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멀리 애틀란타에서 간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6월말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정착 준비하느라 한달이 훌쩍 지나가버리더군요, 올해 여름이 예년에 비해서 덥다고들 하는데 여기 애틀란타는 정말 무지하게 덥습니다. 건물안은 냉방을 확실하게 해주는 덕분에 건물 안밖을 나설때마다 마치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듯합니다. 

몇번 미국을 방문하긴 했지만 장기간 체류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재미있기도 한편으로는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오래된 물건들을 쉽게 바꾸지 않고 계속 쓰는 걸 보면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쓰레기 재활용에는 아직 인색하고 휴지등은 너무 마구 쓰는것 같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영어공부를 해온다고 했지만 막상 와서 생활해보니  언어장벽과 문화적 차이란 게 참 크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그런데 최근 깨닫게 된 것인데 영어를 쓸때 제위치가 "갑"이냐 "을"이냐에 따라서 상대방이 제 영어(솔직히 말하면 콩글리쉬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가령 제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 가게 점원이나 레스토랑 직원들은 제가 대강 얘기해도 대부분 알아듣습니다. 이런 상황을 계속 겪다보면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죠.

하지만 지난주 면허 시험 치러가서 도로 주행 시험을 봤는데 함께 탔던 미국인 감독관의 얘기를 처음에 잘못 알아듣고 실수를 했더니 바로 탈락이더군요, 이사람은 제말을 애써 알아들을 필요가 없는거죠. 유일하게 알아들은 말은 끝날때 "당신 다시 와야 한다"뿐이었습니다.

면허 시험 떨어지고 나니 제 영어 실력의 현주소를 알겠더군요. 의기소침한 기분인데 마침 다음날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화해야 할 일이 있어서 떠듬거리면서 영어로 전화를 했더니 제게서 관리비를 받아야 하는 미국인 관리사무소 직원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제말에 "correct", "perfect" 를 연발하면서 맞장구를 쳐줍니다. 면허 시험 보는 날은 제가 "을"이었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는 제가 "갑"이었던거죠.

아직 한달 정도 밖에 안됐지만 어렴풋이나마 여기서는 영원한 이방인 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돌아갈 자리가 있는 제처지가 그마나 안도가 되더군요.

가끔씩 게시판 둘러보고 소식도 올리겠습니다.