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밀러(Bill Miller)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연평균 16.44%의 수익률을 달성한 레그 메이슨의 펀드매니저로, 2008년 <포천>지는 '금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극찬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재닛 로우(Janet Lowe)는 <찰리멍거 자네가 옳아!>,<워런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 등을 쓴 기자다. 버핏을 비롯한 여러 투자 대가들에 대한 책을 저술한 재닛 로우는 이 책의 서문에서 대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미난 표현을 한다.
조지 소로스는 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극적이고 위험한 투자를 한다. 피터 린치는 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그를 내세워 이용하는 투자회사에서 일했다. 워런 버핏은 타고난 엔터테이너다. 즉 소로스는 위험천만한 투기꾼이며, 피터린치는 피델리티가 펀드를 팔기 위해 만들어낸 마케팅 스타이며, 워런 버핏은 언론을 잘 활용하는 예능인이라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첨단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데, 사실 주식투자자 대부분은 기술주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IT버블 과정에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하였지만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기술주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NHN과 같이 살아남은 몇 기업은 놀라운 성장과 투자수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기술주를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과연 기술주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밀러는 역시 가치투자의 기반에서 접근한다.
신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주 투자비중이 높은 한국밸류의 이채원 부사장은 밀러에 대해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치투자는 정량분석에서 저평가된 저PER, 저PBR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며 성장주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오해이며,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의 주식이라도 주가가 싸다면 얼마든지 가치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엄 역시 성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밀러는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라는 가치투자의 큰 원칙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여 가치투자의 지평을 확장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다른 투자자들이 기술주 투자를 꺼릴 때, 이러한 기술주 기피 현상으로 인해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수익을 올렸다는 점이 다른 가치투자자와의 차이점이다.
또 가치투자로 유명한 모닝스타의 CEO 돈 필립스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모르는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현명하다. 하지만 모든 첨단기술 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범주로 구별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기술주 분석은 달라야 한다.
첨단기술로 대변되는 디지털 경제는 승자독식의 원리와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점에 주목하여 밀러는 디지털 경제의 투자는 과거의 가치평가 방식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매출증가, 웹사이트 접속수, 소비패턴의 변화 등을 가치평가 기준에 포함시킨 자신만의 투자방식을 시장에 적용했다. 현명한 투자자는 변화의 흐름에 저항하는 대신 변화의 공습을 포용해야 한다.
밀러는 대부분의 가치투자펀드가 기술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기술주의 주가가 너무 높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지만, 더 큰 이유는 기술주에 친숙하지 않거나 펀더멘탈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석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가치투자자들이 기술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는 제품의 수명이 짧고, 사업의 위험성이 크며, 주가가 하락해도 싸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밀러는 악재나 실망스런 영업이익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주식을 매입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술주 투자를 성공시켰다.
버핏과 마찬가지로 밀러 역시 집중투자를 선호한다.
레그 메이슨의 자산 배분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장의 고성장 부분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주식을 11% 정도 보유한다. 43%는 성장성이 있는 대형주 가운데 세계적인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투자한다. 그리고 나머지 46%는 높은 배당율과 중소형주를 포함해 전통적인 가치주에 투자한다. 밀러의 또 다른 특징은 선택과 집중인데, 투자금의 절반 정도는 상위 10대 보유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 점은 버핏과도 유사하다. 또 밀러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어느 한 섹터가 15%를 넘지 않도록 투자한다.
밀러는 신세대 가치투자자라고 말할 수 있다.
비판론자들은 밀러가 가치투자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밀러는 가치투자의 철학을 신경제에 접목하여, 앞으로 기술분야의 선두기업이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 들였는데, 이는 너무 빨리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개척자에 불과하다는 전통적 가치투자 방식과 반대되는 생각이었다. 밀러는 성장은 가치계산을 위해 투입된 요소라고 주장하며, 가치와 성장이라는 이분법이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