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효과는 커녕 아르헨티나, 터키 문제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듯 하더니 월말에는 버냉키가 퇴임하면서 추가적인 QE tapering을 결정했지요.
하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크게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추가적인 양적완화 결정은 그만큼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며
유럽쪽도 작년에 비해서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고,
아르헨티나, 터키 문제는 신흥국 전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상수지 적자나 외환보유고가 취약한 일부 국가들에 대한 것으로
지금이 오히려 주식을 살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월 포트에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일부 지지부진한 종목은 들어내고
크게 세 파트로 재구성했습니다.
첫째, 농산품(콩, 옥수수 등) 가격 하락에 수혜를 볼 음식료 종목을 강화하고,
둘째, 전력부족 사태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에너지 관련 종목을 추가 매수,
셋째,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여행주, 시멘트, 카지노 회사 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월은 회사일로 매우 바빠서 주식투자에 많은 신경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다보스로 출장간 길에
11월말 15년만에 제게 전화를 해왔던 그녀와 재회할 기회가 있었죠.
서울에서 만나도 될텐데 12시간을 비행해서
먼 스위스 산골짝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치고는 묘한 것 같습니다.
15년만의 그녀와의 재회는 그리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습니다.
눈 덮힌 산골 그녀 숙소 호텔 로비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약간 긴장하긴 했지만 걱정한 만큼 그리 떨리지는 않더군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그녀는 내게 필요한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저는 성의껏 답을 해주었죠.
그리고 시시콜콜한 일들을 물어보다가
헤어질 무렵에 눈치를 보며 제가 말을 건넸습니다.
"솔직히 너를 잊는데 약 10년이 걸렸어.
예전에 내가 한 많은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겠니?"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 오빠, 이미 옛날 일이예요. 그일로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진정인지 내게 듣기좋으라고 한말인지 몰라도
두 문장에 불과한 짧은 답변은 내가 10여년간 끌고 다녔던 무거운 짐과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는 축복의 노래같았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몇 주전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자수한 기사가 기억나더군요.
언론에서는 남편이 카카오톡 기록을 보고 살해했다는 것이 중점 부각되었지만
저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남자가 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가지고 거제도로 갔다는 대목이었지요.
사건은 광진구에 살던 35세의 남자가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고
부인의 불륜을 의심해 목졸라 죽였다는 내용이죠.
부인을 죽인후 어떻게 했을까요?
4일동안 시신을 집에 두고 있다가 거제도로 갔습니다.
그리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경남 고성 톨게이트 근처 하수구에 시신을 버렸습니다.
이틀후 그 남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경찰에 자수했죠.
당연히 경찰은 왜 거제도로 갔냐고 물었지요.
그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가고 싶었다고.
그녀와 추억이 어린 첫 만남의 장소.
직장 동료였던 그녀와 처음 만나 여행갔던 추억의 장소로 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처음 만난 날, 처음 만난 장소, 그 추억을 잊기 어렵죠.
한 때는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이제는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 그녀와 잊지못할 첫 만남의 장소로 가서
즐거웠던 때를 떠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그녀를 증오했을까요?
잠시 그런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요. 계속 그랬다면 그냥 헤어졌겠지.
제가 볼때 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랑하는 방식이 사회적으로도, 그녀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길이었을 뿐.
그녀 눈에는 집착하는 남편의 모습이 아주 못난이 처럼 보였것 같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저도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장소를 몇 번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옆에는 그녀가 없고 딴 사람이 있거나 나 혼자였지만
그때 마음은 부인을 죽인 그 남편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겁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남편옆에는 주검이 누워있었고
제게는 껍데기만 남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텅빈 마음.
학창시절 배웠던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 보면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라는 유명한 싯구가 있지요.
아무것도 몰랐기에 떨리고 짧았지만 기억은 날카롭고 강렬한..
그래서 잊기 어려운 첫키스의 기억.
그녀와의 만남은 날카로운 첫키스처럼 강렬했기에
그토록 잊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지요.
15년만의 재회도 짧은 만남이었지만
예전과 같지 날카롭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 덮힌 스위스 산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할 힘을 얻는 힐링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책없이 글이 길어졌네요.
1월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아직 11개월이나 남았기에
올해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집니다.
시장은 아직 어렵지만 즐거운 투자를 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