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고수들의 투자 비법◆

지금 증시는 한마디로 “응급실에서 생사를 다투다가 기적적으로 호전돼 회복실로 옮겨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 찾아내 적절한 수술과 치료로 경제를 건전하게 회복시키는 과정이라 하겠다. 한국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켰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자동차업계는 큰 수혜를 입었다. 미국 주요 자동차업계가 빈사 상태에 빠진 데다가 일본의 도요타마저 대규모 리콜사태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반도체, 스마트폰, LED 등의 산업도 호조세를 보이는 중이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중국의 경기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건설 등 내수 부문이 고전 중이기는 하지만, 주요 수출업체와 중국 관련 업체들은 오히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이미 코스피지수는 전고점을 돌파했을 것이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부 수출기업의 호조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둘째, 내수 부문은 회복될 수 있는가. 셋째,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개시되면 기업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넷째, 간간이 불거져 나오는 유럽 등 국외 악재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 일본, 중국의 경기가 악화되지 않을까 등이다.

물론 일부 수출기업들의 실적개선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수출기업의 호황이 점차 내수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최근 거론되는 건설사 구조조정 문제는 이 과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심스럽지만 출구전략을 거론하는 것도 어느 정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즉, 지금은 명백히 금융위기의 수습국면이다.

따라서 어떤 업종 또는 종목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야 한다. 투자기간이 비교적 단기이고, 다소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IT, 자동차 관련주에 주목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투자기간이 비교적 장기이고,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그동안 소외된 건설, 철강, 금융 등의 업종이 유리해 보인다.

종목별 투자 비중을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가치가중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이는 필자가 저술한 도서 ‘전략적 가치투자’에 나오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더욱 저렴한 주가를 형성하는 종목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투자 방법이다. 방법은 이렇다. 나름대로 평가한 A종목의 내재가치가 1만원이라고 하자. 현재 주가가 5000원이라면 안전마진은 5000원이 된다. 여기서 안전마진 5000원을 기대수익으로 가정하면 기대수익률은 100%(5000/5000)가 된다. 또 B종목의 내재가치가 1만2000원이고 현재 주가가 8000원이라고 하면 기대수익률은 50%(4000/8000)가 될 것이다. A, B 두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할 때 A종목의 기대수익률이 B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A종목의 투자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테면 A:B를 2:1의 구성비로 가져가는 방법이다.

시간이 흘러 이를테면 한 달 후에 A종목의 주가는 그대로인데, B종목의 주가만 하락해 6000원이 됐다면 다시 A:B를 1:1의 구성비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렇게 내재가치와 주가의 변동에 따라 종목별 구성비를 바꿔주는 작업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 하며,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포트폴리오상에 높은 기대수익률이 추정돼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으로는 세아제강, 삼환기업, 영풍제지, 계룡건설, 건설화학, 만호제강 등이 있다.

[신진오 가치투자그룹 회장 valuetimer@naver.com]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4호(10.07.1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