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밝혔지만 전 기본적으로 비관론적인 의견을 좋아합니다, 그런탓도 있겠지만 전 바이오 산업 투자에 대해서 회의적인 편입니다. 물론 바이오 산업이 향후 미래의 중요한 성장 동력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데는 동의합니다.
제가 바이오 산업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겁니다. 제가 아는 분야는 극히 제한적이고 일급정보님이 올리신 자료 가운데서도 제가 이해하고 얘기할 수 있는 분야는 체외 진단분야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일 자체가 병을 진단하는 일이고 국내에서 큰 기관에서 근무하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연구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체외 진단과 관련된 소위 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 국가 과제 또는 국책 연구비란 이름으로 집행되면서 진행되고 있지만 안에서 돌아가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말 기가 막힐때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의 한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단기 성과주의와 일부 연구자들의 과욕이 정작 중요한 일을 그르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일부 연구상의 오류가 바이오 산업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보기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연구 중 체외 진단과 관련된 연구는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체외 진단이란 쉽게 비유하자면 피 한방울로 모든 암 진단이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아마도 언젠가는 이런 기술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엔 현재의 질병 진단 기술이나 여러 가지 최첨단 과학 기술로도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들자면 제가 전공의를 시작할 때(1996년) 앞으로 수년내에 현미경을 보면서 암을 진단하는 일은 없어질 거란 얘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얘기 처음 들었을 땐 좀 겁이 나더군요, 나중에 먹고 살일이 없어지면 어쩌나 싶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도 똑 같은 얘기들이 나옵니다.
재미있는건 현미경으로 암 진단하는 일이 없어질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저희는 계속 그대로 있다는거죠.
이제 현미경을 보면서 암진단하는 시대는 끝났고 수술도 곧 필요 없어질거라고 입에 거품 물던 사람들 정작 본인이나 가족이 암이 발견되면 저희나 외과 찾아가서 빨리 진단하고 수술해달라고 난동 부립니다 (정말 이런 상황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얘기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바이오 산업은 IT 산업보다 더 오랜 시간 인내하고 투자해야 할겁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곧 상용화되서 떼돈을 벌 수 있는 테마라면서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요즘 이런 감언이설로 저를 설득하려는 사람을 겪어보니 참 황당하더군요.
현실이 참 희안한게 그런 사기꾼 같은 사람들중에 바이오 산업이나 국책 연구과제에 입김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는거죠, 물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성실하고 정직한 태도로 연구하고 계시고 이런분들이 아마도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밝혀줄거라고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