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쉽고 편하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집중하하는데 치중해서 현명해지기 노력하는 방향성, 혹은 자세를 잃었던 것 같다.
소비수준으로 삶의 질을 판단하는 잣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비아냥 거리는 태도 모두 버려야 할 태도이다.
일단 이것들을 되는대로 정리하고 전에 하던대로 소소하게 살아야겠다.
내가 가진 에너지 수준에 맞는 정도로 모든걸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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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걷지 않는 것을 스스로의 긍지로 여겨왔다. 마라톤은 달리는 경기이지 걷는 경기가 아니다. 그것이 내 기본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그때는 걷는 일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포기하고 의료버스에 태워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뇌리를 스쳐갔다. 어짜피 형편없는 기록이니까 그만둬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역시 기권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기어가는 한이 있어도 결승점에는 도착하고 싶었다.
뒤에는 달려오는 다른 주자들에게 차례차례 추월당하면서, 얼굴을 찌푸린 채, 다리를 끌면서 결승점을 향해 걸었다. 디지털 시계의 숫자는 무자비하게 시간을 새겨 나가고 있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와 셔츠에 밴 땀이 차가워지자 무섭게 추위가 느껴졌다. 어쨌던 한겨울의 레이스였다. 탱크톱에 쇼트 팬츠 차림으로 바람이 몰아치는 도로를 걷고 있자니 추울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달리지 않고 걷는 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추위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제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계속 달리고 있으면 어쨌든 몸은 더워지기 때문에 추위를 느끼지 않게 되지만. 그러나 추위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은 상처받은 자존심이었고, 마라톤 코스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 자신의 비참한 모습이었다. 결승점까지 2킬로 쯤 남은 곳에서 경련이 가까스로 그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할 수 있었다. 천천히 조깅하면서 페이스를 서서히 되찾고 마지막에는 전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기록은 참담한 것이었다.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 양의 부족. 그것이 전부였다. 연습량의 절대 부족에다,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42킬로 정도는 적당히 연습하면 어떻게든 달릴 수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겼던 것이리라.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젊었을 때라면 확실히 '적당히 해도' 어떻게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혹사시키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이제까지 쌓아왔던 체력의 축적만으로도 무난한 기록을 올리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밖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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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추천해준 책인데, 책을 건네며 하는 말이 '자기가 요즘 겪고 있는 상황과 아주 흡사할거야'라더니 읽다보니 기시감이 듭니다.요즘 뭔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심리적 불만족인 상태로 살고 있는데 이 책이 많은 위로가 되네요.
또 재밌는 것이 이 책에서 소설가라는 말을 몽땅 '전업투자자'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것 같네요. 저처럼 글밥을 굶으면 정신적 아사상태에 빠지는 투자자분들은 한번씩 읽어보세요.
"이 모임은 네꺼잖아. 봉사한다고 하는김에 좀 더해도 되지 않냐?"
"제가 인간관계나 여러면에서 너무 미숙하고 역부족이라 더 하기가 힘듭니다 그동안 충분히 한거같아요"
모임을 만들면서 참 훌륭한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된 거 아닌가. 나는 투자자사회에서 그리 도드라진 실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그 많은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사실 사회성도 부족하고 어눌한 언변을 가진데다 직장인인 내가 그 자리에서 8년이나 버틴 것도 사실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모임회장에서 내려오는데 대략 1년정도가 걸렸다. 그러고서 한 2년을 또 행복하게 살았다.
그래도 늘 느끼는 갈증이 있어서 늘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강박적으로 반성하고, 제풀에 지치고..
이제는 회사에서 이 일을 하게 된지 8년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3등분을 한다면 지금 이 회사에 들어온게 인생의 3막으로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했던 것 같다.
이제 정신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이 부친다. 좀 이완되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 싶은데 이걸 잘 놓지를 못한다. 약간씩 업무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느낄때면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나에게 어떤 삶, 어떤 가치,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그 틀로 나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혹은 타인은 나에게 기대따위는 하나도 없는데 나혼자만 그렇다고 느낄 수록) 내겐 기대라는 짐이 하나씩 생기고 나는 그 기대를 잘 버리지도 못하고, 잘 해내지도 못한채 비틀거리게 되는 모양이다.
내가 누군데 이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이 정도는 살 수 있어야지. 좋은 아빠가 되어야지. 내 스스로가 짊어진 개인적인 기대와 회사와 가족사이와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기대.
모든걸 다 잘 하려는 욕심이 문제다.
눈도 완벽하게 나으려고 안간힘을 쓰니 병원 갈때마다 실망도 멈추지 않는다.
내가 마음에 내켜서 재미로 하는 일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아닌지.
누가 시켜서 권해서 겨우겨우 꾸역꾸역 하는일들은 그냥 멍에일 뿐이었고, 마음과 몸을 지치게 했던 것 같다.
이제 비우고 비우고 버리고 버려서, 내 무식함과 조급함과 경박함과 부족함을 마음속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깨우쳐서 정말 마음속에서 동하는 것을 하도록 자릴 만들어야겠다.
올해는 이런저런 욕심을 내려놓고 비우는 해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내것이 아닌 것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