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당히 주가가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제 오를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주가가 제법 큰 폭으로 내렸고 여전히 개인매수가 많은 것을 봐서는 아직 더 내려야 할 것도 같군요.

아직 전혀 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패닉상태는 아직 도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슬금슬금 꾸준히 내리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는데 느낌이 좋지 않군요.

 

금주는 전혀 매매를 하지 않은채 일관되게 내려가는 시장을 바라만보았습니다.

예전에 스크랩했던 자료도 보고 오래된 매매일지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식투자를 수 십년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도 1998년 초에 주식계좌를 처음 열었으니 올해 햇수로 9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버텨왔습니다. 2000년을 제외하고는 손실본적이 없고, 그 외의 해는 최소한 시장수익률보다 높았으니까요.

 

단한번 크게 손실을 본 것은 2000년 현대전자에 투자했을 때였습니다.
1999-2000년간은 현대전자가 16000원 언저리에 오면 사고 20000에 도달하면 파는 식으로 상당히 재미를 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합니다만 그때는 재무제표도 제대로 보지않고 현대전자가 우량주라는 믿음과 챠트상으로 16000원이 경험적으로 바닥이고 2만원이 꼭지라는 것만보고 현대전자를 사고 팔곤 했습니다.

 

때는 2000년 8월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1천만원만 가지고 투자를 했었는데 7월에 2만원까지 올랐던 현대전자가 다시 16000원까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회는 이때다' 하고 1천만원어치를 현대전자를 샀습니다. 한 며칠 올랐지요. 거의 2만원까지 갔었고 1-2일만 더 참다가 팔려고 기다리다가 매도 타이밍을 지나쳐보내고 말았습니다.

 

주가가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하더니 9월중순에 16000원까지 왔습니다. 그 상태가 본전이었는데 경험적으로 16000원까지는 잘 내려가지 않았고 그때는 현대전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량주였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크게 해보리라 생각하고 1천만원을 더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우량주이고 16000원은 이상은 확실하니 돈 있으면 사두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다녔더랬습니다.

 

10월초까지 약간 반등하는 듯하더니 단숨에 13000원을 지나, 12000원, 11000원 까지 가는데 10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손실율은 순식간에 30-40%에 이르고 언론에서는 지금처럼 "00 포인트 붕괴", "증시 패닉상태" 등의 글들이 경제면을 장식했지요. 당시에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굴욕적인 손절매를 택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가보느냐?

 

2천만원이라는 돈은 3-4년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피'같은 돈인데 지금와서 물러서면 700만원 손실이지만 조금만 더 버텨서 10%라도 반등이 된다면 2-3백이라도 만회할텐데하는 본전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폭락장은 처음 맞아보는 경험이라 정신도 없었구요.

 

하지만 시장에 맞서지 말자는 마음과 개인투자자로서 내가 모르는, 회사내부자만 아는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다음을 기약하자는 마음으로 눈물을 머금고 11000원에 전량 손절했습니다. 약 2달만에 3-4개월치 봉급이 날아가는 순간이었지만 팔고나니 오히려 홀가분해지더군요. 그이후에도 현대전자는 끊임없이 계속 내리고 내려 2000년 연말에 5천원을 하향돌파하고 2001년이 되더니 몇백원짜리 주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전에 제말 듣고 현대전자 샀던 친구는 끝까지 버텨서 16000원에 50주 사서 1천원에 팔고 나오니 딱 5만원 남더군요. 그일 때문에 그친구에게 두고 두고 원망들으면서 제가 산 밥값만 1백만원 어치는 될 겁니다.

 

그때 본 손실을 회복하는데 딱 1년 정도 걸렸습니다. 다행히 종자돈을 보전할 수 있었기에 그 다음해 장이 회복될 때 원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것은 '정말 큰 손실은 부실주보다 우량주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큰 잘못은 해당기업의 상태도 잘 모르면서 우량주라는 믿음만으로 매수했던 것이겠지요. 살 때부터 기업의 순익과 경영상태, 향후 전망을 잘 따져보고 싸게 샀다면 손절할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또다른 실패원인은 'IT 버블 붕괴'라는 시장의 큰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작년에 이주식이 얼마였고 앞으로 얼마가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세계시장의 흐름에 대해서 전혀 몰랐으니 왜 외국인이나 기관이 줄기차게 현대전자를 파는지 무지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지금 증시 상황은 저에게 유사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예전처럼 무대포로 종목선정을 하지는 않기에 나름대로 종목에 대한 믿음은 있습니다만 세계증시의 흐름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증시의 미래를 믿기에 아직은 종목을 꼭 쥐고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워낙 Dynamic Korea 인지라 외국인들의 자금변화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어떻게 미래가 전개될지 모르나 판단은 본인이 해야하는 것이고, 나의 판단에 대해 외롭게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투자자로서의 의무이겠지요. 투자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규정짓기보다는 유연한 사고로 대처해나가려 합니다.

 

여러분 투자에도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