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장님인 알파치노가 어여쁜 20대 여자와
추는 탱고신을 기억을 할 것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알파치노의 카리스마,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의 아름다움, 음악에 딱 적당한 탱고에 넋을 잃고 바라봤다.
물론 두번째 볼 때는 알파치노 눈깔이 움직이나 않 움직이나를
뚫어지게 봤었지만.
나도 이 영화를 본후 볼룸댄스를 배워보리라하고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퇴근하고 나서 열심히
동네 아줌마들과 잡고, 돌리고 한 적이 있다.
같이 배웠던 한 아저씨는 그전에 춤을 춘 경험이 있는지
유독히 움직임이 사뿐사뿐 잘 움직이니
짝을 정할때 그 아저씨랑 한번 돌려볼려고
아줌마들이 줄을 서곤 했다.
역시 나는 운동 신경이 둔한 것을 절감하고
물론 한 두달만에 포기했지만
그때 가라로 배운 얼치기 춤도
한번은 써먹을 때가 있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갔는데
어쨌든 간에 나는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여인의 향기'인지 궁금했다.
혹시 한글의역을 했을까?
그런데 영문 제목을 찾아보니
Scent of a Woman
여인의 향기 맞네.
아직도 여인의 향기와 그 영화내용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향기와 여인과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젊은 시절 여자친구,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 경험을 가지고 산다.
보통은 같이 자주 가던 장소에서 내가 바라보던 얼굴,
내 귀에 속삭이던 목소리,
부드러운 손길.
추억이라는 것은 주로 시각, 청각, 촉각으로 기억된다.
지난주였나.
집사람이 잠자리에 들기전에
얼굴에 뭔가 열심히 바르고 있었다.
잘자라고 토닥거리고
컴퓨터 방으로 나가는데
코에 걸리는 향기가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10년전 대학로 극장에서 그녀의 볼에서
나던 향기가 떠올랐다. 남경읍이 주연으로 나왔던
'사랑은 비를 타고'를 같이 보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방을 나서면서 집사람에게 물어봤다.
'야, 네 얼굴에 바른 게 뭐냐?'
''어 시슬린데 향기가 좋아?''
'아니 뭔가 바뀐 것 같아서 그래'
나는 그날밤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2우B가 올린 여러번 여인의 향기를 들으며
그 친구는 이지구 어느 땅에 붙어 숨을 쉬고
있을까?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