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소주 한 잔 하면 참이슬이 아니라 처음처럼을 마십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더군요. 그런 술자리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피터린치였습니다. 하여, (주)두산을 살펴보았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도, 아이투자 회원님들의 분석도 드문 회사일뿐 아니라, 사업분야가 다양한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사업보고서와 지난 기사들 정도만 읽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처음처럼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주)두산 수익가치제고의 중요한 엔진이 되겠지만, 투자에 있어 반드시 챙겨야 할 더 핵심적인 변수는 그룹 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주)두산의 지주회사 전환방법이다.
강추!와 같은 섹시한 결론이 안나와서 아쉽지만, quick and dirty수준의 분석이나마 적어봅니다.
1. 파죽지세 처음처럼
신영복 교수의 서체가 눈에 띄는 술, 처음처럼이 정말 파죽지세다. 2월 7일 처음 선보인 후 17일만에 1000만병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더니, 51일만에 3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참이슬의 같은 양 판매기록인 92일보다 무려 41일이나 빠른 것이다. 성공비결은 20도로 낮춘 알콜도수, 그리고 70원 낮춘 가격(730원)으로 유통망에 merit를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이슬을 키운 한기선사장이 두산에 와서 진두지휘하고 있어 더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11.4%까지 올랐는데, 진로의 아성인 서울【?10%대에 진입한 것은 90년대 초 경월그린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물론 앞으로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진로의 저도소주 출시,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유통망 장악력, 그리고 가격인하의 문제점 등등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이후의 시장이야 지켜보아야 하는것이겠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크라운의 OB 역전 사례도 있으니, 지금 인기를 반짝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일러보인다.
2. (주)두산의 사업 Overview
그렇다면, 처음처럼의 이러한 질주가 회사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이를 위해 회사의 사업분야와 분야별 매출및 영업이익을 살펴보자. 아래의 BG는 Business Group의 약자로, 두산이 사업분야를 나누는 단위이다.
<2005년 사업부문별 재무현황>
(단위: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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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BG |
전자BG |
식품BG |
상사BG |
테크팩BG |
출판BG |
의류BG |
기타BG/BU |
총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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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
249,617 |
439,451 |
231,103 |
271,725 |
309,814 |
217,046 |
214,393 |
-68,689 |
1,864,460 |
|
영업이익 |
21,621 |
19,313 |
-7,932 |
6,842 |
24,714 |
20,908 |
16,684 |
2,520 |
104,670 |
(기타BG/BU에서 마이너스 매출은 부문간 내부매출때문이며, BU는Business Unit으로 BG보다 작은 관련 사업단위임. 자료: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전자BG는 PCB회로판 관련산업을 영위하는데, 수출의 비중이 높지만 원재료 수입의 비중도 높아 환율하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식품BG는 종가집 김치, 두부, 사료등의 사업을 하며, 상사BG는 주류수출 등 무역, 테크팩BG는 유리병, PET병등의 포장산업, 출판BG는 동아전과등, 의류BG는 폴로와 게스의 판매를 담당한다.
위 표를 보면 매출이 높은 곳으로는 전자BG가 눈에 띄지만 영업이익의 관점에서는 테크팩BG, 주류BG, 출판BG등이 눈에 띈다. 특히 영업이익률에서는 테크팩BG가 단연인데,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리병시장, 캔시장, 식기용기시장 포장의 국내시장점유율 1위업체이다. 이는 처음처럼의 매출신장이 주류BG뿐 아니라 테크팩BG의 성장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또한 뒤에 그룹 지배구조표에서 보여질 삼화왕관이라는 상장 자회사는 병뚜껑을 만들지 않던가? 주류BG의 2005년 실적은 소주시장 점유율 9.2%기준이므로 향후 점유율이 증가하여 15%정도가 될 경우 주류BG와 테크팩BG의 성장은 뚜렷할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백세주 매출 비중이 90%가 넘는)국순당과 달리 다양한 사업군이 있어 회사의 전체 이익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만의 하나, 처음처럼이 진로를 제치고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날이 올경우, 매출성장과 더불어 고영업이익률이라는 달콤한 선물까지 받게 되겠지만 말이다.
3. 주요 재무정보와 문제점, 그리고 희망
현재 시가총액 9200억인 (주)두산의 2005년 매출은 1조 8644억, 영업이익은 1046억, 당기순이익은 79억이다. EBIT Multiple(시가총액/영업이익)은 충분히 이성적인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이 너무작아 PER만 봤을 때는 엄청난 고평가다. 주요한 이유는 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작년 손익계산서에 잡혀있는 이자비용만 1046억이다.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갚으면 남는게 없다는 소리다. 부채비율이 300%가 넘고, 유동비율은 62%밖에 안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추세적으로는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V차트) 결국, 차입금을 갚아나가고 재무건전화를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회사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비자금을 둘러싼 형제갈등과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의 유죄선고이후, 두산그룹은 그룹회장제를 폐지하고 (주)두산을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주)두산의 재무건전화는 이와 맞닿아 있다.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100%미만으로 맞추어야 하기때문이다.
<두산의 지배구조개선계획>
(현재 (주)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이외에도 대표적으로, 삼화왕관 지분44.7%, 오리콤 지분 58.5%를 보유중이다.)
물론 최근 주총에서, 두산은 유죄선고 받은 오너일가를 이사로 임명하려다가 시민단체의 반대로 취소한다던지, 동기부여의 수단인 "스톡옵션"을 유죄선고 받고 물러나는 전문경영인에게 위로금조로 부여하는 등 비난의 여지가 있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제시한 지배구조의 개선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향후 3년안에 위그림 오른쪽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자산이나 지분을 정리해서 부채비율을 낮추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방법을 쓸지, 오너일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편법을 쓸지에 따라, 처음처럼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두산의 미래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그림자료: 조선일보,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