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디아가 백년의 역사를 지켜 낸, 호세 아르카디오의 부인, 우르슬라는 무기력한 교환 견습생(교황을 만들고 싶었던 증손자인 호세 아르카디오)의 근성을 단련시켜 온 자기의 방법이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자신이 나이를 너무 먹어 손발을 제대로 놀리지 못한다거나 앞에 놓인 물건도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시력이 나빠졌다는 데 돌리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서서히 진행되는 시간의 타락이라는 애매모호하 이유를 들어서 변명했다.
"요즘은 일년 일년이 옛날하고는 전혀 다르게 지나는구나."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10호 태풍은 지나갔지만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제법 내리는 통에 오늘 산책은 포기했습니다. 대신 숙향에게 우호적으로 바뀌는 듯한 분위기의 시장을 살펴봅니다. 작년 말과 비교한 시장 지수를 보면 Kosdaq지수는 엄청나네요. 저 수익은 누가 가져갔을까요?

Kospi지수: 2197.67 -> 2384.22 / + 186.55 / + 8.5%
Kosdaq지수: 669.83 -> 878.88 + 209.05 / + 31.2%
- 숙향이 운용하는 총 투자자산 평가수익률은 + 5.2%로 시장 대비 - 3.3% 뒤져 있고 현금비중은 3.4%입니다. 현금 비중이 늘어난 것은 지난 주말 주가가 크게 올랐던 주식 둘을 일부 매도했던 덕분입니다.

<DRB동일> 지난 주말(9/4) 주가는 전날 종가(8,790원)에 비해 장중 21%(10,650원)나 올랐으나 종가는 12.6%(7,680원) 하락 마감했는데요. 조금씩 나눠 고가로 매도주문 낸 것이 체결되었으나 많이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총 보유량의 약 15%

- 오너인 김세연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 출마가 유력하다는 이유 혹은 2년 후 야당 유력 대선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확실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주식입니다. 당내 경쟁자로 지목되는 홍정욱이 탈락했다는 소식으로 시초가부터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13시쯤 정작 본인이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습니다.
- 주가가 갑작스런 하락하기 시작되었을 때 숙향은 모니터로 지켜보았고 검색을 통해 이유를 알았지만 굳이 주가를 낮춰 매도하는 식의 대응은 하지 않았는데요. 김세연이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만 밝혔기 때문입니다. 다만 숙향과 같은 생각을 가졌던 보유자들은 매도를 주저했을 것 같고.. 그러다 주가 하락의 이유를 알게 된 포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종가로 갈수록 주가 하락폭을 키웠습니다.
- 정치 테마로 엮인 이런 주식은 지금 매수할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매수하지 않겠지만 가치에 비해 싼 주식으로서 오래 전에 매수했던 주식이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만큼은 아껴서 매도하려고 합니다. 과거 <안랩> 등 대선 테마주의 주가흐름을 참고할 수밖에 없고 굳이 주가만 보더라도 현재 주가는 가치에 비해 많이 싸기 때문입니다.

<동일기연> 9/3(목) 동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존발생기 생산업체인 <새한오존: 지분율 84.3%, 20.7억>의 가치를 부각시킨 <해럴드경제> 온라인 기사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한가(12,25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난 종가는 27.9%(12,100원)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음 날(9/4)은 13,300원(+ 9.9%)까지 올랐다 3.7% 하락 마감했는데요. 이틀 동안 보유주식의 20%쯤을 줄인 모양입니다.

만들어진 현금으로 보유량을 늘린 주식도 있는데요. 주로 9/7(월) 매수했는데.. 보유량이 미미했던 <코리안리> 보유량을 늘렸고 실적에 비해 주가 변동이 없는 <부국증권>도 소량 매수했습니다. 전방산업인 카지노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코텍>은 저가에 깔아두는 식의 소극적인 매수로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여행사보다는 <코텍>의 정상화가 빠를 것으로 보는데, 주가 움직임은 (기업 규모와도 관계가 있겠지만)예상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이 싸게 매수할 기회지만 급해서는 안 되겠지요.

시장에는 많이 뒤졌지만 현재 투자자산 평가수익률 5.2%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입니다. 운용계좌는 아직 - 4.7%인 펀드(의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플러스로 전화되었고요. 현금비중이 3.4%나 된다는 게 엄청 든든하기도 합니다. 주가 하락이 즐거울 정도^^

현재 시장은 미국발 버블로 보기 때문에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상당폭 지수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2개월 남았다고 하던데, 그 전까지는 물론 이후 연말까지도 지수 상승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한편 시장의 홀대로 엄청 싼 주식은 널려있고 8/18 이후 이들 소외주들에 대한 매수세가 있어 보이는데요. 늘 그랬듯이 뭔가를 알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보유주식과 관심주식들의 주가 움직임과 거래량 변화로 점칠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숙향의 대응은 명확합니다.
- 수익을 얻고 있는 주식에 대한 차익실현은 열심히.. 주가가 가치에 비해 엄청 싸지만 매수는 신중히..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2015년에 쓴 책을 2016년에 번역했는데, 1958년생인 저자의 80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책으로는 큰아이가 구입한 2권과 선물받은 1권, 숙향이 직접 구입한 14권으로 총 17권 중에서 16권을 읽었고 남은 것은 2016년에 쓴 [위험한 비너스] 한 권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워낙 좋아서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을 생각까지 했었지만 첫 책에서 저자로부터 받았던 이미지와는 다른 게 많더군요. 그래서 남은 책 한 권을 읽은 다음 저자와의 만남은 당분간 미루려고 합니다. 어쩌면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다 아내도 읽을만한 책이라면 구입할 수도 있겠고요.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좋았던 문장 하나를 옮깁니다.
-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 사형폐지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추리 작가라 본심과는 전혀 다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소설 화자의 의견에 동감했기에 옮깁니다.

사형 폐지론자의 눈에는 범죄 피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유족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는가? 사형을 원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유족이 마음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형을 폐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대신 유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 가령 사형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유족의 승리가 아니다. 유족은 그것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다만 필요한 순서, 당연한 절차가 끝났을 뿐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져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일도 없다. 그렇다면 사형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만약 범인이 살아 있으면 '왜 범인이 살아 있는가? 왜 범인에게 살아 있을 권리를 주는가?'라는 의문이 유족의 마음을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 사형을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유족의 감정을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종신형에서 범인은 살아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어쩌면 취미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 그렇게 상상하는 것은 유족에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몇 번씩 끈질기게 말하지만, 사형 판결을 받는다고 유족의 마음이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족에게 범인이 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흔히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 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이번 달 숙향의 독서량은 기록 경신이 당연해 보입니다. 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일본 작가의 책을 하루에 두 권이나 읽으면서 하루 독서량 기록까지 세울 정도였는데 주식시장이 철저하게 숙향을 괴롭히고 더구나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재택 근무에 들어간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어제 읽은 책은..
- 신참자, 437쪽
- 게임의 이름은 유괴, 374쪽.. 811쪽.. 물론 소설은 투자서에 비해 읽는 속도가 2배 이상이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지금까지 대략 10여권 읽은 상태에서 가장 괜찮았던 것을 꼽는다면..
우연히 딸의 서가에서 발견함으로써 숙향이 이 작가를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2]이 첫 번째이고 [신참자, 2009] 그리고 이런 성향을 알게 된 지인이 선물했던, [기린의 날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