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지주회사들을 주목하라 (4)

 

우봉래 외부필자

 

 

◈ 지주회사 분할로 숨겨진 가치 드러내기

우리 주위에도 널리 퍼져있는 아이스크림 체인점인 <베스킨라빈스 31>에서는 31종류의 고급 아이스크림을 제공한다. <31>은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글로벌 기업을 이룩한 사례이다. 그런데 만약 그 31가지 아이스크림을 몽땅 믹서에 넣고 갈아서 고객에게 제공하면 고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당장 주문을 취소하고 나가버릴 것이다. 아이스크림통을 점원에게 던져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투자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기업 내에 서로 상이한 사업부가 있는 경우, 전체의 가치를 총합보다 할인해서 평가하게 된다. 투자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계열사와 사업부가 덤으로 딸려오기 때문이다. 마치 편의점 행사판매처럼 자기가 원하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딸려오는 격이다. 당연히 덤으로 가져오는 사업부는 낮게 평가된다.

또한 기업의 수익성이 탄탄하면서 동시에 비영업자산이 많은 경우에도 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수익중시 투자가와 자산중시 투자가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주회사 분할을 하면 이 가치들이 새롭게 드러나게 된다. 주요 수익자산만을 사업자회사로 분리해서 할인없이 시장이 정당한 가격으로 평가하게 하고, 기타 비영업자산은 지주회사에 몰아주어 장부가치 내지 청산가치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분할을 한 회사중에 상당수가 분할 후에 전체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업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투자가들에게 원하지 않던 사업부의 패널티가 사라지고 기업의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분할 전에 이미 숨겨진 가치들이 주가에 반영되었다면 분할 후에도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 지주회사 vs. 사업자회사

투자가가 분할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 중에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평가된 기업들은 지주회사 분할으로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면서 좋은 수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가치를 잘못 판단했다면 투자자 자신의 실책일 것이다.

하지만 분할 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투자가라면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어떤 기업을 사는 게 유리할까?

지금까지 우리가 지주회사 (1),(2),(3)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지주회사는 소외되고 사업자회사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분할 후에 당장 지주회사를 팔고 사업자회사를 사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분할절차가 끝나고 재상장이 될 때 시초가가 어떻게 결정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이 분할된 후에 존속지주회사의 시초가는 분할 전 가격에서 (-50%)~(100%) 사이에서 시장참여자의 매매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 시초가가 얼마에 결정될지는 당일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시초가를 예측하기 위해 카드점을 쳐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효과좋은 방법은 분할보고서를 읽는 것이다. 분할신고서와 분할종료보고서를 읽으면 기업가치에 비해 시초가가 터무니없는 가격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가 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 역시, 분할보고서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작성되기에 정보의 정확성면에서 연차보고서보다 더 낫다고 하였다.


◈ 소외된 지주회사가 더 낫다

이제 시초가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동향을 보자. 애널리스트들이 지주회사보다 사업자회사에 집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자회사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3곳 이상의 증권사에서 나왔다면 사업자회사가 인기종목이 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인기종목이 된 사업자회사는 꽤 괜찮은 주가상승을 보인다. 또한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사업자회사는 지주회사와의 지분교환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주회사를 노리는 투자가도 지주회사가 소외될 때까지 현금을 들고 있는 것 보다, 사업자회사의 주식을 현금대신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인기종목은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 급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분할 후 사업자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모기업인 지주회사와 달리 배당을 하지 않는다면 펀드매니저들은 내부규정에 따라 매도할 수 밖에 없다. 대다수의 펀드매니저가 적자를 내는 신생 기업을 보유할 수 없으며, 배당주 펀드의 경우에는 무배당 기업을 아예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관투자가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면 사업자회사도 주가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자회사에 투자할 때는, 분할 전에 어떤 주식으로 분류되고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분할 전에는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는 고배당주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분할 후 사업자회사가 일시적인 적자 및 무배당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펀드 성격과 맞지 않게 변해버린 주식을 당장 폐기장에 보내버린다.

반대로 분할 전에 성장성이 낮고 저배당을 주는 주식이었는데, 분할 후 사업자회사가 높은 성장을 하거나 고배당을 하는 것이 예상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지금까지 분할 전에 주식을 편입하지 않았던 기관투자자들도 미친듯이 주워담기 시작할 것이다.

지주회사는 이렇게 검토해야 할 변수가 많은 사업자회사에 비해, 예상보다 형편없는 실적을 발표해도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 이미 대형 기관투자가가 매각해버려 형편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자회사의 주가 상승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애널리스트들은 지지부진한 자회사 대신에 보다 저렴한 지주회사에 눈을 돌리게 된다. 따라서 개별마다 각각 접근방법이 다른 자회사에 비해 지주회사 투자가 더 간단하고 안전하다.

사실 사업자회사는 필자가 굳이 추천을 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전문가가 주목하기 때문에 따로 추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그렇지 않다. 신규 지주회사는 주의깊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분할 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시장에서 잊혀진다.

아마추어 투자가의 장점은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시장에서 잊혀진 기업을 사도 상사나 고객에게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신규지주회사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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