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보통때보다 일찍 집에 왔다.
'집에 애들과 집사람이 있겠지' 기대를 하고 문을 들어섰다.
--; 아무도 없다.
'그래도 밥은 해놓고 어딜갔겠지'
밥솥을 열어보니 밥도 한 톨도 없다.
'그래~ 애 셋 키우려니 힘들어서, 그렇겠지 라면이나 끓여먹자'
라면 먹고 냉장고 식은 밥을 한 그릇 말아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몸이 노근하니 기분도 좋다.
TV를 한참보다 보니 애들과 집사람이 들어온다.
갑자기 집이 엄청 시끄러워진다.
좀 지나니 둘째랑 셋째가 엄청 싸운다.
'막내놈도 많이 컸네'
10시가 넘고 좀 지나니 애들과 집사람이 자러 들어간다.
나도 졸리지만 금요일이라 그런지 왠지 자기가 싫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대찬인생'이란 프로를 한다.
50대쯤 된 아주 평범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게스트로 나왔다.
탈북자인데 북한을 3번 탈북했다고 한다. 헉..
그 분은 북한 평양에서 군인으로 대위까지 했다고 한다.
'성분도 좋은데 왜 탈북을 했을까?'
1996년 고난의 행군 시절 평양도 배급이 끊겨서
남편과 딸 둘, 아들 하나가 강냉이 죽도 못 먹고 굶게 되었다고 한다.
식량을 구하려고 큰 딸에게 골동품 사기그릇을 주며
중국 국경에 가서 팔아오라고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그릇 팔러간 첫째 딸은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고,
어떻게 해서 중국에 팔려갔다는 것을 알고
아주머니가 직접 둘째 딸을 데리고 무작정 딸을 찾으러 두만강을 처음 건넜다.
중국에 가자마자 인신매매범에 걸려 둘째딸도 팔려가고,
딸을 구하기 위해 자기에게 관심있는 중국사람과 동거하면서
4천위안이란 돈을 빌려 둘째 딸을 구하는데는 성공하는데
그 돈을 갚기 위해 소처럼 일함. 그러나, 다시
납치범에게 납치되었다가 중국사람들에게 들켜 북송된다.
교화소에서 고생고생하다가 다시 혼자 탈북,
둘째 딸이 탈북해서 자신을 찾아올 것을 믿고
처음 갔던 인신매매범 소굴로 다시 가서 온갖 허드렛일을 다하다가
3달만에 다시 탈북에 성공한 둘째 딸과 재회.
그러다 다시 발각이 되어서 재북송.
교화소에서 똑같은 고문을 당하고 고생하다
이번에는 딸과 같이 탈출, 며칠 밤낮을 뛰고, 걷고해서
다시 두만강을 헤엄쳐 건넘.
이번에는 청도에 가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첫째 딸을 찾기 위해 잡지에 광고를 냄.
기적같이 첫째 딸과 재회.
다음에는 다시 돈을 악착같이 벌어
북한에 있는 아들을 빼내오는데 성공.
그 사이 남편은 수용소에서 구타와 기아로 사망함.
중국과 북한 수용소에서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
이 아줌마 머리에는 '어떻게든 딸을 찾아야 한다', '북한에 있는 아들을 구해와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줄도 피곤한줄도 몰랐다고 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서
이제는 4가족이 중국 최남단까지 내려간 후,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
마침내 6년만에 한국으로 옴.
-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북한, 중국보다 훨씬 편하고 잘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딸, 아들을 찾아오기 위해
밤낮으로 허드렛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한다. 방송에서 말하지 않은
그 행간예 일어난 일은 훨씬 끔찍할 것이다.
가족을 찾기 위해 버는 돈 만큼 처절한 것이 더 있을까?
나는 내 가족을 위해 그 아줌마같이 목숨을 걸을 수 있을까?
탈북자 아줌마에게 경의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