봅니다. 코스톨라니가 주식시장에 단기적인 흐름은
대부분 '심리'에 좌우한다고 했듯이 어제의 폭락은 심리적 충격에 의한
것이며 본질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진짜 전쟁이 난다면 본질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전쟁의 위험은 아직 적습니다.
오히려 북한 핵실험은 핵실험에 대한 불안정성을 해소시켜줌으로써
주식시장의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이며, 바겐세일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입니다. 여러분 용기를 가지세요. 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습니다.
진수성찬을 언제 먹을지는 용기와 시기에 대한 개인적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Bon Appet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