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가 사망했을 때, <맨체스터 가디언>은 케인스의 부음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케임브리지 내 킹스칼리지의 투자 담당관으로 케인스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대담하고도 변칙적인 방법으로 기부금의 가치를 엄청나게 불렸다."

이 부음기사에서 언급한 케인스의 대담하고도 변칙적인 방법에 관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원제는 'Keynes and the Market'이지만 번역서에서는 '버핏도 따라한 케인스의 주식투자 비법'으로 제목이 달렸다.

케인스는 22세이던 1905년에 생일축하금과 학교에서 받은 상금을 모아 처음으로 보험주에 투자했다. 이후 1918년에는 현재가치로 약 8억원가량이나 되었다. 케인스는 제1차 세계대전 끝에 맺어진 베르사유 조약이 패전국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공직신분에서 벗어나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평론을 쓰면서 비판하였는데 이 책은 1년만에 11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1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케인스는 더 나아가 이 책에서 표현한 비관적 견해를 입증하기 위해 유럽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매도 포지션을, 미국 달러에 대해서는 매수 포지션을 취했는데 5개월만에 4억5천만원가량을 벌게 된다. 이 성공으로 고무된 케인스는 환변동에 투자하는 신디케이트를 설립하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18억원의 순이익을 남기게 된다.

당시 전쟁으로 힘들어진 기존 선진국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성장성이 뛰어난 이머징 마켓이었던 미국에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는 사실은 지금 금융위기로 힘든 미국 달러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세계 성장엔진을 책임지는 중국 위안화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1920년대 중반 환거래의 기회가 크게 위축될 무렵 케인스는 주식에 대한 재미있고 작은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그 책은 에드가 로런스 스미스의 '장기 투자처로서의 보통주'였다. 이 책에서 스미스는 주식은 배당뿐만 아니라 유보된 이익의 재투자를 통해 자본까지 키워주는 사실상의 '복리기계'라고 주장했다. '복리의 화려한 미덕'에 유혹당한 케인스는 주식예찬론자로 변신하여 관여하던 생명보험사의 주식보유비중을 끌어올렸고, 킹스칼리지 기부펀드인 체스트 펀드도 투자범위가 주식투자로까지 확대되었다.

1920년대 케인스는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이라고 이름붙인 전형적인 투기꾼의 시장 예측 접근법을 충실히 따랐다. 케인스는 이 방법에 대해 "시장 하락기에 시장을 선도하는 주식을 팔고, 시장 상승기에는 이를 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는데, 내재적 가치 평가보다는 가격 모멘텀이 가장 중요한 투자 근거가 된다. 케인스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예측을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를 미인경연대회로 비유해 설명하면서 '평균적 여론이 기대하는 평균적 여론'이 무엇인지에 통찰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개인이 '군중심리'와 같이 유동적이고도 변덕스러운 것을 예측해야만 하는 이런 투자법은 케인스가 훗날 알게 된 것처럼 결코 실천하기에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신용순환주기 투자법은 기술적 분석가들의 좋아하는 추세추종전략과 유사한 것 같다.

하지만 강한 자신감과 자존심으로 무장한 케인스는 자신이 시장정서라고 하는 표변하는 기류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테크닉 그리고 민첩성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하고 친구에게 "투자대중을 속여 그들의 돈을 갈취해 보고 싶네. 이런 일들의 원리를 터득하는 것쯤이야 너무나 쉽고 매력적이지"라고 뽐내듯 말했다. 하지만 1929년에 불어닥친 대공황은 그에게 80%의 가혹한 손실을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시적 조정'일 뿐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던 케인스는 1929년 11월초에 돌연 생각을 바꾸어 중대한 경기하강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주식을 매도하고 부채를 청산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레이엄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70%에 달하는 투자손실을 맛보게 되면서 엄격한 가치투자자로 새출발하게 된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1930년 5월 케인스는 "이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금리조작같은 소극적 처방만으로는 안되고 매우 적극적이고도 단호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케인스는 대공황이 그저 경기순환 현상 이상이라는 것과 전 세계가 이 진흙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케인스의 핵심적인 주장은 금융시장이 항상 효율적이지는 않으며, 통화분야에서 일어나는 격변이 실물경제에 동요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케인스는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준 몇 가지 투자원칙을 발견했는데 이는 최초로 공식화된 가치투자 철학 가운데 하나로 이후에 버핏 등이 받아들인 원칙이었다. 드디어 케인스는 매매타이밍 찾기에 열을 올리는 투기꾼에서 가치투자자로 변신하였다.

케인스 투자 제1원칙 : 저평가 미인주를 찾아라 (가치투자 정의)

케인스는 시장가격 대비 미래 예상수익률을 비교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가치투자야말로 야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동료에게 "내 목적은 그 자산 및 궁극적 수익력에 대한 만족감에 비해 시장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부르는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년의 케인스는 주가를 훨씬 초월하는 내재가치를 지닌 주식, 즉 '미인주'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케인스 투자 제2원칙 : 잃지 않는 게임을 하라 (안전마진)

주식의 내재가치 측정은 미래수익을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호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현명한 투자자는 주식의 상대적 장점을 평가할 때 광범위한 오차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내재가치란 기껏해야 일정한 범위 내에 존재한다는 점을 수긍한 케인스는 주식 매수에 있어서 안전제일 전략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