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년동안 애들이 더럽힌 곳에 페인트칠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천정 페인트칠은 고난도였다.
이미 짐은 다 보내고 이제 남은 짐은
넷북 1개, 트렁크 8개, 버릴 식기류, 이불, 신발, 옷가지가 뿐이다.
잠은 옆집에서 빌려온 메트리스에서 같이 자고,
밥은 그 옆집에서 빌려온 야외용 접이식 탁자에서 먹는다.
연수시절과 달리 종이박스를 식탁으로 삼으며
먹지않아도 되는 것이 감사할 뿐.

어제 저녁 초대받은 집에서 저녁을 먹고나서
넷북으로 음악을 들었다.

오늘은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살에는"이란 노래가
내 입가에서 맴돌았다.
대학시절 그리고 사회초년병 시절 나에게 '마흔'살은 끔찍한 나이었다.
술과 피곤함으로 살이 붙은 얼굴에

이미 닳고 닳아 부끄러움도 없고,
꿈이 있다기보다는 눈 앞의 이익과 생활을 위해 사는 직장인이
'마흔'이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네 번째 해외생활을 보내고
가는 곳 마다 애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다 보니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게 이미

그 나이가 지나가버려있다.

하지만 다행히 20대 시절 생각했던
'마흔'의 모습처럼 지금이 끔찍하진 않다.
힘들때도 있지만 나름 재미있는 직장을 다니고
아직 노땅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닳지는 않았고
쳥년시절의 큰 꿈은 없지만 나름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가지고 산다.

마흔, 아니 40대란 나이는
꿈을 버리는 나이라기 보다는
자기와 가족을 지키면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스스로 자신감과 안정감, 그리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갖춰져서 삶을 고민보다는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슬픈 것은
가슴을 뛰게 하는 꿈, 설레임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재미있어 밤을 새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와 달리
이제 뭘 봐도 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서글퍼진다.

나도 나이에 집착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하루에도 서른이 될 수도, 마흔이 될 수도, 20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40대라는 나이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