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래 외부필자

 

 

최근 가치투자의 시대가 끝나고 성장투자의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증시에서 돌기 시작했다. 사실 가치투자가 입장에서 들어도 그렇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가치투자가는 수익, 자산 대비 높게 거래되는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시세가 100%라면 언제나 70%에 사고자 하는게 가치투자가의 기본 자세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본을 지켜낼 수 있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 대부분의 주식이 기업가치 대비 높게 거래되면 어떻게 될까? 가치투자가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성장투자가가 이미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아 고수익을 남기면 가치투자가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달간 저렴하게 거래되는 기업들을 찾아봐도, 발견된 기업들 대부분이 문제가 하나씩 있기 때문에 저렴하게 거래되는 기업들이었다. 가치투자가의 꿈인 “사놓고 잊어버려도 되는 기업” 들은 이미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나마 문제가 해결될만한 기업들을 골라 매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시 약세장이 왔다. 사실 약세장에서 가치주 기업이 전혀 떨어지지 않냐 하면 그런건 아니다. 실제로 이번에 가치투자에 실망한 사람들도 인터넷에서 많이 보인다.

“왜 그동안 오르지도 못했던 내 주식이 같이 떨어지는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가치투자 같은 건 하지 않는건데.”

나 역시 처음 가치투자를 시작하자마자 약세장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가치투자의 수익률이 약세장에서 버티지 못한다면, 안전마진이 무슨 소용이 있고 왜 가치투자를 해야하는지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나 나중에 투자 경험이 쌓이니 안전마진이 있는 기업의 수익률과 없는 기업의 수익률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계란과 고무공의 차이이다. 계란도 고무공도 하늘로 던지면 높이 올라가고 둘 다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계란은 깨져 바닥에 흘러내릴 뿐이고 고무공은 다시 튀어오른다. 안전마진이 확보된 주식 역시 일시적인 손해는 있을 수 있으나 가치의 변화가 없는 이상 다시 주가는 제 가치로 돌아간다. 장기적인 수익률 경쟁에서 가치투자가 유리한 이유이다. 증시에서 언제나 하늘로 던져만 주는 강세장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세장에서는 계란이 옳으냐 고무공이 옳으냐 논쟁을 할 수 있겠지만 약세장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가치투자가에게 있어 개점휴업간판을 내리고 안전마진이 확보된 고무공들을 찾아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주가가 너무 높이 올라가 지워버렸던 관심종목을 다시 한 번 보고 사용하고 있는 투자 툴에 기업들의 3분기 보고서를 업데이트 해보자. 상당히 괜찮은 고무공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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