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언가 불안하다. 지금은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곳에 나가게 되면 그 다음은 불확실함 뿐이다.
혹자는 내게 더 큰 재능이 있으니 큰 걱정 없으니 얼마나 좋겠냐고 이야기 하곤 하지만, 사회적 불안이 몰고온 사회적 반동과 정체속에서 나도 덩달아 불안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이 잠든 다음에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죄짓는 것 같다고. 내가 불안할수록 아이들을 닥달하게 되고 이런 불안은 아이들에게 전염된다.
아이들이 게임 좀 하고 친구들과 뛰어 논다고 아이의 일생이 망가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건 그냥 내 불안일 뿐이다.
아이는 책도 읽어야 하고 수학문제도 풀어야 하고 친구들하고 경쟁헤서 되도록 지지 않았으면 하는 압력에 시달린다. 혹은 자기가 해야한다고 느끼고 이미 그렇게 하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부모들은 대략 십 몇년 전에 또래들과 노는 것을 부모들에게 빼앗겼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매달리는 것은 게임뿐이다. 게임의 보상은 쉽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모든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 많은 것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쏟는 사랑이 엇나가지 않도록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지만
그것이 내 불안으로 웃자라지 않도록 누르고 또 누르는 중이다.
지난 20년간 생활에 무언가 벽에 부닥칠때 해결했던 방법
1) 책을 읽는다
2) 멀리멀리 계획없는 여행을 떠난다
3) 머릿속이 하얗게 될때까지 운동을 한다.
4) 명산대찰에 가서 108배를 한다.
5) 지혜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배움을 얻는다.
6) 현피를 떠서 판을 엎고 담판을 짓거나 파국을 만들어서 모든 기대를 접은 다음 때려침.
음 종합해보면 지혜로운 누군가와 책을 싸들고 여행을 가서 머릿속이 하얘질때때지 산을 타고 절에 들러서 108배를 하고 내려와서 저녁먹고 책을 읽으면 된다는 이야기로군. 내년엔 아마 1~5부터 한방에 모두 해야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1~5번까지는 수련모드..
6번은 정말 일이 뜻대로 안되면 나중에 일체 후회없도록 하기 위해서..
올해 여름은 회사에서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책임감이 모두 부족한 업무 파트너를 만나서 축출하느라 6번을 한 번 썼다. 일단 싸움에 들어가면 이겨야 하고 그래서 더 속을 끓이고 썩였던 것 같다. 더 오래가면 정말 속이 썩어 문드러질 것 같아서, 실행과정에서 이미지가 살짝 망가졌지만 그래도 일단 성공.
나도 나이지만 이웃을 잘 만나야 나도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거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남의 회사에서 속편하게 일한다는게 불가능 하다는 사실이 매해마다 갈수록 크게 다가온다.
원래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닌데,
내 투자는 계속 내 투자와 타인의 투자를 오락가락하면서 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대차대조표 투자, 손익계산서투자, 현금흐름표 투자, 꿈의 기울기에 하는 투자.. 이것저것 섞어서 하다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파악이 안 될때가 있기도 하고..
대충 이런 이슈가 나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 이슈와 실적은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을까 고민을 해보곤 한다.
주가에 반영된 이 회사에 대한 기대를 파악한다는 기대투자라는 책의 구절..
대체로 충동적으로 막 휘두르고 싶을때 한 호흡 하고 잠깐 숨돌리고 다시 바라보면 그 순간이 지나면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처자식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인생 길게 살아야 하고, 어찌 될 지 모르니까 자꾸자꾸 미루다보면 더 좋은 기회가 오기도 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그래도 난 믿는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면 나머지 문제는 상당히 해결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말이다.
느려서 손해보는 인생이었던 듯하지만, 지금보면 대학졸업후 5년간 나보다 빨리간 사람들보다 그리 뒤쳐지지 않더라. 투자로 쳐도 5년정도 늦는다 치면 이제 슬슬 속도를 낼 때도 되어간다.
근데 조급함은 그런 믿음을 갉아 먹는 것 같다. 믿음을 다시 찾으려 금강경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공부하게 된다. 인생 별거 없느니라. 손에 잡으면 움켜쥔 것보다 움켜쥐지 못한것들이 미련이 남아서 인생이 힘들다 힘들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인생에 충실해 지라고하는 충고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먹는 게 남는거다. 늙을수록 입는게 중요하다. 좋은집에 사는것이 인생의 로망이다. 등등의 말들을 듣게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업통계팀 팀장님이 밥을 사주시면서 요즘 대세인 먹방에 대해서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본능에 더 충실해진다. 의식주중에서 가장 원초적인게 먹는것 아니냐"
요즘 곰곰 내 욕구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한 5년쯤에는 절제가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욕구에 충실한 생활을 사는 것 같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나 이외의 세상에 무심해지지 않아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 아닐까.
그 5년전엔 세상엔 두가지 궁리가 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돈 벌 궁리', '돈 쓸 궁리'. 사십이 넘은 지금은 '내 생각'과 '남에 관한 생각'의 두가지 경계가 있지 않나 싶다.
젊었을때부터 절제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아야 하겠다. 정신적으로는 안일한데다, 타인의 선의를 이용해먹으면서 절제못하는 욕심많은 노인네로 늙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