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움 혹은 외로움에 이 생활을 놓아버리고 싶을때가 있다.
회사의 지겨움 혹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주식시장의 외로움과 조울증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언젠가 두 불확실성 중 내가 확실히 제어가능한 쪽으로 내 생활은 판가름 될 것이다.
오늘 가깝게 지내는 형을 만나 책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가졌던 지적 허영 혹은 호기심이 얼마나 현재 내 생활에서 과도하게 절제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일 없는 듯 하지만 마음속 저울이 크게 흔들린다.
인생은 어떤 사진, 어떤 순간에선 화려하게 빛나지만 그 한 장면을 이루기 위해 많고 많은 좌절을 겪기 때문이다.
오늘 친한 동생을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난 참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 했다. 이런저런 선택이 악순환과 선순환을 겪어서 난장판이 됐다가 어찌어찌 살아가는 중이라고.
나는 너보다 프로그램이 실력도 떨어지고, 그리 명석하지도 못했고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말..
장하준의 책을 읽으면서 이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자라온 환경을 모든이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대목을 읽고 정신이 번쩍 나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드랬다.
물론 자신의 안좋은 주변환경을 딛고 훌륭한 성취를 일궈낸 많은 위인들이 있지만, 본디 사람이란 자신이 보고 들은 것 안에서 상상력을 가동시키고 딱 그 안에서 작은 성취를 이루기도 힘든 존재이다.
부모가 보여주는 창의 크기가 아이의 주어진 크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 창을 넓혀주려 노력하지만 것도 쉽지 않다.
부모는 시야밖에 넓은 세상이 있다는걸 알려줘야 하고, 아이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호연지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착하고 겸손하게 살아라.
타인의 존경을 사려면 착해야 한다.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면 유능해야 한다.
유능한것으로만 존경을 받으려 하면 스스로의 성과를 자랑해야 한다. 자랑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성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진 나머지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생길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질투를 사게 되고 이전의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도 생긴다.
존경은 커녕 유능함도 쪼그라 들게 된다.
타인의 아픔에는 바보처럼 착하고 나의 일은 칼처럼 냉철해야 한다.
내가 내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는 느린사람이 빠른사람을 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느리면 승부를 걸 필요도 없고 사람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쯤 도착해서 깃발을 꽂을수도 있다.
세상이 아무리 빨라져도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자야하고,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 한다. 느리면 컴퓨터로 초당 수십번씩 거래할 필요도 없다. 친하게 지내는 브로커 친구가 하루에도 서너건씩 정보를 물어다 주는데 훑어보고 요즘 유행 정도만 파악한다. 이것들이 재무제표로 유용한 지표로 찍히기 전까진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나도 이런 놈들을 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설익은 정보일 뿐이다.
투자는 다 끓인밥에서 뜸들이는 시간정도만 기다리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다. 뚜껑을 열고 밥을 퍼 담을때는 너무 올라있는 경우가 많고, 너무 뚜껑을 일찍 열으면 설익어서 먹지 못할 것이다. 혹은 쌀씻는다는 소식에 앉아서 기다리면 밥짓는 시간에 다른이들이 맛있는 반찬을 곁들여 먹는것에 당황하고 질투한 나머지 투자를 망칠 수도 있다.(물론 잘 참는 사람이 몇몇 있지만 그것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생각한다. 잘 참는 사람은 좋은 종목을 찾는 안목과 결합해야 하는데 두 재능이 결합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올해는 겸손하라는 말과, 조급해하지 말자는 말을 엄청난 비용을 치르며 재교육받은 해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