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네요.
올해 잘 나갔던 미국, 일본 증시와 달리
한국 KOSPI는 작년말 1997인가에서 시작해서
오히려 연초 대비 마이너스 상태였는데
미국 연준의 채권매입조치 중단계획발표로
다른 선진국 시장과 같이 더 하락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미약하나마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니
그동안 0% 이자율정책에 더해 과도하게 사용했던 특단의 조치인 채권매입 정책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미국경제가 조금 나아진다는 이야기이니 환영할 일이고,
달러도 강세로 바뀌고 있어 그동안 걱정해온 원화강세 문제도 완화되니 좋은 일이고,
미국경제가 좋아지면 한국 수출도 늘어날 터이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니
뭐 분기/반기별 경제전망으로 보면 나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한국시장에 투자했던 단기외국자금이
환차손을 우려해서 자금을 회수할 우려가 있고
올해 뜨거웠던 코스닥의 경우 갑자기 매수공백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많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시장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버냉키 발언은 그자체로만 보면 단기적 충격 이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코스톨라니가 말했듯이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변수는 역시 '심리'지요.
잘 살펴보면 가투소 게시판도 시장상황에 따른 투자자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주가가 잘 올라갈 때 나타나는 특징은 '포트폴리오' 공개가 많아집니다.
예컨대 나는 연초대비 몇 % 벌었다는 식의 수익률 경쟁이 일어나고
나보다 월등한 다른 분들의 수익률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하지요.
그 다음에 주가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면 종목 교체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생전 처음들어 보는 소형, 소외주에 대한 분석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주가 지수가 갑자기 첫번째 급락을 하게되면
'매수기회'이니 '바겐세일 기간'이니 하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저가 매수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다음 단계로 주가가 두 번째 급락을 하게되면
'남은 현금을 다 넣었다' '가치주는 홀딩하면 보답을 받는다'는 유형의
장기투자 모드와 '나도 손실중이다. 다 같이 좀 더 참자'는 식의 상호 위로 모드,
그리고 초보투자자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하소연에 해당되는 글이 올라옵니다.
그다음 단계 3차 하락. 이 단계의 하락은 가장 강하고 무섭게 일어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게시판이 의외로 조용해 집니다.
두 번째 단계의 하락에서는 계좌손실이 10~20% 마이너스라고 한다면
세 번째 단계의 하락에서는 이미 -30~60%에 이르기 때문에
그야말로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얼마 손실봤는지 계좌를 열어보기도 싫고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싫은 모드. 이 때가 대바닥입니다.
물론 용기있게 매수하기 쉽지는 않지요. 그래서 미리 살 종목을 골라둘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하락의 첫번째 단계인 것 같습니다. 조정인지 본격적 하락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올해의 저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만 과감하게 대폭 매수하기에도 애매합니다.
저는 어제 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어제 퇴근하면서 주가가 많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
'이제 슬슬 매수를 준비해야 겠다. 그동안 준비한 현금을 써야지' 하면서
뭘 살까 고민하면서 계좌를 열어봤는데
현금은 커녕 D+2(이틀후 계좌) 현금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계좌를 해킹했나?
저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항상 예약매수, 매도만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제 오전 출근전에 SK를 100주 정도 예약주문을 해두었는데
0을 하나 잘못 붙혀서 1000주 매수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것도 거의 어제 최고가에! --;
월요일 반대매매는 안당해야 되겠기에
오늘 출근해서 증권사에 전화걸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일단 돈을 채워넣고
비자발적 장기투자모드로 갈 수도 있지만
제법 손실을 보다라도 일부는 오늘 매도할까합니다.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고
산전, 수전, 공중전, 화학전까지 겪는데
80세까지 투자생활을 계속하려면
고민거리는 줄이고 가급적 즐겁게 투자해야하겠지요.
투자에 도움도 되지않는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날씨도 더운데 오장동 비빔냉면이나 먹으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