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7 09:11    
 
"밤은 수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옆에 있던 친구의 필통위에 쓰여져 있던
미국인지, 영국사람의 시의 한 구절이다.
 
필통 만드는 회사에서 어디서 가져와서 필통위에 붙였고,
필통 주인은 그런 글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칠흑같은 밤을 미국 중부에서 느낀 적이 있다.
링컨이 옛날에 살았다는 디케이터란 마을이 있다.
시카고에서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되는 작은 마을인데
주위가 모두 콩밭이고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지대이다.

집사람의 친척분이 거기에 사셔서 그분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마침 달이 뜨지 않는 밤이었는데, 전기불을 끄자마자 코앞 1미터도
보이지 않았다. 도시의 삶의 익숙해져 있는 나는 1~2분 지나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사물의 윤곽이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칠흑같은 밤에 물체를 보려면 우리의 눈은 소용이
없다. 즉, 빛을 내는 물체가 바로 눈과 같다. 가로등 처럼
빛을 내는 물체를 중심으로 밤의 눈이 생기는 것이다.

밤의 수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도시의 수천개의 불빛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천명이 사는 도시의 밤을 밝혀주는 수천개의
불빛으로 수천명의 사람이 밤에 눈을 뜨고 살고 있다.

셍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에 보면 밤의 빛에 대한 서술이 나온다.
사하라 사막위를 밤에 비행하는 조종사가 사막위에 형성된 마을을
보면서 참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캄캄한 밤, 별빛만 보이는
검은 대지를 날아가다가 불빛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형상을
보면서 셍텍쥐페리는 인간이란 동물은 같이 모여살지 않으면 살수없는 존재라는 것, 인간적이라는 말은 같이 어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오늘은 브뤼셀의 정상적인 날씨였다.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5시경부터 컴컴해지는 브뤼셀의 밤을 그나마 인간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가로등이다.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 Francis William Bourdillo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And the day but one;
Yet the light of bright world dies
With the dying sun.

The mind has thousand eyes,
And the heart but one;
Yet the light of whole life dies

When the love is done.

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단 하나뿐,
그러나 밝은 세상의 빛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마음은 천개의 눈을 가졌지만
가슴은 단 하나뿐,
그러나 한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다할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