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설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속속 발표하면서 상당수 종목들의 증시 퇴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주식시장에선 중소형 건설주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종목별로 낙폭을 살펴보면 △금호산업 14.91% △벽산건설 10.92% △동양건설 13.88% △남광토건 15% 등이다. 반면 대형사인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은 낙폭이 1%를 밑돌거나 소폭 상승한 경우도 있어 대비를 이루었다. 이처럼 중소형 건설사들의 주가가 동반 급락한 것은 이날 한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건설은 지난해 3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 상황이었다. 금호산업이 지난 14일 자본잠식률이 94%에 달한다고 공시했고, 쌍용건설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한일건설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건설주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상당수 중소형 건설사들도 자본잠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소형 건설주는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범양건영, 남광토건, 벽산건설 등 법정관리 건설사들도 작년 3분기 말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증시 퇴출위기 등에 놓일 전망이다. 또 쌍용건설, 한일건설 등 적자 기업들은 자기자본을 다 까먹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다음달 말까지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코스닥 등록 기업의 경우 자본전액잠식이면 즉시 퇴출되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일부 잠식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 자본잠식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본금을 까먹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자본은 당초 투입된 납입자본금과 내부적으로 보유하는 잉여금으로 구분된다.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유동성 위기가 오면 잉여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납입자본금을 까먹게 된다. 이를 부분자본잠식 상태라고 한다. 예컨대 쌍용건설의 경우 자본잠식률이 197.6%에 이르는데 이는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도 두 배가량 적다는 얘기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속속 자본금 밑천을 드러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가 부진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적자가 누적된 여파다.실제 삼호, 삼부토건, 쌍용건설, 한일건설, 금호산업 등 상장 건설사들이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경남기업은 작년에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건설, KCC건설, 계룡건설 등 건설사 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났거나 최대 80% 가까이 급감했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4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며 충분히 예견된 어닝 쇼크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4분기 충당금 규모가 건설주 향배를 가를 관건이지만 아직 이를 수치화하기 힘들어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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