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맥주 1위(하이트맥주)와 소주 1위(진로)가 결합했다. 인수 주체인 하이트맥주는 '시너지'라는 미래 잠재력에 무게를 싣고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진로를 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득보다는 실이 컸다. 결합 비용 탓에 각자의 역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시장 위상과 주가 둘 다 하강 곡선을 그렸다. 부진했던 1라운드를 지나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점으로 묶였던 소주와 맥주 양쪽 간 통합 영업 제한이 풀렸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금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무리한 인수 가격이 악재

= 진로 인수가는 3조4100억원이었다. 시장에서는 '무리한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이트맥주는 시너지에 무게를 두고 베팅했다. 이는 재무건전성 논란으로 연결되면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 주가를 괴롭혔다.

기업가치 지표인 주가 흐름으로 보면 양사 간 합병 시너지는 없었다. 2009년 전 고점 대비 하이트맥주 주가는 18만8000원에서 11만3500원으로, 진로 인수 비용 부담을 지고 있는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는 4만5200원에서 1만7100원으로 추락했다.

진로는 공모가 적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데뷔하자마자 이미지 추락을 겪는다. 진로의 9일 종가 3만2500원은 공모가(4만1000원)의 79.3% 수준에 불과하다. 하이트홀딩스 측은 "진로 상장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 물량은 줄였고, 2013년 만기인 풋옵션 2300억원 물량만 남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애초 FI 자금은 1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2008년 채무 주체인 하이트홀딩스의 유상감자로 1조원으로 줄었다.

◆ 경쟁사에 대응 제대로 못해

= 주류는 새로운 브랜드 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마케팅에서 판매 실적이 갈린다. 결국 돈 싸움이란 얘기다. 한 중형사 애널리스트는 "진로 인수비용 부담으로 투자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내부를 추스르기 바쁠 때 외부의 공격은 거셌다.

소주에서는 2009년 음료 대표사인 롯데칠성음료가 두산주류의 '처음처럼'을 인수하며 등장했다. 시장에선 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선한 롯데의 브랜드가 대대적 마케팅과 합쳐서 힘을 냈다고 평가했다. 맥주에서는 2위인 OB맥주가 맹공을 퍼부었다. 이런 공격은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2005년 3월 57.8%까지 갔던 진로 소주는 작년 말 40%대 초반(업계 추정)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그룹은 "M&A 효과는 이제부터"라고 항변한다. 늦어도 올해 4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영업통합 효과 덕택이다.

기존엔 공정거래위원회 독점 규제로 인해 하이트맥주는 맥주만, 진로는 소주만 팔았다. 이제 한 사람이 둘 다 팔 수 있다. 영업망 통합 수혜는 소주가 더 크다. '끼워 팔기' 식의 홍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 끼워 팔기를 하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지역 소주업체가 맞서고 있어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진로는 영업통합을 대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오는 25일 발행할 계획이다.

[김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